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여행사 vs 날도둑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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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짓을 내고 크루즈 예약을 확정했다.
목적지를 서지중해에서 알래스카로 변경했다.
돌아가신 선친께서 꿈에 나타나 “유럽에 가지말고 알래스카로 가라” 고 이르셨기 때문이다.
어느 캐빈을 선택할 것인가?
알래스카 크루즈는 기항지투어보다 인사이드패시지 수로를 항해하며 배 양옆으로 펼쳐지는 압도적인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캐빈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크루즈 여행지에 비해 알래스카 크루즈 발코니캐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빠르게 매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왕에 비싼 돈 주고 발코니캐빈으로 구입하는만큼 선사에 객실 지정권을 내주는 Guarented Cabin 조건보다는 요금을 좀 더 내더라도 자신이 선택권을 가지고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절대기피 캐빈들을 피해서 방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구명정이나 시설물로 시야가 가리는 캐빈(Partially Obstructed Cabin)
둘째, 지나치게 선수(Forward)부분에 있는 캐빈
셋째, 메인수영장 (Sea View Pool) 바로 아래층에 위치해 있는 캐빈
캐빈주변 기피시설들로 꼽히는 카지노, 극장, 공연장, 바 등은 주로 발코니캐빈들이 있는 층(Deck 4 & Up) 아래에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메인풀 아래 있는 캐빈을 기피해야 하는 이유는 천정이 무너져 수영장 물이 쏟아져 들어올까봐 피하라는 게 아니라 풀덱에서 각종 파티가 열려 시끄럽고 아침저녁으로 크루들이 청소와 정비를 할때마다 소음을 내기 때문이다.
크루즈 고수들은 스타보드(오른쪽)열 보다는 포트(왼쪽)열에 위치한 캐빈을 선호한다.
밴쿠버 캐나다플레이스항구에서라면 보통의 경우 포트쪽 캐빈에서 출항모습이 잘 보인다.
배가 출항을 시작하면 메인수영장이 위치한 풀덱에서 출항파티가 열리는데, 대개의 경우 승객들은 포트쪽 레일로 몰려들어 항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도시 스카이라인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Take her to sea Mr. Murdoch!
배가 북상하는 동안 일몰을 먼저 감상할 수 있는 곳도 포트쪽이다.
포트 열의 발코니 캐빈 승객들은 방밖에 나갈 필요없이 자기만의 전용공간에서 출항광경과 수평선너머 떨어지는 일몰을 방해받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나역시 포트열의 탁트인 발코니객실을 방번호까지 지정해서 구입했다.
일출감상은 어떠냐고?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캐나다 북부와 알래스카 지역의 일출시간을 알면 그런 질문이 쑥 들어갈 것이다.
어느 선사와 루트를 선택할 것인가?
알래스카 크루즈가 출발하는 대표적인 두 도시는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시애틀이다.
나는 시애틀보다는 밴쿠버 출발루트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시애틀 출발루트는 캐나다 영해인 밴쿠버섬 동쪽 내해가 아닌 밴쿠버섬 서쪽 (바깥쪽) 태평양 먼바다를 돌아서 항해한다.
밴쿠버섬을 빅토리아섬이라고 잘못 소개한 곳도 있는데, 빅토리아섬은 북극해에 있는 한반도전체 면적만한 다른 섬(22 만 평방킬로미터)이고 밴쿠버 앞바다에 있는 이 섬의 이름은 밴쿠버섬이다.
이 섬 안에 BC주의 주도 빅토리아가 있다.
밴쿠버 앞바다에 있는 밴쿠버섬은 인천 앞바다에 있는 월미도만한 섬이 아니라 길이만 456 km 에 달하는 큰 섬이다.
따라서 시애틀 출발 크루즈가 날씨에 따라 파도가 거칠어질 수 있는 이 섬 서쪽 먼바다로 회항하는 거리와 시간이 상당하다.
반면 밴쿠버 출발 크루즈는 처음부터 캐나다 본토와 밴쿠버섬 사이의 잔잔한 내해를 통과해 알래스카까지 줄곧 인사이드페시지로만 항해하므로 비교적 평온한 항해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알래스카 루트는 4 일 짜리부터 28 일 장기루트에 이르기까지 수 십 가지가 있지만, 출항지에서 출발해 출항지로 되돌아오는 7 박 8 일 일정이 일반적이다.
일정 중에 알래스카의 해변마을들에 기항하고 빙하 뷰포인트에 들른다.
승객이 하선할 수 있는 기항지는 알래스카의 주도 주노, 캐나다 유콘주로 국경을 넘어 와잇패스 기차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스캐그웨이, 연어와 럼버잭쇼, 알래스카 원주민 투어를 하는 캐치칸 등이며 기항지에서는 약 10 시간 내외의 기항지 투어기회가 주어진다.
글레이셔 베이, 트레이시 암, 다우스 글레이셔, 허바드 글레이셔, 아이시 스트레잇포인트 등 빙하 뷰포인트에서는 기항없이 오랫동안 머무르며 선회만 한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글레이셔 베이는 하루에 두 척의 크루즈만 입장이 가능하므로 글레이셔 베이가 일정에 포함된 크루즈상품을 구입하고 싶으면 사전에 상품의 아이터너리를 확인해야 한다.
알래스카 크루즈를 운영하는 선사는 다양하다.
나는 올해로 150 주년을 맞은 미국선사 홀랜드-아메리카 라인의 피나클급 코닝스담호(MS Koningsdam)를 선택해서 객실예약을 완료했다.
2016 년에 진수해 2023 년 개조한 신형선이다.
배수량은 약 10 만 톤, 승선인원은 승객 승무원 포함 약 4 천 명이다.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중형 크루즈에 속한다.
프린세스, 셀러브리티, 노르웨지안 등이 풍기는 모던한 분위기와는 달리 전통을 중시하는 가장 오래된 프리미엄급 선사답게 내부가 클래식하게 꾸며져 있다.
무엇보다 음식의 질이 높고 푸짐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코리안 BBQ 등 한국요리도 준비되어 있다.
‘바다위의 노인정’이라는 별명이 나타내주듯이 승객들의 평균연령은 높은 편이다.
그런만큼 배 안의 분위기가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편이다.
다만 코닝스담호는 신형선답게 클래식과 현대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또는 모던 클래식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차분하고 조용한 휴식을 즐기고 싶거나 시끌벅적 분위기가 질색팔색인 분들은 홀랜드 아메리카가 운영하는 10 만 톤 급 내외의 중형선을 선택하시면 되겠다.
크루즈 상품, 어디서 구입하는게 좋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이번에 크루즈상품을 구입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을 바탕으로 내 의견을 먼저 말하자면,
가성비 높은 크루즈 상품을 구입하려면 우선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내가 세상에서 최고로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를 알면 마치 열을 아는 것처럼 침을 튀기며 잘난척을 하는 유형이다.
(참고로 나는 하나를 알면 하나 반 정도만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므로 이런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쥐꼬리만한 한정된 여행경험과 지식으로 자신이 마치 여행고수인양 까불어봤자 복잡미묘한 크루즈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크루즈 상품은 크루즈를 전문으로 다루는 에이전시, 그 중에서도 실력있는 에이전트와 먼저 상담을 하는 게 중요하다.
선사의 웹사이트에서 검색한 가격이 가장 비쌌다.
익스피디아, AMA, 크루즈닷컴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했지만 마음에 드는 선실을 고를 수가 없었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옵션을 선택해야지만 맘에 드는 선실을 고를 수 있었다.
생각끝에 며칠 전 Expedia.ca에 질문메일을 보냈다.
바로 다음 날 Expedia Cruise 의 에이전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자신의 나이가 67 세이고 두 아이의 할머니인 이 에이전트와 대여섯 차례에 걸쳐 상담을 했다.
이 상담을 통해 내가 알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었던 고귀한 정보를 얻어들을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익스피디아 온라인에 혼자 알아본 가격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가 절대 클릭할 수 없었던 훨씬 좋은 조건의 선실을 이 전문가 아줌마가 찾아줬다.
디파짓 결제는 직접 익스피디아 크루즈 에드먼튼 지점에 가서 했는데, 서양할머니인 줄 알았더니 캐나다에서 태어난 중국계 아줌마였다.
사적인 이야기지만 여행사 사무실에서 재미있는 일도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내 며느리가 중국계라고 소개하자 이 아줌마는 활짝 웃으며 자기 사위가 한국계라고 대답하며 놀라워했다.
기왕에 홀랜드 아메리카사로 선택했으면 내가 애당초 선택한 그 회사의 뉴암스테르담호 보다는 코닝스담호가 훨씬 신형 배이고 일정도 같은 뿐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재로서는 가격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을 조언해 준 것도 이 아줌마였고, 네 번에 걸쳐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조건의 선실이 자신의 직원용 웹에 뜰때마다 텍스트로 알려준 것도 이 아줌마였다.
물론 재수가 없으면 성실하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이런 에이전트와는 거리가 먼 사기꾼같은 에이전시나 에이전트를 만날 수도 있다.
가령 한국의 어느 대형여행사처럼 시애틀 출발 알래스카 크루즈 7 박 8 일코스 (전체일정 8 박 + 기내 1 박)를 일인당 무려 750 만 원에 팔아먹는 호구끈끈이같은 날도둑들이 그런 경우다. (욕을 엄청 먹자 현재는 시작요금을 600 만 원 이하로 낮추는 대신 캐빈종류를 알 수 없게 해놨다)
이런 바가지를 넘는 사기요금에 학을 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에이전트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크루즈 상품구입은 스카이스캐너에서 비행기표 사는 것과는 다르게 무척 복잡할 뿐 아니라, 일반인이 직접 찾아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히든조건들이 산재하기 때문에 좋은 에이전트를 만나는 게 무척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출입국에 필요한 서류는 무엇인가?
밴쿠버 출발이든 시애틀 출발이든 알래스카 크루즈 승객은 캐나다와 미국 두 나라 입국이 모두 가능한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시애틀을 출발해서 다시 시애틀에 도착하는 크루즈라도 일단 공해상으로 나갔던 미국선박은 귀국 전에 외국 기항지를 한 곳 이상 거쳐야 한다는 미국해상운송규정에 의해 크루즈는 시애틀로 귀환하기 전에 캐나다 BC주 빅토리아항구에 기항하게 된다.
All cruises sailing from the U.S. must stop in Canada or another foreign port due to the Passenger Vessel Services Act (PVSA).
따라서 캐나다 밴쿠버 출발이든 미국 시애틀 출발이든 알래스카 크루즈 승객은 캐나다와 미국 입국서류가 모두 필요하다.
캐나다여권소지자 : 캐나다여권
미국여권소지자 : 미국여권
캐나다 영주권자 : 대한민국여권, 미국전자여행허가 또는 비자
미국 영주권자 : 대한민국여권, 캐나다전자여행허가 또는 비자
한국여권소지자 : 대한민국여권, 미국, 캐나다 각각 두 나라의 전자여행허가 또는 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