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기념 가족여행 - 가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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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기념 가족여행 - 가족이란

봄노루 11 538

1. 8월
아버님이 당뇨판정을 받았다. 어머님은 작년부터 고혈압 약을 드신다.
이분들이 항상 곁에 계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년에 결혼 10주년 해외여행 하려 적금부었는데
아버님이 올해 칠순이니 날짜를 조금 당겨 모시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외국여행을 해 본 적 없는 노인 두 분을 패키지로 보내는 건 효도여행이 아닐 것이다.


2. 9월
점쟁이가 칠순 잔치를 하지 말라고 했다 한다.
점도 시류에 맞춰 결과가 나오는 모양이다.
여행지는 태국으로 정했다.
적당한 비행시간, 적당한 이국스러움과 적당한 만만함. 적당한 예산까지 만족시켜 주는 곳.
첫 해외여행으로 태국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3. 10월
칠순 노인과 두살배기 어린이가 함께 여행하려니 관광, 숙소, 음식 모두 두세번 고려해야 된다.
한국어로 발행된 태국관련 책자는 모두 읽고, 인터넷을 뒤지는 날이 계속이다.
지도를 보면서 시간과 거리를 계산하고 태사랑에 매일 출근한다.
노부모님과 함께한 여행후기를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가보지도 않은 태국 풍경과 사람들이 눈에 선하다.


4. 11월
부모님과 우리 부부, 아이들까지 6명이 가려던 여행이 14명으로 늘었다.
시동생네, 시누이네 가족까지 3대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여한단다.
일정 맞추기 힘들다. 11월에서 12월로 다시 1월로 변경되었다.
절반은 첫 해외여행이다. 이 여행에 기대하는 것도, 생각도 다 다르다.
자유여행이 가능할까 걱정하다 결국 K여행사의 맞춤패키지를 택했다.


5. 12월
여행사에서 뽑아온 견적이 문제다. 태국 저가 패키지가 좀 많은가. 비교가 되지 않는 금액이다.
날짜를 또 변경하잔다. 이러다 떠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여행사와 금액을 맞추고, 다시 날짜를 확정했다.
예약금을 입금하고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6. 12월의 끝자락
아버님이 여행을 안가시겠단다. 애원도 협박도 안통한다.
아버님이 안가시니 어머님도 안가신단다.
항공권 결제 시한을 하루 앞두고, 자식들끼리라도 갈 거냐 말거냐를 결정하느라 핸드폰이 뜨겁다.
물론 형제들끼리 여행도 나름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아이들까지 다 모인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잖은가.
게다가 이번이 첫 해외여행인 사람도 있는데..


7. 결론
결국 여행이 무산되었다.
몇달간의 시간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고, 날린 예약금에 속쓰리고
고집을 꺾지 않는 아버님에 대한 서운함과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가 깨진 실망감.
자식들이 돈을 잘 번다면 저러시진 않았을거라는 자격지심까지...
가족여행도 힘들지만,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것은 더 힘들다.
헛돈 쓰지 말라는 아버님 바램이 이루어졌으니 효도여행은 못갔어도 효도는 한건가.

난 괜찮다 필요없다 라는 노인들 얘기가,
자식생각해서 공연히 하는 말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부모님을 모시고 가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이번 여름엔 태국 여행을 갈 것이다.
여러 달 여행준비하며 수집한 정보들이 아까워서, 안 갈래야 안갈 수가 없다.
부모를 자식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자식역시 부모 맘대로는 되지 않는 법이다.^^

11 Comments
나와너 2006.12.29 21:43  
  힘 내세요...... 여행을 하는 것도 즐겁지만.... 준비하는 과정도 또 다른 즐거움이니까요....
이번엔 준비하는 즐거움을 맛보셨으니.... 담에는 행복하고 보람찬 여행이 되실겁니다.
부모님을 배려하시는 마음이.... 너무나 보기 좋네요.....
허정범(허뻥) 2006.12.30 10:24  
  칠순이 넘으신 나의 어머니를 모시고 해외여행을 여러 번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돈 낭비한다고 가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봄노루님처럼 첫번째는 실패--

다음에는 모든 계획을 세워놓고, 항공권 발권해서 출발 이틀 전에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도 가시지 않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미 지불한 항공료를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했더니 마지못해 승낙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자식이 돈쓰는 것을 무척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태국에서의 일주일--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특히 푸켓의 프롭텝케이프 일몰을--
두번째 여행부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음 여름에는 부모님 모시고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가마 셋 2006.12.30 17:20  
  저도 허점벙님처럼 한번 모시고가니 아이처럼 어찌나 좋아하시던지...올해 또 모시고 갑니다^^
언제나 같이 하실수 없는게 부모님이다보니...돈이들어도 가슴은뿌듯합니다.
허정범(허뻥) 2006.12.30 17:47  
  가마 셋님!
나의 이름은 허정범입니다.

헛돈 쓴다고 다시는 여행 안가신다는 말씀은 거짓이었습니다. 우리보다 더 좋아하십니다. 손자들에게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고 옷도 사주고 정말 좋았습니다. 어머님과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경제적인 출혈은 컸지만 어머니가 좋아하시니 나도 행복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온수가 나오는 게스트하우스 너무 좋아합니다. 여행다니실 때 무리한 일정세우지 말고 여유롭게 다니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랍스터를 너무 좋아해서 식비가 생각보다 많이 지출했습니다.
달띵이 2007.01.02 09:53  
  부모님이 걸어다니시고 여행하실 수 있을때 같이 다녀야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당뇨로 병원을 일년에 몇번씩 입원하시는데요..  이번여름엔 우리가족모두 다 같이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돈보다 여행중이나 여행 후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지요. 
봄노루 2007.01.04 17:41  
  제주도 갔을 땐 무척 좋아하셨는데... 쩝. 이번에 너무 기운이 빠져서인지 최악의 독감에 걸렸습니다. 다시 시도할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는군요. 딸, 아들, 사위, 며느리 모두 공통입니다. 쿨룩.. 따뚯한 격려 감사합니다.^^
회장님 2007.01.06 16:05  
  저희도 칠순잔치않하고 태국 파타야으로 가족여행다녀왔는대20명이 저히 아버님은 절대 거절안하시고 즐거워 하셨는데.금액이 만만치안턴데 약2000천만원정도 저히가족도 형편히 그저그저 사는테 평생한번인데 무리좀햇지요,다녀와서 아버님이 동네사람에게 우리막내아들이 가족해외여행 보네조다구 얼마나자랑을하셧는지 제어깨가 우슥으슥햇습니다,님도 나중에꼭 가족모시고 다녀오세요.그리고 너무마음상하시지마시고요,소원이루세요.
회장님 2007.01.06 16:08  
  저희도 칠순잔치않하고 태국 파타야으로 가족여행다녀왔는대20명이 저히 아버님은 절대 거절안하시고 즐거워 하셨는데.금액이 만만치안턴데 약2000천만원정도 저히가족도 형편히 그저그저 사는테 평생한번인데 무리좀햇지요,다녀와서 아버님이 동네사람에게 우리막내아들이 가족해외여행 보네조다구 얼마나자랑을하셧는지 제어깨가 우슥으슥햇습니다,님도 나중에꼭 가족모시고 다녀오세요.그리고 너무마음상하시지마시고요,소원이루세요.화이팅 팅팅팅.....
mango 2007.01.12 16:34  
  난 환갑이 넘은 사람입니다. 난 부모님이 안계십니다. 난 부모님 여행을 못시켜 드렸습니다. 직업상 나만 돌아다녔습니다. 지금 많이 후회됩니다.이런 글들을 보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부모님 계신분들 가능 하시면 직접 모시고 다녀오세요.틀림없이 평생중에 큰일 하신걸겁니다. 박수 보내드립니다.
아셀 2007.01.20 22:06  
  남의 집 얘기가 아닌듯하네요..
저희엄마께서도 올해 환갑이신데 기여이 가족여행 안가신대요..
나중에 너거 잘 살거든 그때가라고..

그래도 넘 속상해 마세요.. 부모님께서 더 어른이시기에 아마도 자식들 생각하시느라 안가신다 맘먹으신가봐요..
발바닥 두개 2007.01.21 01:27  
  가슴이 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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