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퐁에서 만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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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퐁에서 만난 아이

kumanoneko 4 890
타니야 거리를 배회하다 호객꾼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팟퐁의 구석진 곳에 위치한 보이즈 바 비슷한 곳이었습니다.
무대에는 속옷차림의 아직 어린티를 벗지못한 청년들이 서있고 대부분 손님들은 백인과 태국인 남자들이더군요.
맥주 한병에 150바트. 무대위에서 파트너를 골라 콜라 한잔 사주면 역시 150바트.
여자 혼자 앉아있기 뻘쭘하기도 한 차에 자꾸 눈을 맞추며 생글생글 웃는 귀여운 아이가 있길래 옆에 불러 콜라 몇잔 사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콜라 한잔 시킬때마다 마마상이 아이에게 스티커 비슷한걸 하나씩 주는데 아마 스티커 개수로 급여 정산을 하는 모양입니다.
속으로 너도 참 먹고살기 힘들겠구나 싶었죠.
그런데,갑자기 쇼타임이 시작되니 다녀온답니다.
쇼타임이란 것이...말그대로 쇼여야하는데 쇼가 아니라 리얼이더군요.
제 파트너는 여자역이구요.
야하지도 재밌지도 않았습니다.그냥...처절하더군요.
쇼타임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아프지 않냐고 했더니 너무나 천진하게 웃으며 하나도 안아프다네요.
그리고는 디스코에 가고싶으니 같이 가자는 겁니다.
2차 데리고 나가달라는 얘긴거 알고는 있었지만 왠지 불쌍하고 안된 마음에 가게에 300바트 아이에게 2000바트 주고 데리고 나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간 디스코는 게이클럽이더군요.
무대에 올라 춤추는 아이를 쳐다보며 씁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갓 스물을 넘긴 젊다기보다는 아직 어린 아이..
아이의 직업과 성적기호가 나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 필사적으로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제가 안타까웠던 것은 이 아이에게 과연 인생에 대한 선택권이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선택이야 본인이 했겠지만은 올바른 판단력과 주관을 가지기에는 아직 힘든 어린 나이에 너무나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더군요.
영어도 꽤 잘하고 눈치도 빠르고 예의가 바른 똘똘한 아이였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착한 심성이 묻어나더군요.
조금 다른 환경과 조금 다른 조건이 주어졌더라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요..
지금과 많이 다를수도 지금과 마찬가지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왠지 못 다 핀 꽃 한 송이 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였습니다.
4 Comments
깔끔이야 2007.09.29 17:24  
  쿠마노네코(^^;;) 님~ 참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군요^^
만나뵙지 못한게,, 안타까워요^^

jbrother 2007.09.30 05:26  
 
인생에 대한 선택,
현실, 묻어나는 착한심성
가슴에 다가옵니다
빠이 두어이 2007.09.30 19:26  
  아~~~맘이 아파요~ㅠ.ㅠ
지은엄마 2007.10.14 20:49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참 암담하네요.. 웃을 수 있는 그가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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