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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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에서 만난 사람

만지작 1 590


사진에서 등장하는 한국인은 저 맞습니다.
하지만 제 사진외에다 다른분들의 사진이 많이 있습니다.
초상권 불감증일까요...

그 분들의 사진들을 꼭 보내주겠다고 철떡같이 약속을 했습니다.
주소도 모르면서...바보...
이야기의 중간에 보면 나오지만
그분들은 한국분들께 받은 우편물이 제법 있었습니다.

혹시나 운이 좋으면 이곳에서 그분들께 우편물을 보낸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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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지내다가 앙코르와트를 가기 위해 캄보디아로 넘어가던 때의 일이다.

예전의 여행기-_-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육로를 이용하여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간다는건 -_- 살아 숨쉬는 인간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과연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까...싶은 길을... 4~5시간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물론 길은 포장되어 있지 않고, 너무나 덜컹거려서 머리가 차의 천장에 부딪히곤 했다.

잠깐 졸기라도 한다면 차의 유리창에 머리를 꽝꽝 박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차 안이라고 해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앞을 보고 있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여행인지라, 힘들어도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같이 택시를 합승한 한국 사람들끼리 신난다고 깔깔 거리며 웃었고

"과연 이런 엄청난 길을 택시가 달릴 수 있을까?" 염려했던대로

택시는 중간에 고장이 나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 비포장 도로에서 차가 고장났다. -_-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지나가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멀리서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오는 택시를 불러 세운 후

얇은 노끈 두세겹으로 차를 연결 시킨 후 천천히 출발하였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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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키로미터 정도 갈때마다 줄이 끊어지기를 반복

줄이 끊어지고 다시 연결할때마다

우리들은 그것마져 신기한 경험이라며,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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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5 키로미터를 가서는

길 중간에 있는 휴게소에 우리를 데려다 주고

우리를 끌어준 그 택시가 도망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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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택시 기사님의 형님분께서 데릴러 오신다길래...

그 휴게소에서 2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천천히 해가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야행성 아이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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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듯이 동네 꼬마들이 차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기브미~ 코리아 머니~" 와 "기브미 원 달라" 를 미친듯이 외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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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동네 꼬맹이 중 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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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아이들은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인정을 베풀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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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미 원달라를 외치던 아이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갑자기 원 달라에 관심이 사라지고

자신들만의 포즈를 잡기 시작했다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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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까지 내리고 못들은척 하고 있으려니

깔끔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문을 두드린다.

역시 1달라만 달라는것일거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창문을 내리라고 한다.

차도 멈춰 있는 상태이고, 창문을 내리지 않았다가는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창문을 살짝 내렸더니,

창문 사이로 손을 넣어 내 손을 잡고는 차 밖으로 나오라는 시늉을 했다.

돈을 달라는것도 아니고. 나를 데려가겠다는 건....?

나를 설마...팔아 먹으려고 그러나?

그 아이가 이끄는곳에 가보니

그 휴게소는 그 아이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휴게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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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게소의 사람이 앉아야 할 의자에 개가 누워 있는 모습을 봤을때의 당혹감이란... )

나를 자리에 앉도록 권유한 후에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린다에요. 난 한국이 사람 좋아요~"

헉...누구에게 배운 한국말일까.

그리고 나에게 한국의 박카스와 비슷한 음료를 건내주며 공짜니까 걱정말고 마시라고 한다.

그리고 엄청나게 큰 비닐봉지에 담긴 바나나 말린 과자를 건내주는데

차마 미안해서 받을 수 없어 "노노~" 라고 외치니

마치 내가

자신들의 음식은 입맛에 맞지 않아 먹을 수 없나보다...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미안함이란...

그 사람들의 한국사람 사랑은 정말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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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는 갑자기 어디선가 노트를 가지고 오더니 나더러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그 노트엔 그 휴게소에 들렀던 한국 사람들이 써준 한국말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고온 한장의 사진에는 그들의 가족 사진과

뒷면에는 한글로 된 편지가 있었다.

한국에서 직접 보내준 사진이라고 하면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 중간 중간에 동네 꼬마아이들을 쫒아준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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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않은 자신들의 나이까지 이야기해가며

젊었을땐 너무 잘생겼고, 너무 이뻤다고 하며 서로 수줍해하는 린다의 부모님.

내 나이가 스물아홉이 아니라 서른아홉일것 같다고 하며

그다지 재미없는 농담을 하면서 깔깔 거리는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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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족들과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건 아니다.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

하지만 그들과 짧은 시간 대화를 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건

너무나도 순수하다는 것.

내 삶의 두배 이상을 살아온 그들이

이제 겨우 서른해를 살아온 나보다도 훨씬 더 순수하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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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님의 형님이 오셔서 우리를 다시 태워가느라

그 휴게소를 떠나야만 했지만

여행중 아주 자주 그 가족들이 생각났다.

어쩌면 여행중 감상에 젖은 나만의 착각으로 만든 나만의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한번쯤은.

다시 태국을 가게 된다면

다시 태국에서 캄보디아를 넘어가게 된다면

린다의 휴게소에 다시 들러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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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날자~ 2006.10.18 22:39  
  택시도 고장이 나는군요^^ 저는 카오산에서 씨엠립까지 13시간 걸렸습니다.버스는 세번이나 고장이 나서 손님들이 고쳐가며 갔잖아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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