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여행이 아니길...
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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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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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30대 중반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그렇다고 후반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좀 억울한 나이...
보통 제 또래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던지,
미혼이라도 안정된 직장생활을 영위하면서 여유롭게 지내는게 일반적인데요..
전 아직도 사춘기적 고민을 하고 있는 철부지...ㅠㅠ
직업도 프리랜서라 한 작품이 끝나면 백수..
학교 졸업하고 이 길만 달려왔는데 사실 일한 시간보다
불안한 마음으로 다음 일을 기다려온 시간이 더 많았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지는게 사실입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결혼한 친구들은 든든한 지원군일 것 같은
남편이 부럽고, 월급쟁이 친구들은 경제적 안정이 부럽고...
사실 제 몸 하나 스스로 건사하는 건데도...왜이리 힘든건지..
지친건지... 사실 몸은 힘들 것 하나 없는데...
미래란게 원래 본질적으로 불확실한건데..
그래서 궁금하고 설레였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 불확실성 때문에 많이 두렵고,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저도 모르게 현실에 물든 건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정신적인 만족감보단
당장 먹고 사는 경제적 고민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진
저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생각을 하니 우울해지네요..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반복해야 할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깊어질 때마다 떠난 태국 배낭여행은 매번 제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었지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도 된다, 될 것 같다. 괜찮다라는 안도감과 용기..
여행의 길에서 만난 스쳐가는 인연들이 제게 많은 위안과 위로를 주었습니다.
세번째 떠나는 긴 여행...
매번 같은 고민을 가지고 태국으로 떠나는 저...
이번에.. 지칠때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러 간다고 했던 건
내 변명이고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현실 도피성으로 도망갔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여행을 앞두고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는 구호가 제겐 되려 참으로 잔인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세상 잣대로 치면, 전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거든요..
외길을 달려왔음에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지도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이뤄놓은거 하나 없고...
태국은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그대로 있는데...
제가 중심을 못잡아서 흔들흔들 위태위태...
그래도,,, 태국의 따가운 햇볕이 제게 행운을 줄꺼라 기대하며,
여행길에서 만나게 될 방랑자들의 건강한 기운이 내게 전염되길 갈망하며..
도피라해도 어쩔 수 없다며 떠나려 해요...
어김없이 이번에도 무거운 숙제를 안고 떠나는 저의 여행...
행운을 빌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