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자가 본 한국의 풍경..(딴지일보에서 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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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자가 본 한국의 풍경..(딴지일보에서 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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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사람이 본 하루동안의 한국풍경인데..

참으로 느낌이 다릅니다.. 우리가 외국가서 보는 느낌이 틀리듯..

그들이 우리를 보는 느낌도 다른가 봅니다..

대구에서 미국과 경기가 있던날의 글인데..

한국을 표현하는.. 글이 더 눈에 갑니다.

서울, 한국, 6월 10일 - 낡은 서울역은 오전 6시부터 시끌벅적하다. 붉은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남쪽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조용히 줄을 선다. 구호도, 깃발도, 응원도 없다. 교회 피크닉에라도 가는 듯한 분위기다. 포장된 한국스타일 스시 (김밥 - 주)가 잔뜩 쌓여 있지만 먹기엔 너무나 이른 시간이다. 던킨 도너츠는 정확히 6시 30분에 열렸다. 나는 거기서 플레인 도넛 하나, 쵸콜렛 도너츠 하나, 그리고 향 좋은 블랙 커피를 마신다. 코리아 타임즈의 1면은 반미 분위기에 대한 기사이다. 도대체 이 아폴로 오노가 누구인지?

대구로 가는 열차는 7시 정각에 출발한다. 철도의 가치를 아는 곳에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한강을 지난다. 미시시피강처럼 넓지만 훨씬 조용히 흐른다. 고층 아파트. 주차된 차들. 큰 도시. 어디에나 있는 그물 덮인 골프 연습장.

계단식으로 된 논. 그들은 한치의 땅이라도 이용한다. 허수아비를 무시하고 논에서 군것질하고 있는 흰 왜가리들. 자그마한 논 안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농부들. 테니스 선수가 백핸드 치는 것처럼 같은 동작으로 계속 모를 심고 있는 나이든 여자. 솟아있는 푸른 산들. 교외에서도 보는 고층. 땅을 아끼기 위해 수직으로 올라가는 논밭. 동네마다 거대한 교회 십자가. 노란 첨탑. 녹색 첨탑. 쇠첨탑. 벽돌 첨탑.

나는 미니 디스크 플레이어를 꺼낸다. 고향에 대한 노래를 모아놓은 CD이다. Toots and the Maytals의 "Almost Heaven, West Jamaica". Elly Stone이 노래하는 "Marieke". McGarrgles의 "Jacques et Gilles". Neil Diamond의 노래 " Brooklyn Roads". 나는 붉은 색 "Korea Fighting" 옷을 입고 빅게임에 가는 그 모든 한국인들을 생각해본다. 한국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날인가. 골리앗을 꺾을 수 있는 기회.

카트를 민 사람이 복도를 지나간다. 소다, 물, 쥬스, 오렌지, 포장된 음식들, 삶은 계란. 내 옆에 앉은 한국인은 핸드폰으로 얘기를 하는데 거의 들리지도 않을만큼 조용한 목소리이다. 한국인들은 '포트 워싱턴 라인'을 타고 핸드폰으로 떠들어대는 미국인들만큼 자기 중심적이지 않다는 나의 지난 2주간의 관찰을 확인시켜준다.

시골의 새 제방들. 선로 보수차량들. 건설 노동자들. 고속 철도를 위한 시설로 보인다. 철도를 축소하는 대신 오히려 더 건설하는 나라를 상상해보라. 어느덧 높이 뜬 태양. 버스를 기다리며 파라솔을 든 여자들. 작은 도시, 페인트칠된 타일 지붕들, 오래된 스타일, 이제는 고층 건물의 그늘 아래로 밀리는 그 건물들. 더 높아지는 산. 비오면 넘치는 논밭, 침적토, 콘크리트 고가. 거친 환경은 강한 사람을 만든다.

대구가 가까워진다. 1988년 올림픽 축구를 보러 열차를 타고 이곳에 온 적이 있다. 경기 후 FIFA 관계자, 통역담당 미스터 안, 미스 조와 함께 동양 맥주를 마시러 갔었다. 그들은 프랭크 시나트라 사진과 음악이 있는 바로 우리를 데려갔다. 그들은 구어체를 배우는 데에 아주 열심이었고 친절했다(게다가 미스 조는 아주 귀여웠다). 대구는 그때보다 두배로 커진 듯하다.

열차는 역으로 접어든다. 붉은옷 팬들의 물결이 쏟아져 나온다. 구호도, 깃발도, 적대적인 것도 아무것도 없다. 어깨에 노트북 가방을 멘 미국인을 위해 사람들은 자리를 비켜준다. 여기저기서의 공손한 절.

그렇다. 코리아 파이팅이다. (주 - 구호는 호전적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뜻)

역사에는 안내 데스크가 있다. 데스크의 남자는 영어로 길을 가르쳐준다. 코너로 데려가서 버스타는 곳을 가르쳐준다. 국수를 파는 곳들. 아직도 이른 시간. 관성의 법칙에 따라 그냥 지나쳐가지만 나중에 후회할 것을 나는 안다.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일리노이주 노스북에서 온 조세프 백과 그의 아들 마이클을 만난다. 그들은 무늬없는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다.

미스터 백의 부모님은 아직 한국에 살고 있다. 누구를 응원하냐고 물었다. 그들은 웃었다. 이기는 쪽이냐고 묻자 그들은 다시 웃었다. 미국에 있는 멕시코 팬들과 비슷하다. 뿌리는 깊숙히 흐른다.

버스는 체증을 뚫고 나가는데 한시간 정도 걸린다. 패션 산업 때문에 대구는 한국의 밀란이라 불린다. 그러나 '두오모'나 '라 스칼라'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버스는 꽤나 교외로 달린다. 아름다운 새 스타디움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버스의 기사는 나가는 곳을 놓쳤다. 고속도로에서 뒤로 후진한다. 차들은 우리를 피해 지나간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이윽고 버스는 스타디움 앞에 멈춰선다. 붉은색의 수천명 안파가 웃고 끄덕이고 비켜준다. 작은 규모의 연좌시위가 어디선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을 만난다면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아폴로 오노를 기억 못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미국대표팀 아레나 감독은 오노의 종목이 스노우보드라고 생각한다.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안쪽에 들어서자 밝은 옷을 입은 여종업원들이 인사한다. 유일하게 나쁜 지적 하나. 국수와 생선의 나라에서, 프레스 센터의 음식만은 마요네즈와 흰빵으로 만들어진 끔찍한 서양식 쓰레기 음식이다. 나는 스낵을 한 봉지 사고는, 롱맨(주 - 동료 뉴욕타임즈 기자 이름임)이 반만 먹기를 희망해본다. 게임까지 세시간이 남았다.

한국팀이 힘겹게 1-1 동점을 만들고 나자 기자들은 기사를 송고하고는 도심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역으로 돌아온 붉은옷의 팬들은 지쳤지만 만족스러워 보였다. 위대한 국수의 신은 이제 내 편이다 - 커다란 국수 한접시가 겨우 $1.60이었다. 두명의 자원봉사자가 나를 플랫폼으로 안내해 준다.

한국 게임에 찬사를 보내자 한 명이 영어로 농담을 한다. "임산부는 보지 말아야 할 게임이었다." 한국에서는 가이드들조차 기사에 써먹을 좋은 말을 해준다. 훌륭한 나라이다.


1 Comments
chuck 1970.01.01 09:00  
이거보니 외국인들이 쓴 한국 여행기가 궁금해지는군요.<br>보러가야지..<br>근데 과연 다른 나라에도 태사랑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이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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