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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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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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에 가던날.난 지하철만 두번 갈아타면 의정부였다.의정부가서 헤맬것도 없이 막 떠밀리듯 발을 옮겨보니 징집장이었다.부모님과는 아침을 먹고 엘리베이터앞에서 인사를 드렸다. "다녀오겠습니다"-"잘 다녀와라" 군대가 내 인생에서의 첫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동화속 그림처럼 날 사로잡았던 그곳은 레(Leh) 였다.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기차타고 버스타고 장장 4일을 가야 도착할수 있는곳.귀찮다.타지마할도 안봤는데 그까잇것 안보면 어때 난 생활인이야.현지 라이프 좋잖아 혼자 막 세뇌한다.귀찮아 멀어 거기까지 언제가..동네마다 관광 팜플렛마다 잡지마다 거기다. 인도 영화관을 가도 배경이 거기다.젠장알. 가보자 가보기로 했다.숨이 멈을것만 같은것이 단순 고산증때문에 정신을 놨던거라면 넌 (2화에 나왔던 일본아이)죽었다.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다름살라에서부터 길을 참 험해진다.버스만 타고 가는 3일.굽이굽이 계곡길.때론 일차선 때론 이차선.반대편에 차가오면 후진하기에도 아찔한 천길벼랑.생보 몇개나 들었던가.여행자보험도 안들었는데.인생의 회한 잠깐이다.잠깐마다 졸음이 오니깐.여행 다했다.레에 가면 바위산을 뚫어 집을 만든 곰파가 유명하단다.몰라몰라.잠깐 잠깐 세워주면 아무데서나 응가를 하고 쉬야를하고 아주 지치는 길이다.외국인은 나혼자. 다들 물끄럼히 보다가 하루만에 관심밖 대상이 되었다가 이틀만에 그들은 나와 생사를 나눈 동지가 되었다. 어디 좋은 생명보험 소개좀...그런 심정으로 올라가는 길.기본 해발 3천이 넘는 길.

참 눈이 선햇던 버스기사가 날 보고 웃는다. 요 언덕만 넘으면 앞으로 7시간만 더가면 목적지라고.사람들도 날 보고 웃는다.나도 웃는다.요 언덕에 오르면 몇분 쉬어가겠다고.웃음이 나온다.한두번 속냐.

사람들이 내게 뭍는다.살면서 언제가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냐고.그럼 난 한치 망설임없이 그날 그 10분후의 언덕에서 봤던 풍경을 이야기 해준다.

길이다.우리가 온 길위에 선 이세와는 다른 세상의 길.저멀리 잡힐것같지 않은 아득한 거리를 둔 만년설이 내 눈을 잠시 환각속에 빠뜨린다.산맥 구비구비 구름이 돌고 도는 히말라야.웅장.장엄.모 또...표현 할수없는 이 숨막힘. 고산증 초기? 그 밑으로 길이 나있다.형형색색 꽃들로 만발한 30여키로에 달하는 신의 정원 그 중앙으로 길이 나있다.나비가 날고 새가 날고 꽃밭이되 나무는 없다.그 언덕위에 섰다.

사실 인도 레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아있지 않는다. 매일보는 일상속의 풍경들. 내 인도에서의 여행은 그 길에서 시작해서 그 길에서 쑈부를 봤다.내 여행은 길이 전부다.


사진기에 대한 짦은 이야기.난 사진 별로다. 찍는것도 기계치라 잘못하고 잘 찍히는것도 좋아라 하지 않는다.왠지 사진속의 난 내가 넘 낯설다.그래도 알바해서 번 첫 돈으로 난 카메라를 샀다.삼성 slim 그냥 모델. 1993년도인가 2년도인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처음 번돈으로 카메라를 샀다.그리고 정말 열심히 찍었다.어딜 가도 내 주황색가방과 그 줌도 안되는 카메라는 나와 같이 했다.만년설도 사막도 늪지도 대도시도.필름도 사고 그러다가 인도에서 고장이 났다.5년인가 썼으니깐 잘 썼다.게스트하우스 종업원하나가 결혼을 한단다.그래 넌 결혼선물로 모가 가지고 싶으니 하니 내 카메라가 가지고 싶댄다.고장났는데 괜찮아 하니깐 괜찮단다. 그래서줬다.그리고 난 지금껏 카메라가 없다.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다.다니면서 카메라는 물론 그 흔한 mp3하나 안가지고 다닌다.이젠 장기여행은 꿈같은 이야기가 되었다.사진이 없다.다녔던 곳에서 만났던 이들은 현상을 해서 바로 줬다.잊지말고 기억하라고.사진이란건 추억이다. 요즘 나오는 디카는 나한텐 넘 어려운 기계다.예전 카메라있을때도 어려웠는데.점점 잊혀지는것들이 많아진다.기록이 필요할때다.마누라는 잘하는데.

찍은 사진이 없어 퍼온 사진 올리느라 둘러대는 쬐끔 길어진 변명 크크

산은 그냥 뒷산 사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블로그에서 스을쩍.

6 Comments
참새하루 2008.10.15 13:08  
  사진이 없는게 조금 이상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울것도 같은데...

저는 추억은 마음속에 담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
기억이 가물 가물 해질때
한장의 사진이 시간을 뛰어넘어
그 시절로 저를 돌아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는걸  알고나서는
사진을 남기려고 노력합니다

인도...껌님 글을 읽으니
가슴이 뛰네요 ... 어떤곳일지...가보고 싶은
마음이 구름처럼 퍼집니다
곰돌이 2008.10.15 15:20  
  4일....

전 안갑니다..

뭐... 이젠 못가지요 ㅜㅜ

그리 긴시간을 낼 여유(?)가 저에게도 없네요....

그냥 껌님의 글을 읽으면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사진으로 찍어서 기록하는 것.

저도 거의 안하는 것이지만...

머리속에 간직하는 추억도 쓸만 합니다^^;;
태한사람 2008.10.15 15:55  
  ㅎㅎㅎ..^^

 한장의 사진... 나름대로 멋지군요..^^

 젬 있당..^^
쮸우 2008.10.15 20:12  
  나같이 장이 약한 아이에겐 최악이구만.
무서워 덜덜덜
봉사랑 2008.10.16 12:59  
  슬짝하신 사진이 참 좋네요 ㅎ
항상배고파 2008.10.17 09:56  
  사진으로 찍으면...많은 사람들이.... 그곳에..못 가더라

두..... 같이..공감할순..있을듯.....

사진을...안 찍더라두..이미...마음에는. 찍혀 잇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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