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날아온 처절한 편지 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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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 날아온 처절한 편지 한통

깨구락지 13 204
형이 자대를 배치받기전..
그니까 이제 막 머리깍고 훈련소에 있던 시절..
훈련은 끝나가고 1주일 후면 1일 면회가 가능했다.
어머니는 몇개월동안 보지 못한 형이 보고싶어
벌써부터 난리가 아니셨다....
그러던중 한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형으로부터의 편지였다.
그 전까지 무심하게 편지 한통 없던 형..
그 무심함에 우리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우셨던가..
우리 가족은 모두 모여 형의 편지를 뜯어봤다.
하지만.. 간만에 날아온 그 편지 한통이란게.. 정말 가관이었다...ㅠ,.ㅠ

------------------------------------
『 어머님 만수무강 하셨습니까..
어머님.. 밑에 적는 음식들은 면회날 가지고 올 음식이랍니다..
우선 어머님,, 통닭이 너무 먹고싶어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부탁해요
미스터피자에서 파는 파인에플 들어간 하와이안 피자도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바삭바삭한 돈까스, 상큼한 회초밥도 너무나 넘고싶군요..
갈비찜도 해다주실 ? ?있으시죠??
그리고 김밥은 누드김밥으로..
떡볶이에는 치즈를 잘게 썰어서 가져다 주세요..
프링글스를 두통쯤 사오시는데.. 양파맛이면 좋고요..
양파맛이 없다면 빨간색이라고 상관 없답니다.

오렌지 쥬스와 과일화채가 먹고싶은데..
호텔에서 파는거라면 좋겠어요..
여름이긴 해도 귤 사올수 있으시죠??
큼직큼직한걸루..부탁해요..
귤하니 또 굴이 생각나는군요..
굴에다가 초장 팍팍 뿌려서 조금만 싸다주세요..

김말이와 접시만두.. 그리고 오징어튀김의 아름다운 조화가
떠오르는 군요.. 그것들도 부탁해요..

아..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으면 좋은데.. 아쉽군요..
대신에 편육과 족발좀 사다주세요..

아.그리고 사탕과 초코렛도 필요한데 ..이건 좀 많이 싸다 주실래요?
부대에 몰래 가져 갈꺼니까 많이좀 싸오세요..

그리고 제 친구도 한명 온댔으니까
음식은 모두 2인분으로 준비해주세요..
이밖에도 먹고 싶은 음식이 무진장 많지만..
준비해오실 어머님이 힘드실까봐 더이상 주문할수가 없군요..

아.. 맞다 어머니 전복죽도 사오는거 잊지 마시고요..
그날이 기! 다려지네요..

그럼 만수무강하시고
또 편지 하겠습니다..』------------------------------------

-_-;; 편지를 다 읽은 우리 가족은 하나같이 이런 표정이었다. -_-;;;;
형이라는 녀석이 이렇게 철이 없는지..
마침 불어닥친 IMF 바람으로 한창 집안이 위태로울 땐데...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 어머니께서
그 모든 음식을 다 싸 가지고 가셨다는 사실이다.
....
그리고..
지금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때 우리집이 무척이나 어려워서 어머님은 돈을 꿔서까지
그 음식들을 마련했다고 한다..
아마 내가 그랬어도 똑같이 해주셨을테지...
역시 어머니의 사랑은... 대단하다는걸 옆에서 보며 깨달았다.
자식은 죽을때까지 자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나보다.
..오늘밤엔 오랜만에 어머니 어깨나 주물러 드리자..^_______________^


< 작자미상 >

13 Comments
레게걸 1970.01.01 09:00  
울막내 자대배치 여의도에 받을가빠 온식구가 비상이 걸렸었지요 다행히도 머나먼 인천에 배치받아서 어찌나 다행이었던지요  -______-;;  그넘이 재대하던날을 너무나도 빨리 주신 하늘이 원망스럽더군요!
파도소리 1970.01.01 09:00  
나이차 많이 나는 사촌동생이 군대있을때 생일인데 고향에서 부모님은 안오고 해서 외박이나 시켜주러 갔는데. 정말 놀랍더군요. 그 갸녀린 아이가... 그렇게 먹다니....
^^ 1970.01.01 09:00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고기를 먹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먹을수 없었던 것이다.<br>평상시 고기를 먹지 못했던 사람은 뱃속에서 고기를 거부한다....흑흑....
^^ 1970.01.01 09:00  
20여가지를 빼곡히 적은것을 펼쳐들고 소원풀이에 나섰다. <br>이상하게 고급 음식보다는 싸구려 음식들이 더 먹고 싶었다.<br>먹고...또 먹고...나중엔 목구멍까지 차서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우겨 넣었다. ㅠ.ㅜ
^^ 1970.01.01 09:00  
20여년전 내가 군에서 먹고 싶었던 것들....<br>난 첫 휴가를 가기전 먹고 싶은 것을 전우수첩에 빼곡히 적었다.<br><br>호떡,군고구마,떡볶기,오뎅,순대,짜장면,짬뽕,초코렛,아이스크림....등...
조제비 1970.01.01 09:00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올리지만 내일쯤에 배가 아플정도의 이야기 거리를 준비합니다.<br>동생 훈련소에서 면회갈때의 상황인데....<br>아... 울 어머니....<br>불쌍혀....
1970.01.01 09:00  
나두 공군나왔고 성남비행장에 있었는데...<br>89년8월부터 91년11월까지....전투비행대대에서 .<br>아!  그립다... 군대생활....재미있었는데....???
아부지 1970.01.01 09:00  
제 동생 첫휴가날..모든 가족이 목놓아 음식해놓고 기다렸다지여..그 반년뒤..부모님은 시골가시고 올라오시지도 않았다는..낄낄..공군이었습니다. 성남..-_-;;
크아.. 1970.01.01 09:00  
요즘군대가 뭐 군대인가요?  라고 하시는분들..<br>경계대상 1호입니다
쿠마 1970.01.01 09:00  
제 남친 월요일에 공군 갑니다..<br>ㅡ.ㅠ  에고 2005년 3월이 오긴 오려나?....
이수민 1970.01.01 09:00  
아...우리집이랑 정 반대군요. 동생 군대갈때 대문앞에서 잘가~ 안녕~~, 첫 휴가 나왔을때 '나왔냐?', 제대했을때 '어? 벌써 제대했냐?시간 참 빠르다'<br>ㅋㅋㅋㅋ....
나비 1970.01.01 09:00  
군대간 동생 생각 난다구 갸 보내구 첫휴가 나올때 까정 세달동안 냄새두 맡을수 없었던 괴기 ..흑 ㅠㅠ 근디 휴가 나와 많이 못먹는거 보구 어찌나 안타까와 하시던지요.막상 휴가 나옴 잘 못먹데여.설사나 하구
나비 1970.01.01 09:00  
그맘이 이해되여.막내동생이 군대서 첫 휴가 나왔을때 정말이지 고기는 하루전에 재서 아버지 마당서 직접 숯불피구 여러 반찬 피자,통닭등등 ....잔뜩해서 기둘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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