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를 봤다.
<오펜하이머>를 봤다.
소문대로 호오가 강력하게 나뉠 영화다.
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몰입도가 뛰어나다.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관객을 빨아들이는 것은 대본의 힘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본을 잘 쓴 감독의 능력이다.)
몇몇 배우는 미스 캐스팅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대체로 뛰어난 것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 요소다.
배우의 연기력은, 감독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나는, 놀란 감독의 천재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란하고 빈번하게 사용되는, 그리하여 이 대목에서는 긴장하고 이 대목에서는 다음 장면을 기대해야 해, 라고 감독의 의도를 윽박지르는 듯한 음향의 과잉은 부담스러웠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누드신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키는 몇몇 장면의 음악과 스토리 라인은 자기 표절 느낌마저 들었다.
별 다섯 개 기준으로 내 점수는 별 세 개!
*뱀다리1: 내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배우는 트루먼 역을 맡은 게리 올드먼이다.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정치인의 속성을 제대로 보여준 연기력은 인상적이었다. 최근 태국 정치권의 요동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들려온다. 피타가 어쩌구 탁신이 어쩌구 떠드는데 내가 보기엔 도찐개찐이다. 정치인은 구세주가 아니다. 국민이나 정의 따위를 빌미로 자신의 탐욕을 실현시키는 존재일 뿐이다. 그런 정치인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시키지 말고, 나부터, 내가 있는 자리부터 하나씩 바로잡아 가는 게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뱀다리2: 상영시간이 길어서 도중에 후다닥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람이 10여명 있었다. 나는 끝까지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