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띠 : 마르께시따
로띠 만드는 걸 여러 번 구경했는데 이게 간단한 음식처럼 보여도 손재주 혹은 숙련도가 좀 필요한 음식이겠더라고요. 밀가루 반죽을 얇으면서도 넓게 펴야 하고 또 그걸 찢어지지 않게 팬 위에 펼쳐 놓는 게 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뭐, 잘하는 사람은 거의 한 동작인가 싶을 정도로 후다닥 만들긴 하더군요.)
로띠와 비슷한 한국 음식으로 호떡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던데 사실은 비교하는 거 자체가 무안할 정도로 다르죠. 그런데 멕시코에는 로띠의 자매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음식이 있습니다.
마르께시따(marquesita)라는 길거리 음식인데 멕시코 동부 유카탄 반도 지역의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이랍니다.
대부분의 음식이 언제 어디서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데 마르께시따는 이 부분이 매우 명확하더군요. 1938년에 유카탄 반도에 있는 도시, 메리다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던 돈 레오폴도 메나라는 상인이 겨울철에는 아이스크림이 잘 팔리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아이스크림 콘 속에 치즈를 넣어 판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치즈와 과일잼만 넣어 팔았는데 이게 인기를 얻고 주변 지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바나나, 망고, 딸기, 키위와 같은 과일들도 넣어 보고 과일잼 이외에도 연유, 꿀, 카라멜, 누텔라® 등이 더하기도 하면서 맛의 폭이 넓혀졌다는군요.
아무튼 로띠와 마르께시따는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아요. 물론 차이점도 분명하고요. 차이점을 먼저 말하자면 모양이 달라요. 로띠는 반죽을 접어서 납작한 사각형으로 만드는데 마르께시따는 돌돌 말아서 원통형으로 만듭니다. 반죽도 달라요. 로띠는 밀가루 반죽을 튀기 듯 익히는 반면에 마르께시따는 웨이퍼(wafer) 또는 크레이프 반죽을 굽는 방법으로 만듭니다.
그런데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로띠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비슷합니다. 만일 마르께시따를 돌돌 말지않고 접는다면 외형적으로도 로띠와 같아지겠지요.
두 음식에 사용되는 재료는 거의 동일하지만 마르께시따는 태생이 치즈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지금도 많든 적든 치즈채를 넣습니다. 통상적으로 에담(Edam) 치즈를 사용하는데 고소하면서도 미미하게 떨떠름한 맛도 있는 치즈죠. 혹자는 호두맛에 비유하기도 하더군요. 약간 딱딱한 치즈 종류여서 강판에 밀어 가늘게 채 썰어서 사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치즈가 마르께시따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
https://youtube.com/shorts/MrR5_jy7IPQ?feature=shared
(정통적인 마르께시따에서는 좀 벗어난 감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마르께시따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 주기엔 충분한 듯 합니다.)
근데 마르께시따는 역사가 길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은 유카탄 지역 특산물 정도의 위치에 그치는 듯 합니다. 칸쿤을 비롯한 리비에라 마야 지역에서는 매대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데 중부의 멕시코시티나 서부의 아카풀코 같은 곳에는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찾아 보기가 어렵다네요.
로띠와 마르께시따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를 때는 들어가는 재료만 보고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로띠는 인도 말레이쪽에서 유입된 음식이고 마르께시따는 메리다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서 그런지 딱히 접합점을 찾을 수는 없더군요.
그럼에도 사용되는 재료나 만드는 과정이 로띠와 많이 비슷해서 '접으면 로띠, 말면 마르께시따' 라는 생각을 털어내기가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