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부리 원숭이 사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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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부리 원숭이 사원에서

클래식s 0 356
오늘 프라 쁘라 쌈 욧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일단 가는길부터 원숭이 천지더군요. 외국인들이 인도에 서서 전봇대를 계속 사진찍길래 뭔가 봤더니 전깃줄에 참새 대신 원숭이들이 10여마리 타고 앉아 있었습니다.  인도에 원숭이 오줌냄세랑, 응가 냄세도 지독합니다.  먹다가 던지는 옥수수대 부터 해서 음식 쓰레기도 넘치고요. 현지인들 그런거 치우면서 짜증 안내는게 신기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커다란 물통을 원숭이들 물 마시라고 인도에 채워뒀더군요.
 
 그리고 바로 안타까운 장면을 보게 됬습니다. 한 암컷 원숭이가 신생아 죽은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는걸요. 축 늘어진게 죽은지 하루 정도 되보이던데 가슴이 먹먹해 지더군요.
 
 세 손가락 사원으로 유명한 프라 쁘라 쌈 욧은 국내에서 많은 프로그램이 취재해간 곳입니다.
저녁마다 원숭이 밥주는 할머니 같은 경우 저도 감명깊게 봐서 오늘 만날까 해서 오랜 시간 있었는데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사원 굳이 안들어가도 작은 사원이어서 밖에서도 다 보입니다.  외국인들도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실 200마리 원숭이 떼 한가운데에 서있는 다는거 조금 두렵습니다. 발리 같은데서 원숭이한테 당해본 사람이면 그 공포를  알겁니다. 안경이고 모자고 간에 잡히는데로 다 뺏어가는 원숭이떼요.  다행이도 여기 원숭이는 그렇게 포악하지는 않고 그냥 장난이 심한 정도입니다.  생각한 바가 있어서 먹을건 일절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뺏길수 있는 물건도 없이 갔고요.  난간 가까이 있을때 원숭이가 1M 내로 접근 했다면 바로 피해야 합니다. 순간 바로 어깨나 머리로 점프해서 타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한자세로 멍하니 30초 이상 있는다면 뒤에서 덮쳐서 등에 달라 붙습니다. 계속 돌던가 조금씩 이동해야 합니다.
 
 다들 5-8분 정도 보고 넘어가는 이 사원에서 90분 정도 머문거 같습니다. 제가 원숭이를 카오야이에서 질리게 보고 여기서도 이렇게 오래 보게 될줄은 저도 몰랐는데 원숭이를 꽤나 좋아하는거 같네요. 저도 미쳐 몰랐던 사실입니다. 오래 보다 보니 원숭이들도 저마다 구역이 있다는걸 알게됬습니다. 종종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그 구역을 넘어가서 싸우는듯.  왜 구역이 있다고 느끼게 됬냐면 정문을 기준으로 동쪽은 바닥에 음식이 넘쳐납니다.  바나나 멀쩡한게 10여개 이상 그대로 널려있고 한입 먹고 버린 바나나도 많습니다. 수박 훑터 먹은 껍질들도 수박하고 땅콩껍질이니 망고니 많이들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원내부와 서쪽구역은 먹을게 거의 없습니다. 그쪽 원숭이들은 껍질까지 샅샅이 줏어먹고 먹을게 없어서 풀까지 뜯어먹습니다.  풀을 따로 안베어줘도 될만큼 풀 계속 뜯어 먹더군요.
 
 먹을게 넘쳐나는 구역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그 구역에 함부로 못들어간다는 사실이겠죠.
 
음식 주는 분들도 골고루 나눠주면 좋으련만.
 
 오늘 보다 보니 원숭이들이 좋아하는 베스트 음식도 알게됬네요.
 
망고>수박>옥수수>땅콩>바나나 순으로요.. 망고는 정말 환장을 하더군요. 어디서 줏어왔는지 먹는데 참 게걸스럽게 먹습니다. 단맛을 좋아합니다.  수박은 깨끗이도 먹었더군요. 문제는 바나나인데 단단한 부분 먹질 않습니다. 초록 바나나는 건들지도 않고 노래도  단단한건 손을 안대네요.
 
원숭이들이 얼마나 부잡한지 사원 옆 4차선 도로를 지나가는 트럭에 무임승차 해서 타고 가다가 잠시 정차한 틈에 옆 승용차 지붕위로 점프해서 다시 도로로 떨어지는등 난리입니다.  도로에 빨대가 한 100개 정도 흩어진걸 보니 지나가는 썽태우 식당 차량을 급습했나 봅니다.  주변 2층 건물 호텔이니 아파트니 전부 원숭이들이 점령했습니다.
 
 지역 사람들이 착한것도 있고 지역 관광수입에 도움이 되니 불편해도 조금 참아내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사원 경비원은 일하는걸 보니 부처님 수준이어야 할듯 합니다. 1인 초소에 원숭이들이 얼마나귀찮게  하는지 말도 못합니다. 지붕에 한 열마리쯤 매달려서 돌아다니고 계속 쌈하고 추격하고 뭐든 집어가고 하는게 보통 정신으로는 견딜수 없는 수준인데 담담하게 자기 할일 하더군요.
 
 이 경비원 중간에 귀찮으면 바지 뒷주머니에서 새총 꺼내서 고무줄을 당깁니다. 그러니 그 방향에 있던 원숭이들 5마리가 후다닥 도망가네요.  혹시 새총 있으신 분들 가져가시면 유용할겁니다.  우산이 도움 될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바로 달려드니 우산을 펴서 방어하시는 것도 뺏기지만 않는다면 한번 해볼만 할겁니다.
 
 저녁이 되니 야간 조명 근처에 둥글게 몰려않은 원숭이 떼와 사원 탑위에 올라앉은 원숭이들을 보면서 참 인간적이 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됬습니다.  구성원 중에 새끼들이 차지 하는 비중이 많은 것과 과거와 비교해 개체수가 증가하지 않은걸 보니 제 수명도 다 못채우고 죽는 개체가 많은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길 방문하기 전에는 롭부리를 어떻게 하면 짧게 보고 떠날까 그 생각만 했는데요.
 
원숭이 좋아하시는분 꼭 롭부리 방문해 보시길.. 한국의 동물원이나 태국 다른 지방에서 보는 원숭이 하고는 다릅니다. 바로 코앞에서 자연스럽게 200 마리 원숭이들과 놀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좀 가깝게 다가가면 바로 도망가죠.
 
이곳은 원숭이와 사람이 조화롭게 사는곳 롭부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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