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인도
문뜩 하늘을 올려다 보니 전기줄이 난무하다. 어릴때 국민학교 교정 운동장에 그냥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 보곤 했었다. 전기줄 없는 하늘아래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운동복 등판이 더려워져 집에 가면 어머니가 친구들로 위장된 같은반아이들에게 다굴당했는줄 알고 마음을 쓰시곤 했었다. 난 그냥 운동장에 누워서 전기줄이 드리워져있지 않은 하늘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그냥 하늘.
puri에 간다. 켈커타에서 기차타고 남으로 12시간을 밤새 가면 방콕에서 치앙마이 도착하듯 그렇게 거기에 흘러든다. 아는 사람없고 아는 곳없고 그냥 거기 가면 바다가 있단다. 사람이 몸을 담글만한.
장기 여행자의 첫날은 지형지물 파악이다. 거리를 느릿하게 걷는다. 담배도 하나 꼬나물면 좋겠지만 처음 왔다면 좀 바른생활어린이처럼 보이는것이 좋다.난 당신들을 해치지 않아요하는 얼굴.기형? 기념품 가게들.가짜 보석상들.식당과 게스트하우스.상점.그리고 조용하게 자전거점에 가서 3일이상 자전거 장기 대여를 한다.그리고 반경 3~5km내의 지형지물을 그냥 훎듯 본다.세심하게 관찰하면 경찰의 주의를 끈다.점심엔 여기서 먹고 저녁엔 저기서 먹고 밤 9시가 되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 눕는다.나름 분석.오래있을까 말까.그 식당보단 여기가 나은데.그리고 잔다. 그런 일과를 3일정도 되풀이하면 호객행위를 하던 상점주인이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나 다들 그냥 오래 있을 아이구나 인식을 하기 시작한다.이놈은 물건을 사지않는다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시작한다.
3일후, 손님이 없는 기념품가게,보석가게 주인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지들도 심심하니 별로 그닥 계면쩍을 일이 없다. 차를 내온다.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옆가게에 가서 안면트고 차 마시고, 다시 사이클대로 식당가서 꼭 같은 자리에 가서 앉는다.영역표시.몰 구지 싸서 발라놓을 필요는 없다.매일 같은 식단의 메뉴를 골라 먹는다.산지에 가면 산지 음식을 먹자. 해산물많이 나는 해변에 가면 해산물을 먹는다.(그땐 안비쌌어요 요즘엔 비싸다고 하네요) 그날 잡은 싱싱한것은 앞으로 10여일 후면 알아서 시장서 사오면 조리값만 받고 요리를 해준다. 6일째정도가 지나면 거의 이 중심 골목의 거의 대부분의 주요인물들과 친해진다. 차 마시고 싶으면 차 마시러 상점에 들리고 배고프면 언제나 내 자리가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아서 그날 잡은 생선이나 새우로 배를 채운다.랍스터하고 감자는 참 궁합이 잘 맞는다. 아침에 대충 일어나면 아침 8시쯔음 된다. 아침 기차를 타고 누군가가 날 찾아온다. 몇일전 켈거타에서 여기서 껌찾으면 편하게 잘 지낼거라고 소개받고 왔단다. 입싼 일본아이들.이미 게스트하우스 3층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의 방집세를 다 줘버렸다. 배고프니깐 거서 일하는 11살 먹은 아이에게 간단하게 먹을 아침거리를 시킨다. 게스트 하우스에 붙어있는 식당에서 3층까지 친절하게 배달을 해준다.팁은 없다. 주인이 받지 말랬단다. 한달정도 지나면 그는 나와의 공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질것이다. 게스트하우스 방을 내 아래층으로 잡아주고는 3층에 올라와 녹차를 한잔 한다.책을 30여장 읽고 내려와서 주민들과 인사를 하고 3잔정도의 인도차를 마시고 바닷가 산책을 하면 마약상들이 와서 아는척한다. 내가 데리고 온 애들한테 팔다간 혼난다.점심이 되면 그동안 모인 사람들과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한국요리 만드는 법을 알려달란다.삼계탕.닭개장.양배추김치.. 곧 메뉴에 추가가 된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쉽게 한글간판도 만들어 달란다. peace - 평화식당이라고 그냥 써준다.좋댄다.점심 낮잠을 잘라고 어기적 들어갈라하니 브라만 친구가 와서 오늘 종교 예식에 필요한 것들을 사러 장에 가니 같이 가자고 인력거(사이클릭샤)를 보내왔다.같이 타고 장을 보고 군것질 거릴 사고 먹고 돌아오니 내가 안가는 식당주인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날 기다린다. 저녁은 어쩔수 없으니 점심만이라도 우리 식당에서 먹어달란다. 관광객들이 다 한곳만 몰려가는게 아무래도 누구탓같단다.점심을 와서 먹어주면 음식값을 안받겠다고 한다.땡잡았다. 한달이 지나면 보통 한군데만 것도 주인이랑 친하면 음식값 제대로 안내고 먹을수 있다.구지 의 상할 그리고 땡기지 않는 일은 할 필요가 없다.2달정도가 되면 그도 포기한다.앞에 사는 인도지식인이 오늘도 체스를 한판하잖다. 담배 2개피 내기. 차라리 사서 피고 마는것이 낫다. 기본 1시간에서 2시간. 내일 마져두기로 하고 저녁먹으러 평화식당엘 간다.사람들이 모여있고 생선 도매업을 하는 바닷가에서 만난 친구가 보내준 생선으로 조리값만 내고 음식을 먹는다.받는 돈도 사장 맘이다.인도친구들은 생선요리를 관광객에게 팔고 난 그들을 위해 너무 안그런듯한 호객행위를 해준다.매일같이 축제다.오늘은 락슈미 내일은 크리슈나 어제는 시바. 하여튼 어느 인도 철학자가 한말대로 지들도 인도신이 도대체 몇명인줄 모른단니깐 접어두자. 가서 불피워놓고 오늘도 무사히를 이야기 하면서 각자의 숙소로 돌아간다. 술과 남은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으로.
내일 아침 일찍 6시에 바다에 나가면 10만 어부들이 사는 작은 흙집들이 모여있는 동네에서 다들 아침응가를 하러 바다로 나오는 장관을 볼수 있다.응가먹고 잘 자란 물고기들의 바다.비스듬히 누운 파아란 하늘. 누구한테나 공평한 하늘.
강가 어머니의 젖줄이라는데 그거 쳐마시고 애들이 과연 무럭무럭자랄수 있을까는 의문이 드는 갠지스의 도시 바라나쉬.켈거타에서 기차를 타고 아무생각없이 멍때리고 있으면 도착하는 그곳.맨날 물어본다.여기서 저기까지 갈려면 얼마나 걸려요? 가봐야 알죠.인도니깐.바라나쉬이야기 하기전에 시간과 개념에 대한 잠깐의 이야기 (또 길어질것이 분명하다).뻥친 껌. 당연하지 이야기가 2개니깐.
이야기 하나. 위에서 있던 동네에서 난 한달에 8만원을 썼다.거의 매달 100$짜리 하날바꾸는데 이태리 친구가 자긴 송금받아야 하니 대도시를 가야 한단다.그래서 버스로 5시간걸리는 아우랑가바드(인도동부 오리샤 주도) 큰 은행에 가기로 했다. 짜식,물론 그놈이 모든 경비를 지불한다.버스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탄다.난리다.맨 뒤에 가서 앉는다.버스가 출발하고 달린다.그러다가 멈춘다.그리곤 안간다. 무슨일인가 우리만 궁금한 모양이다. 태연한 그들.지구인아닌 인도인.버스기사가 친구를 만나서 그 친구랑 사라졌단다. 그래서 2차선 도로에 버스가 서있는거란다.한 20분 되니 기사가 돌아와서는 모라모라 하는데 그게 자긴 이친구랑 술한잔해야겠으니 아무나 몰고 가란다.그래서어떤 아무개가 운전대를 잡았다.차는 무사히 아우랑가바드에 갔다.화는 나지 않았다. 새로 바뀐 기사가 예상보다 30여분 빨리 도착했다.
바라나쉬에서 켈거타로 돌아가는 기차역에서의 두번째 이야기.
기차표를 예약을 하고 떠날날이 되고 기차역으로 갔다.인도의 진짜는 역쉬 기차역이다.모든 정서를 느낄수 있는 곳.가족과의 .친구들과 연인과의 이별과 만남이 있는곳,번잡하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기차란다.시간이 됐다.기차가 오지 않는다.물론 정시에 기차가 오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대도시는 모르겠지만.한시간이 흐르고 두시간이 흐르고 기차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술렁인다.오늘 지대로 한껀 할 모양이다.입이 방정이다.역장이 방송을 한다.잠시 기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양해를 바란단다.2시간이 잠시? 인도니깐 가능하다.오전 출발예정이던 기차가 늦는다. 5시간이 지나자 환불사태가 일어난다.인도인들이다.흥분한 인도인.불상사는 없었다.불행하게도.남은 사람들은 기차를 기다린다.나도 갈곳이 없다.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역에 있던 외국인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다가든다. 어디서 온 누구들.이내 하나가 된다.10여명 남칫.운명공동체.누군 어디서 내리고 어떻게 여행을 했고 어디로 갈거고.난 꿈이 모고. 하여튼 장황하다.장황하게 정신놨던 1人.기차는 저녁까지 올 생각을 안오고 이젠 온다는 말만 했던 그 역무원들도 퇴근을 한다.그러면서 기차는 온단다.해가 진다. 조를 짰다. 음식구하러 가는 조.짐지키는 조. 불침범조.얼시구 그 와중에서도 눈이 맞는 커플도 보인다.그렇게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었을 무렵,역무원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말해주었다.
"지금 저기 태양을 등지고 들어오는 기차가 너희가 기다리던 그 기차라고."
20여시간.인도인들은 불굴의 투지로 기차를 만들어냈다.그는 이렇게 이야기를 해준다. 오기로 했던 기차가 사라졌다고.그래서 차량 이동네 저동네에서 각출해서 붙여서 오는거라고.아무렴어때. 기차에서 파는 식권을 공짜로 주는데.기차가 움직이고 정거장에 여러번 서고 그동안 정들었던 친구들과 뜨거운 포옹을 통한 이별을 하고, 같이 내려서 같은 숙소에 들어가서 또 다시 광란의 불바다.어쨋든 기차는 왔고 목적지에 갔다.
그러니깐 이건 왜이래요 언제와요 하는 말은 적어도 나한텐 하지 마라.
한국인 유학생 형이 있었다. puri에 왔다.역쉬나 이런 놈이 저기 산다고 거기서 누군가 알려준 모양이다. 행색이 보통이 아니다. 여느 관광객은 아닌것 같던 그형을 만나서 자기가 공부하는 곳이 이곳이니깐 나중에 오면 재워주고 맥여줄테니깐 오란다.그래서 갔다.정말 자기한테 올줄 몰랐단다.아직 내 머리는 대머리가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세상에서 꽁짜가 젤좋다.세계에서 두번째로 크기만 큰대학이란다.하여튼 무지 크단다.바라나쉬힌두대학교.동양철학과 예능쪽에서 굉장히 인도에서 인정받는 대학이란다.대학내에 버스노선이 몇개가 된다.원형으로 만들어진 대학중심엔 커피숍이 있는데 거기 카푸치노는 이태리껏보다 낫다.하기야 맨날 까만 흙내나는 커피틱한 고도의 농축된 물만 주는 인도에서 그나마 지대로된 커피를 먹자고 인도의 중심부까지 처 들어가서 먹는 커피니 오죽하겠냐.유학생들이 있다. 친하게 지낸다. 좋은 사람들.좋은 스님들.비구니되시는 분들도 오셔서 공부를 하신다.한분은 엄마하기로 했다.좋아하는 모든 인연들이 다 학교에 가면 난 혼자서 논다. 아장아장 걸어나가서 화장터에간다. 맨날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맨날 난 나가서 사람 하나 타는걸 다 보고서야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다.사람이 불에 타기시작하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뚱뚱해진 지금의 날 보면 다시 날씬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것도 뚱뚱한 사람의 냄새가 더 지독하다. 향을 뿌린다.그래도 사람 타는 냄새 역하다. 삼겹살 냄새같진 않다.시체는 보통 50kg정도 되는 여자의 경우 4~4시간 반정도 탄다.최장 10시간 이상 타는 시체도 봤다.죽은 육신에 덥은 천에 불이 붙고 피부를 태우고 맨 먼저 관절이 떨어져 나간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주위를 어슬렁대던 더러운 개는 걸 물어갈려고 한다. 시체 태우는 이도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나무작대로 관절을 찍어 불길로 다시 얹어 놓는다.코가 녹기 시작한다.눈이 어느덧 사라지고 없다.배가 꺼진다. 가슴에서 불이 일어난다.바라나쉬는 갠지스강을 가로질러 올드포트지역과 사람사는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영국애들이 인도에 들어오기 전만해도 사람사는 쪽에서 강건너에는 사람이 살지 못했다. 신이 사는 곳이라 해서 오직 시체를 태우는 사람들만이 거길 건너가 나무를 해올수 있었다.그리고 그 나무만이 갠지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쓸수 있는것이었다.금값 땔감. 보통 7시간정도 태우는데 필요한 나무값이 몇천만원한다니깐 그런가 보다 하자.그렇게 비싼 땔감이다 보니 다 못태우면 그냥 그대로 둔다.근육들이 거의 다 타고 내장을 태우면 거의 마무리 단계다. 불씨가 잦아들고 꺼지면 뼈든 타다남은 나무든 재든 모두 다 강에다가 쳐넣는다. 영생을 위해서. 강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TV에서 많이 본 장면 사람들이 벗고 들어가 어머니의 젖을 어루만지며 축복을 받는다.다이빙도 하고 입에 갠지스물을 머금다가 뺏는다.조금만 올라가면 이런 화장터가 나온다.그리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물소떼를 키우는 목장이 나온다.조금만 거기서 올라가면 화학염색공장이 나온다. 수은도 들어있댄다.
강가. 작은 포대에 씌워진 무언가가 흘러간다.까마귀가 올라앉아 그 포대를 쫀다.돈없는 아이들이 죽으면 그렇게 하는데 그래도 어머니품에서 보낼수 있음에 감사한단다.
강가에 밤이 찾아오면 그 많은 순례객들은 다들 숙소로 돌아가고 화장터의 남은 불씨만 남는다. 그 늦은 시간.한 곳에선 축제가 또 벌어진다. 아씨가트. 대부분이 대학생이고 대학원생들이다. 위에는 피자집이 있고,인도차를 파는 작은 천막이 있고. 사람들은 그 늦은 밤에 모여서 정치와 경제가 빠진 철학과 예술로 밤을 새운다. 계단식 구조. 이쪽에선 철학을 논하고 저쪽에선 악기를 연주하고 그리고 그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한다.유럽학생들도 많다.하나의 음악이 시작하면 다른 악기가 붙어서 자연스럽게 잼을 연출한다. 플라톤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자. 철학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던 나를 거기서 만난 여러 교수나 학생들이 바로 잡아준다.열린 그들만의 세계.그렇게 매일밤 거기에 가면 축제가 있었다.화덕에서 바로 구워주는 씬(thin)피자.맛있었다.
너무나도 많은 전기줄로 엮인 바로 당장이라도 전기사고가 날것같은 위태로움의 하늘을 가진 인도에서 난 그냥 놓여있었다.
-몇일동안 자판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자판이 고장나서 완전 속된말로 표현할 만큼의 의지력 시험에 드었었거든요.쓰다보니 양이 많아지네요. 이해해 주시리라 믿고 계속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