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룽텝 런 막', 김치말이국수,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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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룽텝 런 막', 김치말이국수, 잡담

마이미땅 1 448
 

불현듯 8년여의 태국생활을 철수하며 한국행 비행기를 타던 3년전 그때가 떠오른다. '이 어메이징하고도 지긋지긋한 태국에 다시오게 되면 그것은 순수한 여행자의 신분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행자가 되어 카오산로드의 어느 구석진 게스트하우스에 조용히 머물고 있다. 고향과도 같은 치앙마이에서 일주일 가량을 지인들과 보내고 다시 방콕으로 내려오니 이제는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있게 된다. 치앙마이와는 달리 방콕에서는 어디를 돌아다녀 보아도 그저 머물고 있는 숙소처럼 시원하고 편한곳은 없는것 같다.
 
 
그새 태국음식이 질린 것일까. 식사때면 매우 자연스럽게 동대문을 향한다. 태국에 여행을 와서 고유한 현지의 음식을 외면하고 한국식당을 찾는 일부 배낭여행자의 모습을 어이없게 생각하곤 했는데, 이제는 내가 어이없는 여행자가 됐다. 그럼에도 굳이 이유를 들자면 방콕의 지나치게 더운 날씨탓에 식사를 위해 어딘가로 이동하기가 매우 귀찮으며, 이럴때는 동대문의 김치말이 국수가 그래도 가장 시원하게 다가온다.
 
냉커피를 받아들고 나와 담배를 피우는데 학생으로 보이는 여성 여행자 하나가 동대문 앞 마사지가게 직원인듯한 태국인과 경상도식 발음으로 간단한 태국어를 주고 받는다. 손에 쥔 담배를 가리키며 '아오마이?', 이어서 '끄룽텝 런 막'
 
그녀의 경상도식 태국어 그대로 방콕은 무척 덥다. 소화나 시킬겸 동대문에서 나와 골목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가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더위와 그것보다 '태국에서 가장 태국스럽지 않은' 카오산의 어두워진 풍경에 불안한 짐승처럼 서성이다 이내 숙소로 돌아와 훌러덩 벗고 눕게 됐다.
 
 
사실은 동대문의 김치말이 국수를 오늘 저녁 처음 먹어본건데, 과거 치앙마이에 거주할때 들은 이 국수의 명성을 오늘 드디어 확인한 셈이다. 국수를 다 먹고 나와 담배를 피우며 내린 결론은 국수의 맛이 무슨 대단히 훌륭해서 유명해진 것 같지는 않다. 그것보다는 시원하게 다가오는 면과 김치의 적정한 온도, 여기에 적당히 새콤하고 달짝지근함이 더해지며 태국의, 정확하게는 이 카오산의 찐득찐득한 더위와 어행의 피로를 어느정도 씻어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사장님의 의도도 내 생각과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내 느낌에 김치말이국수는 특정지역에 걸맞는 철저하게 전략적인(?) 맛 같다.
 
조금이라도 좀 조용한 곳을 찾아 맥주라도 마시러 이제 나가봐야 겠다.
 
 
 
 
1 Comments
다동 2012.03.01 07:55  
카오산에서 처음 맛 본 식사가 그것이였던 기억이 나네요.
맥주와 빵쪼가리를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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