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아이들
치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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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6 14:33
6살난 조카 녀석이 있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한 마디 덧붙인다면 이 녀석은 지극히 평범한 6살 꼬마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에 나올법한 그런 아이는 결코 아니며, 동생 주장으로는 오히려 순한 편이라고 하는데 이건 좀... 암튼, 미운 6살 임을 몸소 실천하고 잇는 조카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라오스에서 만난 꼬마 녀석들이 자꾸 생각이 난다.
파워 레인져며 공룡에 뽀로로와 토마스 장난감들로 놀이방을 가득 채운 조카녀석과 달리 폰사완(폰사반) 에서 만난 남루한 옷차림에 길 거리에 버려진 캔들을 줍던 여닐 곱살쯤 되 보이던 꼬마와,같이 있던 겨우 세 살 정도 되어 보이던 동생.. 무덥고 느려터진 로컬 버스를 타면 흔히 보는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던 소년 차장들.. 찜통더위에 가도 가도 끝없는 덥고 짜증나는 버스여행에 시달리면서도 보채지도 않던 갓난 애기들.. 어른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내가 저 나이라면 버스가 떠나가라 울며 보챌 것 같은데, 울어도 소용없다는 걸 벌써 아는 걸까?
어린 시절, 절약 정신이 몸에 배인 엄마로 인해 시골 외가로 놀러갈 때마다 우리 세 자매는 고속버스 두 좌석에 낑겨져? 가야만 했는데 이게 어린 마음에 불편하고 싫어서 - 솔직히 이 정도는 라오스 로컬 버스나 과테말라 치킨 버스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엄마에게 불평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게 아버지가 처음 차를 구입하시기 전이니까 아마 10살 전까지 였을 것이다. 아, 진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었구나.. 그러니, 그 나이에도 고만한 정도의 불편함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데 저런 어린 아이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받아들여야 한다는걸 이미 어린 나이에 알아 버린게 아닐까?
장난감 없이도 잘 놀고 있는 폰사완의 어린 아이들.
하긴 나 어릴 적에도 다방구며 술레잡기로 하루 해가 짧았지..
과테말라 chicken bus, 이 정도면 아직 널럴한 거다. 한6, 70% 찼나??
여기 버스를 왜 치킨버스라 하겠는가!!
여행이 끝나고도 그 아이들이 떠오르면, 늘 이런 저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이렇게 많이 가져도 되는 걸까? 우리가 가진 이 많은 것들 중 진짜로 우리에게 필요한 게 얼마나 될까? 1년 가까이 여행을 해도 배낭 하나로 해결되는데, 여행 하는 동안에는 주어진 작은 것들에 만족하고 소소한 행운에 기뻐하는데 왜 여행이 끝나 집으로 돌아오면 이 모든 것들을 다 잊어버리는 걸까..
라오스 돈텟 섬의 하교길의 아이들, 늘 볼 텐데도 아직은 외국인 여행객이 신기한가 보다..
리마 외곽 황무지에 가도가도 끝도 없이 펼쳐졌던, 그 방대함에 여행자를 막막하게 했던 페루의 슬럼, 과테말라 시골에서 흔히 마주치던 남루한 풍경들, 그리고 버스가 마을에 설 때마다 손에 손에 얼마 되지도 않는 소박한 먹거리들을 들고 달려 나와 팔던 아이들..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해도 좋은 걸까, 아니 그것보다 이만큼이나 많이 가져서 우리는 행복한가? 나는 왜 만족하지 못할까.. 머리로는 기억하는데 가슴으로 느꼈던 것들이 왜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걸까..
페루의 수도, 리마 외곽. 슬럼의 끝도 없는 규모에 스쳐지나 가는 여행자의 마음도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