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이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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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이제라도..

sarnia 8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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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지금까지 홍콩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 이었다. 

홍콩에 잠시 기착한 적은 있었다. 

첵랍콕 국제공항을 착륙하고 이륙할 때 비행기 창밖으로 드러난 전경을 보면서 도시본색 특유의 좋은 느낌을 받았다. 

 

좋은 느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도시에 가길 망설였던 이유를 딱 집어내 말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아마도 홍콩이라는 여행지가 풍기는 진부한 이미지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로 치면 007 시리즈 영화 비슷해서,

왠지 보고 싶은 마음도 나지 않고, 평론해보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들지 않는 그런거.. 

 

그 '진부한 도시'에 가는 '루틴한 여행자'는 얼마나 되는지 검색해 보았다.

여행자를 분류하는 기준에 따라 통계가 조금씩 다른 것 같긴 하지만

1 년에 6 천 만 명 가량이 이 도시로 여행을 간다는 통계를 발견했다.

이 숫자에는 중국 내지에서 오는 여행자 1 천 9 백 만 명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어쨌든 홍콩은 나라도 아니고 일개 도시에 불과한데,

한 도시 방문객 수가 관광대국 태국에 오는 외국인 전체 여행자 수의 두 배.

한국에 오는 외국인 전체 여행자수의 세 배, 

방문객 수 2, 3, 4 위 도시 라스베이거스, 런던, 파리를 멀찌감치 뒤로 제끼고 부동의 1 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런 통계들을 보면서 홍콩에 대한 내 생각에 뭔가 잘못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며칠 전 서양인 친구와 이야기 도중 그가 1 백 개 국 이상 돌아다녔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그가 다녀왔던 여행지 중 홍콩이 그에게 가장 인상깊은 여행지로 남아있는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홍콩이 '의외로' 인상깊은 여행지였다는 말을 들은 적은 몇 번 더 있었다. 

 

근데 어찌된 일인지 이 도시에 다녀 온 사람들은 '내가 홍콩에 다녀왔노라'고 먼저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물어보면 그제서야 홍콩에 가 본 적 있다고 대답을 하곤하는데 

마치 못갈 데 다녀오기라도 한 것 처럼 쭈뼛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여행 다녀오실때마다 자상하게 여행기 올려주시는 outspoken 여행자들도 (수줍음이 많아 게시판에서 이런 이야기 잘 못하는 내가 가장 부러워하면서 존경하는 사람들이다) 홍콩 이야기만큼은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홍콩에 가서 지루했다거나 실망을 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결국

내가 지금까지 엉터리 선입견 때문에 매력적인 대도시 여행지 한 군데를 놓치고 있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비행기 타는 것도 지겹고 어디 특별히 가고 싶다는 의욕도 없어서, 

오랜만에 한 번 씩 바람이나 쐬러가는 나같이 소심한 여행자는 

이른바 '여행고수'들이 극화한 여행기만 믿고 생소한 곳에 덜렁덜렁 갔다가 혼자서 분통을 터뜨리기 보다는 

패키지나 따라 다니든지

아니면 다수의 여행자들이 변함없이 몰려가는 여행지를 우선 선택하되, 

그 곳을 제대로 알고 가는 것이 여행을 실패하지 않는 지름길이라 여겨졌다.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자마자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또 변덕이 나기 전에 미리 쐐기를 박아놓기 위해서였다. 

 

홍콩 직항은 초장거리에 속하는 13 시간 비행이라

마지막 클릭하기 전 스탑오버로 변경해서 비행기표를 구입할까 하고 잠깐 망설이긴 했지만

그냥 직항으로 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서울에서 며칠 머문다) 

 

비행시간은 길어도 

비행기 편명 (flight number) 은 그 도시의 진부한 이미지와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홍콩으로 가는 싸르니아의 플라잇넘버는 007 편이다. 

 

007 편을 발권한 기념으로, 오늘은 평소에 안 보는 오락영화를 한 편 봤다.

고등학생 때 본 적이 있는 the spy who loved me (나를 사랑한 스파이) 였는데,

어렸을 때 봐서 그런지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8 Comments
kairtech 2017.07.24 07:52  
007 편이라하니
내기억이맞다면 타이항공인듯(아닐수도  가물가물)
방콕발 로스앤젤레스 비행편 김포경유
 대한항공 사할린추락편도 007
첵랍콕공항은 경유때 이용한적은 있어도 홍콩은 안가봤네요
카이탁공항운영할때 두세번 홍콩에들려 구경했던기억이...
하늘에서보는 홍콩은 제가기억하는홍콩에비해 지역도 넓어지고
너무자주 미디어에 비치곤해서  안가봐도 가서본듯 착각이 들정도네요
나와는 코드가 맞지않는지역이라 다시가고픈마음은 안드네요
당시 미주편중에서 가장싼 항공사가 타이항공이라 자주이용했었고
80년대후반  미주출장중에 기장에게 메모전해 747-400 cockpit구경했던기억도  나네요
지금은 불가능한 에피소드네요
좋은 여행하시고  후기 기대해봅니다
sarnia 2017.07.24 08:40  
누군가가 덧글에서 혹시 그 비행기 이야기하시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글 올리자마자 kaitech 님께서 KE007 편 말씀을 하시는군요.
부적삼아 미리 털고 갑니다. 

아시겠지만, 대한항공 007 편은 086 편으로 편명이 바뀌었습니다.
조현아 씨가 말썽을 일으켰던 그 비행기지요. 

항공사에 관계없이 태평양 횡단노선 플라잇넘버는 다 0 으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제 비행기는 에어캐나다인데
토론토-도쿄 001
밴쿠버-도쿄 003
토론토-도쿄(2) 005
밴쿠버-홍콩 007
캘거리-도쿄 009 .. 이런 식으로 나갑니다.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복잡하고 혼란스런 대도시 여행 좋아하니까요.
다만 아쉬운 것은,, 왜 이제야 생각이 난건지..
참새하루 2017.07.24 16:17  
sarnia님의 즉흥적이지만
결단하고 실행하는 추진력은
부럽습니다
홍콩에 쇼핑좋아하는 친구 덕분에
두어번 끌려가다 시피 강제연행 당한 기억이 ㅎㅎㅎ
어렸을적 본 홍콩느와르 영화의 감흥 때문일까요
홍콩 밤바다의 야경 과
어지러운 골목길 간판길이 기억에 남습니다
꼭 삼각대 가지고 가셔서
홍콩 야경 촬영해보세요
남는것은 사진 뿐일듯 합니다

홍콩을 지금까지 안가보셨다니
도시를 좋아하는 여행가이신
sarnia님이 정말 좋아하실 도시일겁니다
sarnia 2017.07.25 05:37  
마음에 드는 호텔은 많은데 가격이 맘에 드는 호텔은 별로 없군요. 싱가폴도 호텔이 비싸더니 홍콩도 비슷하네요.

오.. 저 삼각대 없어요.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삼각대 없어도 야간사격 요령으로 촬영하면 흔들리지 않고 웬만큼 나오더라고요.

가을에 서울에 가신다고 들었는데, 일정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한국에도 열흘 정도 있을 예정입니다.
K. Sunny 2017.07.25 19:20  
저도 연말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도시로 꼽고 있기는 한데, 가까운데도 한 번을 못 가봤네요.
즐거운 여행하고 오세요~~ 오랫만의 글이라서 더 반가웠어요 sarnia님~~
sarnia 2017.07.26 09:19  
등잔밑이 어두워서 가깝고도 유명한 곳은 더 안 가게 되는 것 같아요.
홍콩은… 언젠가 방콕 가는 길에 들렀었지요. TG 629 있잖아요. 기내식 두 번 주는 비행기.
제가 여긴 정말 오랜만에 왔군요. 이름이 멋진 써니님은 오래 된 친구처럼 항상 반갑습니다 o/
어랍쇼 2017.07.26 17:53  
그럼 지금 홍콩에 계신건가요??
저도 홍콩여행은 한번 가보고 그 기내식으로 사육 당한 TG629도 한번 타봤네요~(뱅기는 사르냐님 덕에 생각났네요~^^저는 방콕서 한번 또 타서 기내식을 3번먹음 -_-)
이상하게 홍콩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읽다보니 하나 두개 계속 생각이 나네요..
생각하다 보니 꾀 괜찮은 도시였던거 같네요..
뭔가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버무려 놓은듯한...그런 느낌이 남아 있어요.
sarnia 2017.07.27 03:17  
옛것과 새것의 어우러짐, 그게 매력의 핵심 맞습니다. 어랍쇼님은 천재감각을 지닌 여행가 같습니다.

옛것이란 고궁이나 사찰같은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근현대 생활도구가 포함되지요. 전차라든가 구형버스, 오래된 근대식 건물 같은 건데, 서울은 유럽이나 중동 도시들보다는 역사가 짧기 (600 년 좀 넘었죠) 때문에 고궁 등 중세유적으로는 한계가 있고, 근현대사 흔적들이 중요한데 그걸 다 없애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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