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까닭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많은 언론과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분들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들 ‘이변이다’ ‘놀랍다’는 표현으로 서두를 장식한다.
심한 분들은 ‘충격이다’ ‘망했다’라고 호들갑을 떤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인지부조화’의 결과이다.
‘인지부조화’란,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상황(또는 결과)이 벌어지는 것’이다.
(라고 나는 해석하겠다.)
인지부조화, 즉 자신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1) 자신이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고
2) 자신의 판단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를 이번 미국 대선에 적용해보면,
힐러리가 싫어서 트럼프를 찍었다는 사람들은 1)에 해당된다.
힐러리가 싫어서 아예 투표를 안 한 사람도 있겠지만,
(힐러리가 싫은 사람은 이게 바람직한 의사표현 행위 아닐까?)
힐러리에 대한 응징이라고 생각하고 트럼프를 찍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난 한국 대선 때, ‘당신 떨어트리려고 나왔다’는 3번 후보가 미워서
1번을 찍었다는 한국의 유권자들도 1)에 해당된다.
가장 이성적인 상태에서 판단해야 할 투표 행위를
너무나 감성적인 기준으로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기존 정치인이나 기득권 세력을 심판하려고 트럼프를 찍었다는 사람들은 2)에 해당된다.
지난 한국 총선에서 ‘30년 동안 특정 정당을 밀어줬는데 해준 게 뭐 있냐’면서
‘이번에는 새 인물을 뽑아보자’고 했던 특정 지역의 일부 유권자들도 2)에 해당된다.
그 특정 지역 유권자들은 새로운 정당에 표를 몰아줬지만,
그 표로 당선된 사람들은 간판만 바꿔단 구시대의 인물들이었다.
여성과 인종과 종교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혐오로 무장한 트럼프는 새로운 인물일까?
투표는 과거의 행위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행위에 대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투표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진지한 숙고 없이
현실에 대한 욕구 불만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표출해버리면,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깽판을 쳐버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 꼴을 겪고 있지 않은가.
선거에서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유권자들의 게으름과 무관심 때문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없이
TV 홈쇼핑 하듯 지지자를 결정해버린다.
문제는, 홈쇼핑은 반품이 가능하지만 정치는 반품불가라는 것이다.
최소 4년, 최대 5년 동안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행위인 것이다.
둘째는 기득권 세력의 공작 때문이다.
기존의 구도와 질서가 바뀌는 걸 싫어하는
정치인, 언론인, 경제인, 지식인 등이 기득권 세력의 핵심이다.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기존의 구도나 질서를 뒤바꿀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물 타기와 프레임 바꾸기를 시도해서
사건의 본질과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한다.
‘정치하는 놈들은 다 똑같아!’라고 싸잡아 비난하면서
아예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방해공작도 펼친다.
결론적으로 ‘인지부조화’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려면
유권자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노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남들과 토론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남들과의 토론 과정을 통해서는 나하고 다른 생각을 수렴해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고 발전시켜나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무엇이지 진실이고 진리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정치 이야기 하면 꼭 싸우게 되므로 가능하면 안 한다, 는 분들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게 도움되는 걸 얻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뭐, 나라꼴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상관 없다는 분들은 예외겠지만. ^^;;
인지부조화로 인한 폐해가 만천하에 밝혀지기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채 4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에서 이민 장벽을 설치한다 하고,
수출의존도가 10%밖에 안 되는데 보호무역을 한다 하고,
세금 감면으로 인한 조세 부족은 빚으로 충당하겠다 하는,
트럼프의 이 지독한 인지부조화가 까발려지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