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의 여행은 타인의 여행기와는 달리 이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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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의 여행은 타인의 여행기와는 달리 이 모양인가...?

고구마 10 1714


라고 생각하는 여행자분들도 계실거 같아 짧은 생각 잠시 풀어봅니다.


이건 구체적인 여행정보는 아니긴 합니다만...
우리 카페와 홈페이지에 수많은 게시판과 글이 있습니다.
그 복잡한(?) 정보 중에 무엇을 가장 먼저 파악해야 될지, 그리고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느끼는 괴리감을 어떻게 삭혀야 될지를 뭉뚱그려서 끄적여봅니다. 혹여 여러분의 생각과 맞지 않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세요.


아마 많은 여행자들이 여행 전에 게시판이나 책을 잘 보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게 사실 암만 들여다봐도 머릿속에 쏙쏙 잘 들어오는 편은 아닐거에요. 내가 살던 곳을 설명해놓은 것도 아니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거리를 이쪽저쪽 장황하게 설명해놓다보니 아무리 들여다봐도 막연할 뿐이고, 현지에 가서 한손에는 스마트폰, 한손에는 프린트한 지도를 들고 헤매봐야 비로소 감이 잡힐 듯 말 듯 합니다.


각종 여행사이트와  블로그와 카페, 요즘은 유튜브 같은 동영상 등에서 정말 많은 여행정보를 접하게 됩니다. 그 중에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고생담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기는 낭만과 즐거움이 폴폴 ~ 날리고 상쾌하고 맛있고 향기로운 그 무엇들로 넘쳐나지요.  


태국(그 이외의 나라들 역시...)을 앞에 두고 있는 초행의 여행자들은,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타인의 여행기에 상상의 나래를 펴고 동화되면서 자연히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아~ 얼마나 달콤하고 낭만적이며 재미있는 일들이 나의 태국여행에도 펼쳐질까...? 냐하하하하하~~~'


그러나... -_-;;
실제로 가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가끔은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편하고 저렴하게 가볼 요량으로, 교통 조인트 티켓을 구매했더니 나를 이리 저리 팔아 넘겨서 몇 푼의 커미션을 취하고자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수를 쓰는 몇몇의 못된 현지 여행사들... 


안 그래도 물설고 낮설은 곳이라 소심하게 식당에 앉아 있는데, 나한테는 신경도 안 써주고 불러도 잘 오지 않는 무심한 태국인 종업원들...


여행의 첫 발걸음을 떼는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 체크인을 하는데, 억양이 묘한 태국식 영어로 블라블라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몇몇 앙칼진 숙소 스텝들...


그리고 자욱한 매연에 눈이 아프고 더운 날씨에 지친 나머지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한 2킬로미터만 택시 타고 가려고 잡았는데, 온 동네방네를 뱅뱅 돌아 미터요금이 무려 300밧을 넘게 만드는 아연실색할 몇몇 택시기사들...(돈이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구!!)


처음에 계약할때는 철석같이 약속해놓고는 나중에는 딴소리 하는 몇몇 썽태우, 뚝뚝 기사들...


만나면 다 친구가 될 줄 알았건만, 나 지금 다른 외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은근히 따 당하고 있는거?


남들은 다 좋다고 그랬던 숙소인데, 와보니 덥고 불편하고 도대체 뭐가 좋다는걸까?


그 외 크고 작은 사기와 바가지 등등


이렇듯 여행 중에 맞닥트릴 수 있는, 지뢰밭은 넓고도 다양합니다.


물론 저런 경우를 다 당한는 건 운이 지지리도 없는... 뒤로 넘어졌는데도 콧대랑 이까지 다 나가는 희박한 확률이겠지만, 어쨌든 힘들게 시간을 내서 온 휴가에 저런 일 한 두 가지라도 끼인다면 정말 기분이 확~ 다운되지요.


이쯤 되면 여행자는... 자책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내가 준비가 부족했나보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보다... 라구요.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잘못하는 건 없습니다.
각자 알아서 항공권 끊고 비행기 타고 건너와서 지도 보고 길 찾아가고 낮선 음식 주문해서 먹고 체크인/아웃하는 이 모든 일들이 사실은 만만찮은 미션들이에요.
잘못하는 건 몇몇 소수의 싹퉁바가지 태국인들이지요.
여행자를 상대로 하는 일부 태국 현지인들의(여행업자/운수업자/식당 관계자 등등) 태도는 왠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마음을 삭막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좀 더 거칠어지고 더 교묘하기도 하고 더 능수능란해졌달까요? 

 

물론 대부분의 여행자는 여행의 대부분을 좋은 시간으로 채워오실테지만, 혹여 좋지 못한 경우를 당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책망하는 일은 하지 말기를... 아무리 준비를 해도 여행자와 현지인 사기꾼이 맞붙으면, 여행자가 당해낼 수가 없답니다.

 

큰 사고 없이 그냥 저냥 무난하게 다니기만 해도 여행은 평균이상의 성적(?)을 거둔 셈입니다. 아무리 게시판 정보를 정독한다 해도, 막상 낮선 여행지에 가면 정보가 내 머릿속에서 즉각 활성화 될수도 없는거고 깜박 하는 사이에 걸려들 수도 있어요.

 

또 한가지. 말이 잘 통하는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오해가 있는데 대부분의 외계어 수준의 말과 아주 작은 영어 몇마디로 의사소통을 하는 외국인과는 서로 오해가 필히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당한건가? 라고 생각하는 그게 사실 당한게 아니고 단지 의사소통의 오류에서 오는 오해일 수 있습니다.

 


갈수록 더 복잡하고 생각할게 많은 세상. 그냥 이러한 경우들이 내게도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내 탓이 아니라는 것, 또 뭔가 나쁜 일을 당한게 아니라 서로의 오해 일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듯해요.


끄적끄적 잡설을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10 Comments
베트남MTB 2010.03.17 13:13  
내가 보면 고구마님 참 글잘쓰셔~~부럽!!!
포맨 2010.03.17 13:15  
쏨분디등의 최근사례와 며칠전에 올리신글...
환상과 현실사이의 괴리...기대치와 실측치의 차이...
동감입니다.

어느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리 여행박사라도 초창기에는 남모를 면상팔림이 존재합니다. 근데 포맨은 지금도 진행형이라 문제지만요...

하여간...사람의 뇌는 출중하고 간사해서 좋은 기억만 남기고 나쁜기억은 휘발류와 같이 날려버립니다. 그런 결과물들이 여행기에 나타나고...그게 타인의 눈엔 상당히 근사하게 보이는거겠지요. 그래서 나도가면.....?....이라는 기대치를 낳고 막상 가보면 날못잡아먹어 안달내는 씨암육교멍멍이그지같은 콘타이들을 만나고 그럼 갔다와서 두 부류로...타이사기꾼들아 내여행을 물리도오~...나, 내여행은 아름다웠다로 포장하거나...그럼 포장한거 보고 또 가고....

결론은 성인들이니 만큼 보험약관(?)을 정독하고 좀 더 너그럽게, 좀 더 여유있게 하는게 정답일거 같습니다.
쓰다보니...비슷하군요...
가만보니...

그래도 가끔 내국인요금으로 입장가능하시잖아요!^^
곰돌이 2010.03.17 13:17  
고구마 님께서 이번 여행에는 고생이 많으신가 봅니다...ㅜㅜ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하고 가더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기더군요..ㅜㅜ

" 내가 다시 태국을 오면.  성을 간다 !! "  라고 다짐을 하고 돌아 왔는데....

딱 한달후에 태사랑을 누비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고구마님 말씀처럼...

 ' 나에게 나쁜일이 생길수 있다  '  라는 것을,  전제로....  여유롭게(?)  여행하는게 좋을 듯도 합니다 ^^*
포맨 2010.03.17 13:23  
아예...호돌이님......

농담입니둥...^^
고구마 2010.03.17 14:08  
고생까지는 아니여요. 다행이도요 ^^
그냥 오다가다 듣게 되는 다른 여행자들의 에피소드를 알게되면
이래 저래 좀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_-;; 구체적으로 쓸수는 없지만 말이에요.

내국인 요금 입장 이 이제는 잘 안되더라구요.
왠지 간이 콩닥콩닥 거려서....에구 그냥 화끈하게(?)내고 말자 합니다.  ^^
태순이 2010.03.17 20:51  
경계와 여유 사이를 어떻게 조절하는 가가 관건이 아닌가 합니다
수이양 2010.03.18 12:41  
음.. 알랭드보통 의 여행의 기술.. 유명한 책이죠..
구마님 글읽으며 그 책을 읽을때 느꼈던 느낌을 조금 받게되네요..
그리고 팜플렛 속에 해변과 직접 가서 본 해변은 분명 다른 다는 구절도 생각나구요..

기대의 포커스는 항상 내려두고 가세요..

쉽진 않지만..
케이토 2010.03.20 10:54  
다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게 되는게 바로
여행이 가진 마법같은 힘이 아닐까요.
힘든 기억도 지나고나면 다 추억이니까요.

저도 여행 다니면서 온갖 험한 일 다 겪어봤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냥 웃음만 나와요. ;-)
어쩌면 그렇게, 마음이 더 자란건지도...
우성사랑 2010.04.10 14:28  
가이드북도 본인이 그 지역을 한번 경험해야지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참고자료일뿐이지요
날자보더™ 2010.04.28 01:15  
백번 지당하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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