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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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단상

호루스 9 609
태국 여행을 처음으로 하게 된건 신혼 여행이다.
 
2004년, 해넘기지 않고 서둘러 결혼을 하게 된건 11월 말이었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국 성수기에 태국을 가게 된 것이다.
 
당시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간간히 패키지 여행의 폐해가 신문에 실릴때마다 '음...패키지란건 양두구육식 상품이구만' 하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는 정도.
 
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하나란 것과 AIDS가 창궐하는 나라, 물가 싼 나라, 왕정 국가 정도의 기본 상식 정도만 있었을뿐 푸켓이 어디 붙었는지, 뭘 하고 지내야 하는지 정말 암것도 모르는 체로 물경 일인당 200만원씩이나 하는 상품을 구매해서 비행기에 올랐다.
 
돈무앙 공항 아마리 호텔 1박, 푸켓 반얀 트리 2박 3일, 피피 카바나 호텔 2박 3일 대충 이 정도 일정이었다.
 
반얀 트리의 아름다운 조경에 반했고, 충실한 조식에 즐거웠다.
 
그리고 반얀트리에서 받았던 마사지, 애초에 결혼 상품에 포함되어 있던 것인데. 오일 마사지였다.
 
암것도 모르고 갔더니 홀딱 벗으라 해서 얼마나 황당하고 놀랬던지. 근데 그거 한 번 받고 나서는 마사지 중독이 되버렸다.
 
이후 타이 마사지를 받아 보았지만 원체 몸이 뻤뻤해서 타이 마사지 하면 온몸이 쑤신지라 결국 오일 마사지만 받는 버릇이 들어 버렸다.
 
그리고 2박 3일의 일정 동안 라구나 단지가 익숙해질 무렵, 피피섬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맑은 물빛과 열대어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피피섬에서 만난 신혼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은 기분이 내켜 하루 더 머문다고 했고, 우리 부부는 비행기 연장이 가능한지 알아보기도 귀찮고, 하루 더 머문다고 될일은 아닌듯 싶어 차라리 나중에 피피섬을 또 방문하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귀국을 했다.
 
그리고 한달 뒤 쓰나미가 피피를 덮쳐 섬이 풍지박산이 난걸로 기억한다.
 
결혼 조금만 늦게 했으면 결혼하자마자 장례식 치를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던 기억이...-_-a
 
그리고 2005년 12월 푸켓으로 다시 한번 향했다. 숙소는 파통의 그레이스 랜드 리조트.
 
호화로운 반얀 트리에 비할바는 아니었지만 가성비는 단연 뛰어났다.
 
피피섬은 복구가 끝나지 않은 관계로 인근 일일투어를 부지런히 다녔고, 그것 역시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여비는 일인당 120만원 정도.
 
이때까지만 해도 여행 일정과 경비에 대해 별다른 생각없이 보낸 셈이었는데...
 
2007년 여름 휴가때는 본격적으로 인터넷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정보 수집을 했다.
 
그리고 푸켓 현지 여행사와 계약하고 숙박비 및 투어비, 비행기편까지 일체를 계약했는데 바로 그 다음 날 아내가 임신 사실을 통보해왔다.
 
결혼 4년 동안 한 번 유산하고 한 번은 유산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었는지라...
 
겁이 나서 투어 취소를 통보하니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와는 다른 규정이 적용되는 지라 환불 받은 금액이 쥐꼬리...물론 하루만에 번복이니 여행사에서 모든 돈을 다 호텔이나 항공사에 입금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계약시에 환불 규정을 다 읽고 동의한지라 별로 따져묻진 못했다.
 
그리고 태어난 아들...농담삼아 임신하는데 130만원을 들였다고 가끔 부부간에 이야기 한다. 비싼 놈이라고...
 
태국외에 미국 필라델피아 열 달 체류, 중국은 칭따오 1주 체류, 남경 두달 체류 등의 경험이 있었지만 두 곳 다 태국보다 좋은 추억을 남기진 못했다.
 
미국은 워낙 방대한 땅이라 돌아다니기 힘들고, 물가가 비싸 가성비가 떨어졌고...중국은 전혀 언어가 통하지 않아 뭐랄까...사진 찍기는 몰라도 현지인과의 부대낌 등의 경험이 제한적이라 할까.
 
4년 전엔 회사일로 태국 라용에서 6개월 정도 있었는데, 이때 꼬사멧을 가보고 방콕과 푸켓만이 태국의 전부가 아님을 알았다고나 할까.
 
항상 겨울이 되면 오라오라 병이 도진다.
 
막상 가면 작열하는 태양에 그늘을 찾아 헤매기 바쁘지만, 회색빛으로 우울하고 스산한 서울을 떠나고 싶어지기만 한다.
 
근데 나이가 들수록 겨울철 1주일 휴가는 실현 불가능이다.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는건 인생사 거의 불변의 법칙인듯 하다.
 
지금도 후회되는 건, 무적의 솔로 부대(?)에 있는 동안, 왜 태국에 놀러갈 생각을 한 번도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때는 돈도 있었고 회사에서 직급도 낮아 별 눈치 안보고 1주일씩 휴가를 다녀올수 있었는데 말이다.
 
태국의 강점은 아마도 열대의 이국적인 풍광을 풍기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남태평양 섬이나 카리브 해 같은 곳은 여비와 왕복 시간을 따지면...적어도 2주 이상은 투자해야 하는데 월급쟁이 입장에선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다.
 
비슷한 조건으로 필리핀이 있긴 하지만 음식에서 태국이 우위이고, 유명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의 치안 조건으로도 태국이 우위인듯 하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태국을 방문할지 모르겠다.
 
아들이 빨리 커서, 내가 더 나이들기 전에 상대적으로 열악하나 아름다운 곳이라 정평난 꼬 수린이나 시밀란을 가보고 싶다.
 
9 Comments
피터린치 2012.12.06 07:26  
저도 친구들이 태국이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어보면,,,,
"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나서 맛있는 호텔 조식 먹고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마사지 받으러 갈때 내리 쬐는 햇살이 좋다 " 라고 답해줍니다.  친구들이 " 뭔 소리냐? "  하고 핀잔 주지만요. ㅋㅋ
호루스 2012.12.06 12:29  
간단한 일인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실행(?)이 어렵더라구요.

막상 해도 기분도(?) 안나고...
필리핀 2012.12.06 09:49  
오호~ 나도 11월말 경에 결혼해서 푸켓으로 신혼여행 갔는데... ^^;;;

우리는 푸켓에서만 1주일 있다가 왔어요~ ㅎㅎ
호루스 2012.12.06 12:31  
필리핀님은 그때가 태국이 첨이었나요? 이미 어느 정도 경험이 있었나요?

전 그때가 제 인생에 처음으로 사치를 누려본지라 개인적으로 상당한 문화적 충격이...

쉽게 얘기하자면 돈을 쓴다는 것이 이런 식으로 줄거움을 줄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필리핀 2012.12.06 13:03  
저는 결혼하기 전,
97년에 첨 태국에 갔어요~
그전에는 유럽이랑 오세아니아 등 물가 비싼 나라 위주로 다니다가
97년에 첨 태국 가보고
이렇게 저렴한 금액으로, 이렇게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어서
그 뒤로 줄창 동남아만 다닌답니다~ ㅎㅎ
고구마 2012.12.06 12:19  
오~ 전 필라델피아에서 오래 머무르셨던거가 정말 부럽네요.
필라델피아하면...음음, 일단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가 생각나는...
아. 또 톰 행크스가 나왔던 영화 제목이기도하고...그러고보니 아는게 전혀 없네요. ^^
호루스 2012.12.06 12:36  
음~ 정확히 얘기하자면 군 제대하고 91~92년도에 걸쳐 어학 연수를 다녀온 거에요.

당시에는 필라델피아에서 유명한 건 록키가 "빠밤빰~"하는 음악과 함께 로드웍을 해서 필라델피아 박물관 앞에서 양팔 들고 햇살 받던 장면이 유명해서...

필라델피아 박물관 앞에서 두팔 들고 사진 찍는게 유명했죠.

나이애가라부터 플로리다까지, 즉 미 동부의 남단에서 북단까지 비행기와 차로 여행을 했었는데 말이죠.

당시에 운전면허가 없어서 완전 기생충처럼 따라만 다녔던 기억이...그리고 차타는건 징글징글했던 추억이 있었죠.

돈이 아주 많다면 모를까 미국 여행은 이제 어려울것 같아요. 너무 넓어서 힘들더라구요.
soso 2012.12.23 17:36  
태국은 4계절이 있죠 아주더운 덥거나, 덥거나, 비오며 덥거나, 좀덜덥거나,
태국은 4가지 중독이 있습니다 별특별한일 없는데 좋거나, 그냥좋거나, 아주좋거나, 말할수 없이 좋거나
그어느나라를 가도 이네가지가 있는곳은 없었습니다
4가지때문에 여기 살고 있는 내가 너무 행복합니다
김보라돌 2012.12.26 04:49  
soso님 말씀 완전 진리네요ㅎ
오라오라병이 도지고 있어요,
별특별한일도 없이 그낭, 아주, 말할수 없이 좋아서 얼른 다시 떠나고 싶은데 현실이 시궁창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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