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의 어느 게스트 하우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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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성의 어느 게스트 하우스의 풍경

고구마 8 605
서울을 떠나온지, 이제 며칠정도 흘렀습니다.
쓰촨 그러니까 우리말 음가로 사천성인 이 지역의 위도는 서울보다
훨씬 낮지만, 내륙지방이고 게다가 해발의 높이가 꽤 되는 곳이라서 춥고 으슬으슬하기는 마찬가지네요.
덕분에 온몸이 무 말랭이처럼 오그라들 정도에요. 게다가 우리가 묵고 있는 호스텔은 난방 시설이 되어 있질 않아요.
이게 이 호스텔만의 문제는 아닌거 같고 전반적으로 이 곳 주택들이 좀 그러한듯한데요.

우리 나라는 어느 숙소를 가더라도 겨울에 뜨끈뜨끈하게 지낼수 있잖아요. 근데 여긴 그냥 냉골입니다.
창문도 그냥 얇은 알루미늄 샷시에요. 우리나라 예전에 쓰던 그런거요.
그나마 다행인것은 침대에 전기장판이 되어 있어서 잘때는 그래도 뜨끈하다는 거....
얼마만에 써보는 전기장판인지 모르겠네요. 밤새도록 전자파에 몸이 구워지는거 같은데 그래도 있는게 훨 나아요.
오리털 파카가 없었다면 아마 청두 시내를 돌아다니지도 못했을거에요.

6년전에 이 곳을 여행했을때, 먼지를 풀풀 풍기면서 온 도시를 뒤집어 놓았던 대형 공사의 정체는 바로 지하철 건설공사...
그래서 이번 방문에서는 도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지하철도 타보고, 그 때 당시 보수 공사를 하느라고 잘 둘러보지 못했던 원수위안(문수원/ 불교사찰 이래요.) 도 가보고 하는데요, 몇년 사이의 변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맞는거 같아요.
대로변에 크게 솟은 쇼핑몰에는 유럽 사치품들의 로고가 위풍당당하게 번쩍거립니다.
첫날 밤에 도착해서 삼륜차를 타고 빌딩숲 사이를 지나 숙소로 향하는데, 이건 완전 장터 나온 시골 촌닭처럼 목을 이리 저리 빼고 감탄하고 둘러봤다니까요.
외제차도 많구요, 하지만 그 사이로 삼륜차와 낡은 오토바이의 행렬도 끊이지 않아요.

이전에 비포장 도로였던 곳을 싹 포장하고 , 허접하고 낡은 건물들로 우중충했던 거리를 고전적인 무드가 물씬 풍기는 풍경거리로 조성해서 여행자들을 끌고 있네요.
중국의 이 기세와 변화, 이 속도가 좀 무서울 정도입니다.


원래 추운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요왕은, 여행와서도 추위도 덜덜 떠는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다가 거기에 더해서 요 며칠 태사랑 서버 문제 때문에 아주 골머리를 앓은 듯...
포털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까페/블로그와는 달리 이런 독립 사이트는 서버도 신경을 써야되니 그런 면에서 손이 상당히 많이 가는거 같아요.
이 부분은 요왕이 앞으로 적극적인 보완을 할 계획이 있으니까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니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래요.

크리스마스 이브는 어디에서들 보내시나요.
화려한 조명속에서 지인이나 우인들과 떠들석하게 보내는게 재미 면에서는 제일이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런날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게 가장 좋을거 같아요.

자기의 배우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심적 상황에 있는지
자기들의 아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걸 말하고 싶어하는지 듣는게
아무리 넓은 인맥. 화려한 인간관계보다도 더 우선시 되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정작 문제는 이런 말 하는 저도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다는게 문제겠지요.
이게 늘 문제입니다. 생각을 실천으로 못 옮긴다는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이유가...
대구( 이곳은 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에서 자살한 중학생의 유서 전문을 읽고 나서였어요.
숙소의 로비에서 인터넷을 하다가 순간 검색어로 뜨길래 무심히 읽어내려간 유서는...정말이지 마음을 에이고 저미는듯했어요.

유서를 쓰는 그 고통스러운 와중에서도 엄마 아빠 형에 대한 사랑이 충만했던 아이....
그리고 창으로 몸을 날리는 그 두려운 일을 목전에 둔 참담한 심경에서도
엄마 아버지 걱정에 죄송하다고 했던 그 여리고 선량한 아이...

제가 왠만하면 다른 여행자들로  빽빽히 들어차 있는, 이 숙소 로비에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 저는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할테지만 어쨌든 전 저 세상에서 엄마 아빠를 백년이고 천년이고 기다릴거에요.-

라는 구절을 보는 순간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 내리는걸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불쌍하고 가련한 아이...부디 저 세상에서는 행복하게 살기를, 고통없이 괴로움없이 지내길 정말 기원했어요.
그 고운 아이의 부모님은 남은 인생을 얼마나 회한과 고통속에서 살게 될까요.
떠난 아이도 불쌍하고 남은 가족들도 너무 안스럽고 그래요.


이 기사를 읽다가 생각속에 침잠하다보니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뭘까?
저야 평생 부모 노릇은 못하게 생겼으니, 이 관계에 대해서는 반쪽의 생각만 할테지요.

부모 자식의 관계 속에는 정말 여러가지 감정이 있는거 같아요.
그 중에 하나가 후회 라는 감정이 있는데요,

이건 자식 입장에서 - 정말이지 왜 내가 그때 부모님한테 그렇게밖에 하질 못했나, 왜 좀 더 제대로 하질 못했었나... -
불효하고 무심했던것에 대해 자책하고 자책하는 것도 있고요...

반면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식을 돌봄에 있어서 후회의 감정이 생긴데요.
왜 내가 젊을때 좀 더 아이들한테 잘 대해주고, 친밀하게 지내지 못했나 하는 후회요.
지나치게 훈육에만 신경쓰지말고,사랑을 구하는 아이를 좀 더 귀여워 해주고 잘 놀아주고 할것을....하는 후회요.

이런 류의 후회는 주로 아버지들이 하는거 같아요.
사람이 삼사십대에는 일적으로 무척 바쁘기도 하고, 또 그 시기에는 자기 나름의 인생의 재미를 ㅤㅉㅗㅈ느라고 가족들 자식들 등한시하기도 하지요.
안보다 밖에 더 신경쓰구요.
바깥의 인맥이란 지속적으로 관리 안하면 떨어져나가고 소원해지기도하고 , 또 인맥이 탄탄해야 일도 성공하고 하니 어쩔수 없긴해요.
그에 반해 가족은 등한시해도, 이혼해서 해체되지 않는바에는 어쨌든 늘 가족의 틀이 유지되잖아요.

그러니 배우자가 하는 소리 귀 담아 안 듣고, 아이들하고 잘 안놀아주고, 밖의 상황을 더 중요시하다가 세월이 흘러흘러 60즈음 넘어서 그때즘 직장에서 퇴직하고, 외부에서 재미를 찾는것도 이젠 힘에 부치고 시들해지고요...
그러다보니 그제서야 장성한 자식에게 관심사가 쏠려서 레이다가 한껏 자식에게로 향하게 되는데....

자식 입장에서는 자기가 아이였을때 그리고 청소년이었을때 통 감정교류가 없던 아버지가
갑자기 - 내 아들아! 딸아!- 이러면서 신경쓰면 그 어색함이 참 짙게 든답니다.
서로 엇박자를 내는 거지요.

어릴때 정글로 들어가 말 배우는 시기를 놓쳐버린 늑대소년소녀들이, 다 자란 이후에 인간사회로 들어와서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말을 제대로 못배우고 다시 정글로 돌아가려고 하는것처럼
부모 자식간에 감정의 둑을 쌓는것도 다 그 때가 있는거 같아요. 그 때를 놓치면 남는건 서로에게 후회뿐이니 말입니다.

하긴 요즘의 젊은 부부들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잘하고 자식도 애지중지하는지라, 이런류의 일들은 그저 지난 세기의 옛일일뿐일수도 있겠네요.


아~ 생각에 생각이 겹쳐져서 오늘도 중구난방 이런 저런 이야기했는데요

어쨌든 올해 우리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중국의 침대 기차 안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장장 20시간의 기차 여행이 생각만해도 지리멸렬한데...문제는 이런식의 여정이 앞으로 첩첩산중이라는....

아!이!고!
8 Comments
Cranberry 2011.12.24 13:33  
사천에 계시군요. 중국 많이 변했을것 같아요. 저도 5년간 안가봤으니..NY은 반소매도 입을 정도로 따뜻한 X-Mas에요. 20시간 기차여행이라..잠을 잘 못자면 힘든 일정일것 같아요.
sarnia 2011.12.24 14:12  
여긴 매일 영상의 날씨가 계속되는 따뜻한 날씨예요. 내리 한 달 째...... 좀 이상합니다.

멋진 이야기 고맙습니다.

happy a jewish man's birthday : )
적도 2011.12.24 14:41  
추운데서 고생하시는군요!!  얼마전 계림에서보니 참 중국도 무질서하게 발전하는구나를 느꼈는데요!!  건강 조심하시길!!!
까꿍이엄마 2011.12.24 17:13  
지금 청두에 계신다면 매우 추운시기이지요....중국에서 알아주는 분지(청두 --서안--중경)지형이라 내륙임에도 최고로 덥고  매우 추운곳이지요..
그나저나 여행중에 사이트에 바이러스 침투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실텐데...잘 정리더시길..
에구....이 시기에 사천지방에 계신다면 고생이 심하실텐데...저체온에서 체력이 소진되면 고소증도 쉽게 옵니다....즐거운 여행되세요
필리핀 2011.12.24 17:27  
여행을 떠나면

누구나 쎈티해지죠...

그러길래 따뜻한 나라로 가시랬더니... ㅎㅎ

암튼 고생은 좀 해도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아 반갑네요... ^^*
열혈쵸코 2011.12.24 19:53  
지금 중국에 계시군요. 추운나라에서 서버문제 등으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도 한번의 겨울여행이후로는, 다신 추운나라로 여행가지않습니다.
추운나라에서의 여행은.. 해도 빨리 지고, 체력소모가 참 크더라구요.
두분 부디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히 여행마치십시요. ^^
死부시 2011.12.25 01:40  
중국 사천에서 여행을 시작하시군요..^^ 사천,운남쪽은 겨울에 많이 춥다고 하더군요
여행 하시면서 감기 조심하세요..
대구 중학생 아이의 극단적인 선택에 가슴이 아픕니다..
가해 학생은 장난으로 그랬다는데....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었습니다.
학생과 교사의 소통의 부재,부모와 학생의 소통의 부재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몰론 지금의 학교에서는 입시위주의 정책으로 오로지 성적으로 그 학생의 인성을 평가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성격이 괴팍하고 남을 괴롭히는 학생이라도 성적이 좋으면 학교에서 인정받는 세상인거죠...그런 인성교육의 부재가 오늘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빌미가 되건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요즘 중,고등학교 도덕,윤리 과목들의 교육이수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없어지는 추세입니다..예체능 교육시간을 줄이고 국,영,수 교육시간을 더 늘리고 있습니다...그러니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까요?
교육정책은 점점 산으로 가고 있고....학교는 오로지 학생들의 성적향상과 업무능력으로 교사의 자질을 평가 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성과금제도) 그러니 이러한 교육정책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참 슬픈현실이죠

그 학생의 고민과 고통을 보듬어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zoo 2011.12.26 22:00  
고구마님 글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됩니다.
대구의 그 중학생 유서는...저도 읽는 내내 마음아프고 슬프고 그렇더라구요.ㅠ.ㅠ
조금만 용기를 내었으면 좋았을텐데 혼자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니
너무 너무 불쌍하고 안됐어요.ㅠ.ㅠ
정말 정말 착한앤데...죽는 순간까지도 집 비밀번호 변경을 걱정하고 부모님과
형을 더 걱정했더라구요...앞으론 정말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텐데...
참 걱정입니다.  고구마님 글 읽으니 다시 한번 그 학생의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
꼭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있다가 나중에 나중에 온가족 다 재회하길...ㅠ.ㅠ

그나저나 추운 중국에서 고생 많으실텐데 태사랑 서버까지 바이러스 침투 건으로
요술왕자님과 고구마님 두분 다 마음이 여러가지로 불편하시겠어요.

중국은 난방이 된 곳이 별로 없어서 정말 춥더라구요, 예전에 12월에 중국 간적 있었는데
얼어 죽을뻔 했어요. 그것도 좀 남쪽인 상해였는데도 추위가 뼈 속까지 파고 들더라구요^^;

몸 건강히 중국여행 잘 마치시고 빠른시일내에 따뜻한 남쪽나라로!! 이동하시길...ㅎㅎ
고구마님 글을 읽게되서 반갑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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