9살짜리가 나를 울린 이야기
1997년 ‘초코과자’ CF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CF의 내용은 백혈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자신도 삭발하는 내용이었는데 잔잔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30대 초중반이라면 이 CF를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CF 속 이야기처럼 동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암투병 중인 머리카락을 잃게 된 친구를 위해 학교 친구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내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미국 투데이뉴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브룸필드 메리디안 초등학교에 다니는 80명의 학생들이 친구 마리 팩(Marlee Pack, 9)을 위해 단체로 ‘삭발식’을 진행 했다고 전했습니다.
1년 전 마리는 근육에 생기는 암의 일종인 ‘횡문근육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장시간의 항암치료로 마리는 머리카락을 모두 잃었습니다.
긴 투병생활 끝에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마리는 상심했습니다. 자신의 짧은 머리가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친구 카메론(Cameron)은 ‘마리가 학교로 돌아왔을 때 어떻게 하면 창피하지 않을까’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카메론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함께 삭발하기” 였습니다. 자신도 마리처럼 머리를 삭발하고 그 머리카락은 암 환자에게 기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카메론의 엄마도 딸을 결정을 매우 기특해 했습니다.
다음 날 카메론과 엄마는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동의하는 친구들에 한해 머리카락을 잘라암 환자들에게 기부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두 모녀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무려 80명의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기부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심지어 학부모들과 일부 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 동참했습니다.
학교 측은 "대담해져라. 용감해져라. 대머리가 되라"는 타이틀 내세워 ‘삭발식’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모두가 모인 강당에서 진행된 '삭발식'에는 학생들 뿐 아니라 학부모들과 일부 선생님도 동참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와 마리의 엄마 셀리 팩(Shelly Pack)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리는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삭발할 줄은 몰랐다”며 감격했습니다.
셀리는 “딸을 위해 머리카락을 내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라며 “마리가 많은 사람이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80명이 삭발한 머리카락과 기부금은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교 측은 “암 환자들을 위한 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픈 친구를 향한 한 아이의 따뜻한 마음은 더 큰 사랑의 결실로 돌아왔습니다. 딸의 결심을 존중해준 부모님과 학교 측의 결단은 대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다른 사람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면서 살아가고 있나요?
(국민일보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