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 ‘세일즈 포인트’가 없다
방한 외국인 패키지 상품 싸구려 전락… 관광경쟁력 주변국에 훨씬 떨어져
한국관광공사 제공 |
중국인들 음식에 대해 불만 높아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서울(73.4%)이었으나 그 비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다음으로 인천(19.1%), 부산(18.8%), 제주도(13.8%) 순으로 많이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패키지 상품의 경우 보고 먹고 자는 데 상품 가격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볼거리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및 경기권에서는 경복궁박물관, 남산N타워, 종묘, 한옥마을, 창덕궁, 청와대, 인사동, 명동, 남대문 시장 및 동대문 시장, 통일전망대, 에버랜드 등을 주로 보여준다. 공연으로 난타, 비보이, 그리고 정동극장의 전통예술무대 관람, 워커힐 쇼 등이 선택 옵션이거나 패키지 상품 가격에 포함돼 있다. 제주도에서는 성산일출봉, 중문단지, 해변가 등을 거친다.
그러나 패키지 상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일단 볼거리가 많지 않은데다 저가 패키지 상품이 난무하면서 한국에 대한 인상이 싸구려로 전락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불만이 높다. 옵션투어, 잦은 여행사 지정 매장 쇼핑, 부실한 식단 등 때문이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상품가는 50만~60만 원대가 많다.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아주세계여행사 김종식 대표는 “중국인은 한국에 야간문화가 거의 없다는 점과 식사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기름에 지지고 볶는 음식을 다양하고 푸짐하게 먹는 중국인들은 한류드라마 ‘대장금’에서 보여준 다채로운 음식을 기대하고 입국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50만~60만 원대 패키지 상품의 경우 한 끼 5000원짜리 식사가 제공되고, 설렁탕과 같이 일품요리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채 등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많아 중국인 관광객들은 쉽게 배고픔을 느낀다고 한다. 이 가격대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묵는 숙소는 렉스, 뉴국제, 뉴서울, 영동, 동서울 등 무궁화 4개의 1급 호텔이다.
한국 여행에 관한 각종 여행사 홍보물. |
일본, 중국·동남아인 유치 적극 나서 하지만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주변 국가에 비해 떨어진다. 관광자원이 풍부하지 않은데다 물가도 비싸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관광업체 4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4.4%가 ‘한국의 관광산업은 경쟁력이 낮아 유망하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답한 업체가 25.7%였다. 실제로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관광시장을 놓고 아시아 각국이 벌이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특히 2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중국시장과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일본의 변화가 눈에 띈다. 모두투어 인터내셔널 장유재 대표는 “일본 정부와 항공사, 지자체, 호텔이 공동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유치홍보단을 각국에 보내고 판매가를 낮추며 현지 여행사에 인센티브까지 주는 등의 노력으로 가시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가격경쟁력을 보면, 중국의 한 여행사가 내놓은 패키지 여행 상품 가격이 한국 4박5일(부산-서울-제주) 4980위안(62만원), 일본 5박6일(오사카-하코네-도쿄) 5만880위안(73만 원)이다. 11만 원만 추가하면 하루 더 머물 수 있다. 볼거리도 더 많다. 일본을 다녀온 관광객이 다시 일본의 또 다른 지역을 찾으며 일본 여행 마니아가 되는 경우가 적잖은 데 비해, 한국은 서울과 제주, 부산만 한 번 훑으면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며 다시 찾지 않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나 동남아 현지 여행사 직원도 일본 상품을 한국 상품보다 먼저 추천한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 공략으로 일본 여행 상품을 파는 것이 한국 여행 상품을 파는 것보다 마진율이 높기 때문이다. 장유재 대표는 “중국에는 한국 여행 상품과 일본 여행 상품을 같이 취급하는 여행사가 많은데 상품 하나 판매할 때마다 남는 마진이 한국 상품에 비해 일본 상품이 3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0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공언하고 서울시는 2010년 120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지 목표 달성을 위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인바운드여행업계가 손잡고 저가 패키지 상품에 의한 싸구려 한국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며 중고가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런 시도가 일본 등에 빼앗긴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을 한국으로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