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단상
호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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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5 23:51
태국 여행을 처음으로 하게 된건 신혼 여행이다.
2004년, 해넘기지 않고 서둘러 결혼을 하게 된건 11월 말이었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국 성수기에 태국을 가게 된 것이다.
당시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간간히 패키지 여행의 폐해가 신문에 실릴때마다 '음...패키지란건 양두구육식 상품이구만' 하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는 정도.
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하나란 것과 AIDS가 창궐하는 나라, 물가 싼 나라, 왕정 국가 정도의 기본 상식 정도만 있었을뿐 푸켓이 어디 붙었는지, 뭘 하고 지내야 하는지 정말 암것도 모르는 체로 물경 일인당 200만원씩이나 하는 상품을 구매해서 비행기에 올랐다.
돈무앙 공항 아마리 호텔 1박, 푸켓 반얀 트리 2박 3일, 피피 카바나 호텔 2박 3일 대충 이 정도 일정이었다.
반얀 트리의 아름다운 조경에 반했고, 충실한 조식에 즐거웠다.
그리고 반얀트리에서 받았던 마사지, 애초에 결혼 상품에 포함되어 있던 것인데. 오일 마사지였다.
암것도 모르고 갔더니 홀딱 벗으라 해서 얼마나 황당하고 놀랬던지. 근데 그거 한 번 받고 나서는 마사지 중독이 되버렸다.
이후 타이 마사지를 받아 보았지만 원체 몸이 뻤뻤해서 타이 마사지 하면 온몸이 쑤신지라 결국 오일 마사지만 받는 버릇이 들어 버렸다.
그리고 2박 3일의 일정 동안 라구나 단지가 익숙해질 무렵, 피피섬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맑은 물빛과 열대어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피피섬에서 만난 신혼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은 기분이 내켜 하루 더 머문다고 했고, 우리 부부는 비행기 연장이 가능한지 알아보기도 귀찮고, 하루 더 머문다고 될일은 아닌듯 싶어 차라리 나중에 피피섬을 또 방문하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귀국을 했다.
그리고 한달 뒤 쓰나미가 피피를 덮쳐 섬이 풍지박산이 난걸로 기억한다.
결혼 조금만 늦게 했으면 결혼하자마자 장례식 치를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던 기억이...-_-a
그리고 2005년 12월 푸켓으로 다시 한번 향했다. 숙소는 파통의 그레이스 랜드 리조트.
호화로운 반얀 트리에 비할바는 아니었지만 가성비는 단연 뛰어났다.
피피섬은 복구가 끝나지 않은 관계로 인근 일일투어를 부지런히 다녔고, 그것 역시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여비는 일인당 120만원 정도.
이때까지만 해도 여행 일정과 경비에 대해 별다른 생각없이 보낸 셈이었는데...
2007년 여름 휴가때는 본격적으로 인터넷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정보 수집을 했다.
그리고 푸켓 현지 여행사와 계약하고 숙박비 및 투어비, 비행기편까지 일체를 계약했는데 바로 그 다음 날 아내가 임신 사실을 통보해왔다.
결혼 4년 동안 한 번 유산하고 한 번은 유산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었는지라...
겁이 나서 투어 취소를 통보하니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와는 다른 규정이 적용되는 지라 환불 받은 금액이 쥐꼬리...물론 하루만에 번복이니 여행사에서 모든 돈을 다 호텔이나 항공사에 입금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계약시에 환불 규정을 다 읽고 동의한지라 별로 따져묻진 못했다.
그리고 태어난 아들...농담삼아 임신하는데 130만원을 들였다고 가끔 부부간에 이야기 한다. 비싼 놈이라고...
태국외에 미국 필라델피아 열 달 체류, 중국은 칭따오 1주 체류, 남경 두달 체류 등의 경험이 있었지만 두 곳 다 태국보다 좋은 추억을 남기진 못했다.
미국은 워낙 방대한 땅이라 돌아다니기 힘들고, 물가가 비싸 가성비가 떨어졌고...중국은 전혀 언어가 통하지 않아 뭐랄까...사진 찍기는 몰라도 현지인과의 부대낌 등의 경험이 제한적이라 할까.
4년 전엔 회사일로 태국 라용에서 6개월 정도 있었는데, 이때 꼬사멧을 가보고 방콕과 푸켓만이 태국의 전부가 아님을 알았다고나 할까.
항상 겨울이 되면 오라오라 병이 도진다.
막상 가면 작열하는 태양에 그늘을 찾아 헤매기 바쁘지만, 회색빛으로 우울하고 스산한 서울을 떠나고 싶어지기만 한다.
근데 나이가 들수록 겨울철 1주일 휴가는 실현 불가능이다.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는건 인생사 거의 불변의 법칙인듯 하다.
지금도 후회되는 건, 무적의 솔로 부대(?)에 있는 동안, 왜 태국에 놀러갈 생각을 한 번도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때는 돈도 있었고 회사에서 직급도 낮아 별 눈치 안보고 1주일씩 휴가를 다녀올수 있었는데 말이다.
태국의 강점은 아마도 열대의 이국적인 풍광을 풍기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남태평양 섬이나 카리브 해 같은 곳은 여비와 왕복 시간을 따지면...적어도 2주 이상은 투자해야 하는데 월급쟁이 입장에선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다.
비슷한 조건으로 필리핀이 있긴 하지만 음식에서 태국이 우위이고, 유명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의 치안 조건으로도 태국이 우위인듯 하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태국을 방문할지 모르겠다.
아들이 빨리 커서, 내가 더 나이들기 전에 상대적으로 열악하나 아름다운 곳이라 정평난 꼬 수린이나 시밀란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