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잃어버린 만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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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잃어버린 만우절

sarnia 13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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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 1 일에


만우절 농담을 올리곤 했습니다


진짜 속은 분들로부터 욕을 먹은 적도 있습니다


2010 4 1 일에는 


어느 분과 전화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 분은 근엄한 목소리로 이렇게 항의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겨있는 지금 그런 농담을 하다니 제정신 입니까?" 


참고로 천안함 침몰 사건은 그 해 3 26 일 발생했습니다. 



그 분이 근엄하게 화를 냈던 진짜 이유는 아마도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겨 있는데 제가 농담을 해서가 아니라, 


그 농담에 속은 것에 분통이 터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지만,


암튼 그 분께는 미안했습니다. 



만우절 농담,


올해 4 1 일에는 안 하겠습니다.


4 월을 맞는 느낌이 예년과는 사뭇 달라서 입니다



나는 비록 


비탄은 온 국민이 단체로 잠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고유의 감정과 일상이 있고, 슬픔은 강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에게 감정통일과 행동통일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확신하지만,,,,



생목숨 수 백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부패커넥션보다 더 나쁘고 위험한 건 


어떤 형태이든 전체주의와 intolerance 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나는 


올해 만우절 농담 안 하겠습니다.   



만우절이 4 월이 아닌 다른 달로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영원히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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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다른 느낌으로 맞이하는 그 4 월에


우연하게도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됐습니다.


가을이 아닌 다른 계절에 한국을 방문하는 건 8 년 만 입니다






13 일에는,,,,,,


재작년 이 날 결혼한 처조카 부부에게 뒤늦은 축하 인사를 전달해야겠습니다



재작년에 와이프에게 걔네들 결혼날짜 잘못 잡았다고 어깃장 놓는 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왜 결혼날짜를 잘못 잡았다는 거냐는 와이프의 되물음에


그 날이 전두환이 호헌조치 발표한 날이어서 재수가 없는 날이라고 되는대로 둘러댔었습니다



실은,,, 4 월에 결혼식 참석하러 한국가야하니까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표 취소하라고 할까봐 그랬던건데


나보고는 같이 가자 소리는 커녕 


축의금 보태라는 소리도 안하고 와이프 혼자 한국으로 날아갔으니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한 셈 입니다.


 

한국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기도 한 


4 월 16 일


그 4 월 16 일에는


무엇을 할 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




참,,,,,,


봄에 한국갈 때 필요하다면서 누가 이런 걸 주셨습니다.


수사기관에 출두할 때 쓰는 마스크인 줄 알았는데,


노랑모래 마스크라고 합니다.


답답해서 모자 쓰는 것도 싫어하는 내가 저걸 쓰고 다닐 것 같지는 않지만


가져가 보기는 하겠습니다..  


13 Comments
아케모 2015.04.01 09:34  
답답한거 질색이시면 아마 무용지물일듯..
저도 자전거 탈때 이상한 토시같은걸로 코부터 목까지 덮는데..
선물 받았지만 걍 목에만 하는걸로 하고 미세먼지 다 마시고 달리네요..
4월에 오시네요...
4월17일날 대학로 벙커에 어슬렁 거려볼까 했는데
16일날 가시는군요^^
행복한 봄나들이 되세요..
jindalrea 2015.04.01 09:57  
방금 집에 돌아왔는데 어깨에 매달고 다니던 가방에도 있었습니다.
어느덧 일년 가까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있네요...
말씀대로 강요할 일은 아닌데.. 작년 5월 거제 가는 길..
지독히도 밀리는 고속도로가 팽목항으로 향하는 차량 때문이라는 사실을 안 누군가가 지친 나머지 화를 내는데, 가만있지 못하고 맞서 화를 내다내다.. 2박 3일을 마시고 마시다만 온 기억이 나네요..

이제 씻고, 어제 도착인 줄 알고 가슴 졸이다 병난 신랑 데꼬 병원에 가야겠습니다.
sarnia 2015.04.01 09:59  
벙커에는 PX 도 있다니까 전투력 보층 잘 하세요.
16 일 저녁 추모제는 가 보려구요. 
낮에 20 도 가까이 올라가더니 지금 (저녁) 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이 비가 곧 눈으로 바뀌어 밤새 10 cm 가량 온다고 합니다.
한국 가을은 비가 별로 안오는대신 봄에는 비가 많이 내리죠..
대나무로 만든 오백원 짜리 파란 비닐우산 아직도 파는지 모르겠군요.
jindalrea 2015.04.02 21:44  
대나무 비닐 우산..97년도 마지막으로 본 기억이..^^;
요즘은 2000원하는 땡땡이 비닐 우산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지금 창 밖엔 비가 억수로 퍼붓다.. 잠시 소강입니다.
겨울 장마가 심했기에 반가운 비이지만,
거리에서 삭발하신 부모님들이, 굴뚝 위의 남자들이 걱정되는 밤입니다.
필리핀 2015.04.01 10:50  
천안함 침몰 사건 때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겼다는 건 좀 과장된 표현인 것 같구요...

세월호 침몰 사건 때는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겼댔지요...

허나 그 감정통일과 행동통일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았고 분열되었지요...









세월호 1주기가 코앞입니다... 그런데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네요...

수십 년 전에 벌어진 4.3도 아직 제대로 규명 못했는데... 세월호는 어느 세월에... ㅜㅜ
sarnia 2015.04.01 11:11  
제가 그 분과 설전을 벌였던 이유도 바로 그 분의 그 표현 "온 국민 비탄" 때문이었습니다.
만우절 농담에 속은 것을 알고나서 혼자 비탄에 빠진나머지 저한테 전화를 건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천안함 뒤에 숨는 모습에 제가 짜증이 나서,,,,,,   

그나저나 그 천안함이야말로 멀쩡하게 항해하다가 왜 두 동강이 난건지 진짜 mystery 인데 기회가 되면 직접 보고 싶군요. 평택 2 함대에 있나요?
참새하루 2015.04.01 11:38  
4월에 한국에 가시는군요...
4월의 한국 날씨 정말 탐스럽고 아름답지요
좋은 추억과 여행하시기 바랍니다

올해 만우절에는 단단히 각오했는데
sarnia님의 슬픈 음악으로 달래는군요

전화로 항의했다는 그분
혹시 지금도 태사랑에서 볼수있는 아이디인가요

카오산여행기를 쓰신 어느분의 말씀처럼
수심이 각각 다른곳에 사는 물고기들처럼
같은 물속에 살아도 결코 만날수도
공감할수도 없듯이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아도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아도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것 아닐까 합니다
sarnia 2015.04.01 12:03  
'온 국민 비탄' 운운하며 항의하신 분은 태사랑 회원이 아닙니다.
태사랑에서도 당시 한 분과 약간의 언쟁이 있었지만 전혀 다른 문제였고요.

2007 년에도 봄 (3 월)에 간 적이 있었는데,, 미세먼지가 정말 많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체류하는 내내 푸른 하늘을 한 차례도 구경한 적이 없었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기가 탁했던 기억이,,,,,, 
4 월은 벚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라고 하네요.   
a train 과 v train 타고 안 가 본 곳을 다니려고 합니다 ^^
motu 2015.04.01 13:14  
사르니아님 대신에 제가 하나 올렸습니다. ^^
날자보더™ 2015.04.01 15:39  
추모제는 팽목항에서 하나요?
Robbine 2015.04.01 15:58  
부산은 벚꽃이 만개해서 한참 분홍빛을 내며 예쁘게 달려있어요. 어제 비가 왔는데도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있는게 기특하기까지 해요.
곰돌이 2015.04.01 19:40  
올해도 은근히...

sarnia 님의  만우절 글을 기다렸습니다..^^;;


sarnia 님의 글을 읽고 보니,  기다린 제가 부끄럽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안산 운동장의  추모장소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수 없이 걸려있던 플랭카드 ( 잊지 않겠습니다...  하던)가 많이 없어졌더군요....

유가족이  걸어놓은  노란색의  문구 ( 세월호를 잊지 말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는  지금도  길가 나무에 많이 매달려 있습니다....
sarnia 2015.04.02 08:54  
저는 이제까지 안산이라는 곳을 가 본 기억이 없습니다.
옛날 공장들이 많이 이전한 반월이라는 것 만 들은 적이 있고요.
다문화도시라니 이 사건이 아니어도 한 번 가 보고 싶습니다.
16 일 추모제는 시간대별로 팽목항 안산 광화문광장 등에서 열리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희생자 일인당 대략 7 억에서 10 억 정도 내던지고 악몽에서 빨리 벗어나려고만 하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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