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행 좋아하는 분만 보세요~ ^^

홈 > 커뮤니티 > 그냥암꺼나
그냥암꺼나
- 예의를 지켜주세요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 연애·태국인출입국관련 글 금지

- 국내외 정치사회(이슈,문제)등과 관련된 글은 정치/사회 게시판에 

그냥암꺼나2

동남아 여행 좋아하는 분만 보세요~ ^^

필리핀 19 1706

동남아를 좋아하고, 동남아 여행을 즐겨하신다면,

이런 일에 후원을 해보면 어떨까요?

 

 

1994년 오월, 아주 뜨겁고 습했던 날로 기억합니다. “샤자이시마스”(謝罪します, 사죄합니다). 호찌민 대학의 교정에서 우연히 마주친 일본인 노부부가 제 앞에서 신발을 벗더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몇 번이고 절을 했습니다. 그해의 첫 스콜(열대성 소나기)이 죽비처럼 등짝을 후려치는데도 가지런히 벗어 놓은 신발에 빗물이 찰랑이도록 그들은 몸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훗날 한국인인 우리가 베트남으로 슬픈 순례의 길을 떠나와 끊임없이 머리를 숙이고 “미안합니다”를 되뇌게 될 줄, 그땐 몰랐습니다.


 

베트남 중부에서 한국군의 족적을 좇아 이리저리 헤매던 1999년, 대부분의 마을에서 저는 학살 이후 30년 만에 처음 나타난 한국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대뜸 제 손을 잡아끌더니 영국인이 세운 위령비와 일본인이 세운 학교로 데려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한국군 피해자들은 독일인이 지원한 의족을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한국군이 거쳐간 마을 마을마다 세워진 위령비, 난생처음 대면한 한국군 증오비, 갓 태어나 이름도 얻지 못한 무명아가의 무덤 앞에서도 단단히 버티던 맷집이 거기, 빈호아에서 무너져 내렸습니다.


 

준코학교를 찾은 건 그보다 한참 뒤의 일입니다. 메이지학원대학에 재학 중이던 다카하시 준코는 1993년에 피스보트(Peace Boat)를 타고 다낭항에 기착해 한국군 민간인 학살지인 투이보 마을을 방문하게 됩니다. 준코는 학교가 없어 고샅길을 떠도는 맨발의 아이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일본에 돌아가 거리에서 모금운동을 벌이던 준코는 안타깝게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고 맙니다. 준코의 방을 정리하다 일기장을 발견한 부모는 생전에 못다 이룬 딸의 꿈을 대신해 준코학교를 세웁니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준코 왔다!”라는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마을의 조무래기들은 “준코, 준코!” 외치며 제 뒤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거기, 투이보에서 저는 제 이름이 아닌 ‘준코’로 불려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뒤늦긴 했지만 베트남을 향한 한국인들의 사죄의 발걸음도 이어졌습니다. 2003년에 <한겨레21> 독자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한-베평화공원에는 이제 제법 나무들이 무성합니다. 2000년부터 한국군 주둔지를 중심으로 매년 무료 진료사업을 펼쳐온 ‘베트남평화의료연대’는 어느덧 17기 진료단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청룡부대 주둔지인 꽝남 성에서 한-베청년평화캠프를 꾸려 온 시민단체 ‘나와 우리’는 과거 학살이 일어났던 마을들에 길을 닦고 다리를 놓고 위령비를 세우고 유치원도 지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평화박물관’의 초청으로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피해자들이 최초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한국군 증오비가 서 있는 빈호아 마을은 인민위원회 청사가 있는 마을 입구까지만 우리의 발길을 허락합니다. 마을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계는 여전히 1966년 12월의 그날 그 시각에 멈추어 있습니다. “한국군에 당하느니 차라리 미군에게 당하는 게 낫지”라는 자조 섞인 원성도 터져 나옵니다. 바로 옆 마을인 밀라이에는 미국의 양심적인 시민들의 노력으로 학살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병원과 학교와 박물관과 공원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것을 빗댄 말이겠지요. 아아, 우리는 마을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한국인입니다.


 

한국군 전투병 파병 50년인 2015년을 기점으로 올해부터 베트남 중부 곳곳에서 한국군 민간인 학살 50주년 위령제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오는 2월에 있을 빈안학살 50주년 위령제에는 조촐하게 한국인 참배단을 꾸려 참석할 예정입니다. 비록 빈손이지만 이제부터라도 기억하고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가지고 갑니다. 그 약속이 바로 ‘한-베평화재단’입니다.


 

지난해 9월 노화욱 극동대학교 석좌교수를 추진위원장으로 강우일·명진 등 종교계, 이정우·한홍구·방현석·권인숙 등 학계, 유홍준·이철수·임옥상·정지영 등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각계의 인사들이 뜻을 모아 (가)한-베평화재단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재단은 한국과 베트남이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상생과 평화의 미래를 여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아시아 지역 내 시민단체들과 연대하고 차세대 평화 인권 활동가들을 양성해 한반도 및 아시아 평화운동의 기틀을 다지려고 합니다. 그 첫걸음으로 ‘소녀상’ 작가인 김서경·김운성의 ‘베트남 피에타’ 동상 건립 캠페인과 함께 한-베평화재단 기금 마련을 위한 ‘한-베평화미술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2014년 7월 평화박물관이 주최한 베트남 평화기행 때 한국인 방문단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도안응이아. 1966년 빈호아 학살 때 엄마 품에 안겨 있다 살아났지만 화약물이 눈에 들어갔다. 영남일보 제공
2014년 7월 평화박물관이 주최한 베트남 평화기행 때 한국인 방문단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도안응이아. 1966년 빈호아 학살 때 엄마 품에 안겨 있다 살아났지만 화약물이 눈에 들어갔다. 영남일보 제공

 

 

 

우리가 베트남에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은 단지 피해자들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한 번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한 적이 없는 우리 내면의 폭력성을 함께 걷어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또한 과거의 기억들과 반드시 화해를 해야만 미래의 평화를 꿈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베의 영혼 없는 사과에 분노하다가 불현듯 일본인 노부부의 사죄를 떠올린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저마다의 절망 속에서도 끈질기게 빛을 빚어내는 ‘사람’에 대한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곱씹고 또 곱씹는 통절한 자기 성찰이 전제되지 않은 반성과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과는 결국 망각과 무책임을 위한 면죄부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평화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 의제로 끌어안고 동일한 아픔을 견뎌내는 이 시대 ‘수많은 준코들’의 연대에서 출발한다고 믿습니다. (가)한-베평화재단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갈 발기인을 모집합니다. 아울러 여러분의 따뜻한 후원을 기다립니다.

 

사이공에서 (가)한-베평화재단 건립추진위원 구수정 드림


 

참여문의 (가칭)한-베평화재단 건립추진위원회 amapvietnam@gmail.com
후원계좌 국민은행 324702-04-146079 전미화(한-베평화재단)
19 Comments
참새하루 2016.01.17 18:11  
고등학교때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교련선생님이
수업시간 내내  교련수업은 않고
베트남에서 베트콩을 포로로 잡아서 배를 갈라 죽인
무훈담을 썰풀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반공 멸공이 유일한 애국의 길이요
당연한 의무라고 주입식 교육의 결과이겠지요

그동안 많은 하얀전쟁이니 하는 베트남전 관련
소설이나 영화를 접했어도 모두 한국인의 눈으로 보고
한국인의 아픔을 적은 기록이었지
이렇듯 한국군의 학살 사건이 있었음은 처음 알았습니다

충격적이고 무섭네요
이런 학살사건이 있었다면 그 학살의
진실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아직 없었던건가요

이런 충격적인 사실이 지금껏
묻혀있었다니 ... 아니 베트남 참전 용사들의
무공담에 묻혀  은폐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가슴 아픈 과거를 이런 여행사이트에서
문득 접하니 베트남에서 아무생각없이 여행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필리핀 2016.01.18 14:23  
대부분의 벳남 사람들은 한국(정확히는 당시의 한국군)을 용서했지만,

아직도 중부지방에는 한국인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을이 간혹 있어요...

후손인 우리라도 그분들에게 죄송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sarnia 2016.01.18 00:16  
구수정 님이 아직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군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던 한겨레21 기자였습니다.
당시 일부 파병장병 출신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본의 전쟁범죄가 남긴 상흔을 걷어내는데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의 노력이 가장 빛나는 기여를 하듯이
한국의 전쟁범죄가 남긴 상흔을 걷어내는 노력역시 가해국인 한국 시민들이 먼저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정부차원에서는 2001 년과 2004 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각각  '포괄적' 사과를 한 적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은 호치민 국가주석의 묘를 참배하고 묵념을 하는 자리에서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고는하는데 사과를 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촌매형 (청룡부대)과 사촌형 (백마부대) 이 이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베트남 전쟁 문제가 나오면 참 기분이 씁쓸하고 착찹해집니다.
한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옆에 전쟁중 주월한국군에게 학살당한 베트남 모녀상을 건립하고 사죄와 치유의 상징으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필리핀 2016.01.18 14:26  
구수정 박사는, 정확히는 한겨레21 통신원이었어요...

벳남 유학 중에 알바로 일했죠...

DJ가 호치민묘를 참배하면서 미약하나마

사죄의 뜻을 표명한 덕분에 지금 우리가 안심(?)하고

벳남을 여행할 수 있는 거라고 봐야겠죠??? ^^
sarnia 2016.01.18 02:16  
https://www.youtube.com/watch?v=y_QdtOejZcA

현재까지 집계된 주월 한국군에 의해 학살된 베트남 민간인 숫자는 모두 80 여 건 9 천 여 명이라고 합니다.
베트남 정부의 자료같은데 통계자료를 제확인할 필요는 있지만 한국정부가 공식부인하지 않고 있는 걸로 봐서는 '한국인인 우리만 몰랐던 사실' 인 것 같군요.
전쟁범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배상이 철저하게 수행되어야 겠습니다.
필리핀 2016.01.18 14:30  
전모 씨가 "월남 가서 베트콩 많이 XX했다!"고 자랑질 했었죠...

그분부터 제대로 처벌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네요...
jindalrea 2016.01.18 09:57  
참여하겠습니다.

그리고, 필리핀님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리핀 2016.01.18 14:27  
역쉬... 달래님은 멋져요! ^^
최도령 2016.01.18 13:10  
2014년도 가을에 베트남에 방문하여 상처받은 베트남 역사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드리고자 노력했지만..역량이 부족하네요
필리핀 2016.01.18 14:28  
한 개인의 노력 만으로 하루 아침에 모든 게 씻길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지겠지요...
최도령 2016.01.20 19:20  
옳으신 말씀입니다.  부단히도 노력을 하는게 중요한것같아요.. 이렇게라도 님께서 애써주시니  도움이 못돼 죄송함이 앞서네요.
필리핀 2016.01.21 12:52  
물질이 중요한 게 아니지요...

일본이 10억엔을 낸다고 할머니들의 아픔이 치유될까요?

역사와 민중 앞에서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겠지요...
오대산의봄 2016.01.18 16:45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필리핀 2016.01.18 17:32  
환영합니다...

우리들의 십시일반이 벳남의 미래에 도움에 되었으면 좋겠어요! ^^
담소 2016.01.18 23:06  
원인이야 어쨌든 우리 형제들이 관련된 전쟁범죄이니(그들조차 탐욕스런  박정권의 하수인이자 희생자로 볼 수도 있긴하나 그건 우리 내부의 문제이고...)결과적으로 우리가 저지른 죄악은 반성하지 않으면서 일본제국의 재건을 노리는 뻔뻔스런 일본우익을 욕할 수는 없겠지요.
반성의 의미로 적으나마 동참하겠습니다.
필리핀 2016.01.19 07:10  
환영합니다... ^^

우리가 일본처럼 뻔뻔스러운 나라라고 욕을 먹지 않으려면,

따질 것은 따져야 하겠지만, 잘못한 것은 반성할줄도 알아야겠지요...
jina0311 2016.01.21 12:03  
저 이글읽으면서 눈물났습니다.. 한달정도 베트남 여행하면서
수많은 베트남사람들이 저에게 상냥하게 대해줬고 도움도 많이 줬어요..이런 아픔이 있는지 저는 알지못하고 여행만하다 왔는데...진작알았다면 좀더 뜻깊은 일을 했을텐데ㅜㅜ
조만간 다시 가야겠네요
필리핀 2016.01.21 12:50  
벳남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아픔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나라지요...

이데올로기와 권력 다툼의 와중에서 피해를 보는 건 애꿎은 민중이지요... ㅜㅜ

이번에 가시면 벳남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겠네요... ^^
산에사는거북이 2016.01.25 09:59  
솔직히 전 우리가 베트남과 수교를 맺음으로써 과거에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용서가 된것으로 알고 살아왔네요. 필리핀님의 글을 읽으면서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너무나도 우리만의 시각에서 베트남참전을 생각한거 같네요. 부끄럽습니다! 필리핀님 고맙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