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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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우리집에 이사온 건 지난 늦여름이었다.
며칠 전에야 처음 만났다.
엄청 크고 살이 찐 고양이였다.
그 때 소리도 없이 내 곁에 와서 앉아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놀랐었다.
표범인 줄 알았다.
가끔 창틀에 앉아 밖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있어도 직접 본 건 그 날이 처음이다.
아시는 분은 알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겠지만,
지난 늦여름 싱글맘 유학생 모녀와 고양이가 우리집에 들어왔다.
근데 지금 집에는 나와 저 고양이만 살고 있다.
싱글맘 모녀가 스키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반려동믈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호텔에 묵는지 고양이는 두고 갔다.
고양이를 위해 실내조명이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해 놓고 갔다고 한다.
방문을 닫으면 웬만한 소리는 밖으로 새 나오지 않지만,
밤에는 방과 방 사이에 연결된 에어덕트를 통해 고양이가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냐옹 냐옹 하기도 하고 딱 딱 하고 단음 소리도 내는데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 없다.
오늘은 너무 조용하길래 혹시 굶어죽은 게 아닐까 해서 방문을 열어봤다.
창틀에 저리고 누워있다가 나를 보자 잽싸게 뚸어내려 달려왔다.
고양이가 방 밖으로 빠져 나오면 귀찮아질 것 같아 일단 방문을 닫았다.
근데 이 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고양이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더 이상 창틀에 앉아있지 않고 방문 앞에 있으면서 울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곧 잘 시간인데 큰일났다.
싱글맘은 나에게 텍스트를 보내기를 고양이가 울면 곧 갈테니 알려달라고 했는데,
오늘 밤 고양이가 울면 진짜 내일 아침에는 빨리 오라고 텍스트를 보내야겠다.
싸르니아는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고양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데,
왜 지금 내가 고양이와 단 둘이만 함께 있게 됐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기 짝이없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