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몬쓰 태캄베 Start D-1 :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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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몬쓰 태캄베 Start D-1 : 기대.

꽃도건 1 205

<원몬쓰태캄베 Start D-1>


내일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한 숨 자고 나서는, 3개월 전부터 계획해 온 태캄베 홀로 여행을 떠납니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백팩 하나, 그리고 내 다리 휠체어와 떠나는 여행입니다.

처음엔 '쉼이 필요하다' '휠체어 타고 못갈 것은 또 무언가' 이런 필요와 호기심으로 시작된 여행 계획. 하나 둘 여행의 준비사항을 점검하면서, 제주도 여행, 홍콩 여행까지 연습 삼아 다녀오게 되고, 그러면서 친구도 새로 사귀고, 새삼 꽉 막혀있었던 것 같던 삶의 테두리가 하나 둘 숨을 쉬는 느낌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조금 더 진지해집니다. 어차피 배 두드리며 일광욕으로 시간 보낼만큼 여유로운 여행은 못된다면야, 조금 더 의미를 찾아 봅니다. 동지들과 함께 할 무언가를 더 고민해 볼까? 장애인 기관들을 더 알아 두었다가 찾아가 볼까. 뭐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정작 중요한, '세상을 보는 것'에 집중해 보기로 합니다. '세상을 느끼는 것'에 집중해 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풍물 하나의 의미와 풍물 여럿의 의미를 핸드폰 카메라에도 내 추억의 한 편에도 담아내 보고 싶어집니다. 진지하게.

아침부터 서울로 향해 임쏘 누님도 만나고, 다행히 당산동 사무실 옆에 여의도구 보건소가 있어 말라리아 예방약과 장티부스 예방주사를 처방 받았습니다. 부랴부랴 국립재활원에서 어머니를 만나곤 곧장 또 의정부로 달려가 420공투단 출범식도 참석합니다. 용인으로 돌아와선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알고보니 복합기 유리패널에 끼어 있던) 국제면허도 새로 발급받습니다. 이마트에 들려 이번 여행의 백미를 장식할 '아프리카' 티비에 쓰일 웹캠도 구입합니다. 이쁜 얼굴 더 이뻐지라고 이발도 하고 말이지요.

붕붕 날아다닌 일정에 더 빡빡한 시간을 만들지도 모르지만, 꼭 교회는 다녀오고 싶습니다. 그 동안 한참을 가지 못한 허전함도 그렇고, 오늘은 꼭 교회에서 기도를 받고 싶습니다. 그런데ㅋㅋ 여느때 처럼 지각입니다. 7시 예배인데 30분이나 늦어버렸습니다. 어둠이 다 깔리우기 전 의젓하게 떠 있는 초생달과 까까만 나무, 그리고 노란 빛이 주인이 된 하얀 교회당과 함께 밖에서 예배를 드려봅니다. 달과 나눈 기도가 참 든든합니다.

3개월을 준비했다고는 하는데, 정작 여행 책자 한 번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분주하게 일하다 떠난 지난 달 홍콩 여행과 별반 시작이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피곤함이 더해 짐을 쌉니다. 그래도 짐싸는 실력이 좀 생겼습니다. 궂이 더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여행은 심장합니다. 3개월을 준비한, 아니 어쩌면 십수년을 기다려온 여행의 시작, 그 끝이 벌서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듯 합니다. 다시 나는 숨을 쉬고, 또 그렇게 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Comments
오대산의봄 2015.04.23 10:44  
응원합니다.  무사히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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