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짧은기억(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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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짧은기억(7)

광팔이 0 213
그래서 군대가기전에 1000달러 정도를 벌어놓고 전부 아멕스 여행자 수표로 환전을 해놓고 갔으며, 군대에서도 상병달고부터 얼마안되는 월급 모으기를 시도했다. 물론 정신나간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다. (흔히 군대에서는 담배끊는 사람과, 몇푼 안되는 돈모으겠다고 하는 사람 절대 상대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독하고, 싸이코라는 것이라나...)

사실 군대월급 요새 많이 올랐다고 해도 올라봐야 그거 간식비랑 담배값밖에 더돼겠나?

 사실 나는 파견복귀하구부터 살이 너무 쪄서,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PX가서 군것질 하는 것을 좀 줄여야 겠다 싶어서, 또 원래 담배를 안피기 때문에 돈을 한번 모아 볼까 하는 다소 쌩뚱맞은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나도 그거 잘 못지킬줄 알았다. 하지만, 첫달, 두달, 석달째 이렇게 넘기다 보니, 체중도 줄어들고, 돈액수도 제법 커졌다. 또 휴가나 외박나가서 부모님, 친척들이 주시는 용돈, 코묻은 쌈짓돈 유흥비로 쓰는 비율을 좀 줄이고,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고 하다보니, 그것들도 같이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액수를 휴가나가서 us달러 t.c로 환전하고.... 이런 일을 반복했다. 상병5호봉 이상 꺽인 이후로...

그래서 군생활 끝날 때 내가 모으기 시도한 것을 모두 계산해보니, 1000달러가 넘었다. 하지만, PX 가는거 좀 줄이고(군것질을 아예 안한건 아니다. 다만, 예전에 파견생활 할때처럼 허구한날 거기가서 살지를 않았을 뿐이다.)해도 그만큼 짬밥을 많이 먹어서 배를 채우니, 여전히 살이 쪘다. 더구나 말년에 입원해서는 먹을거 다 먹고 맨날 누워서 티비보고 책보고 하는 생활만 반복하다보니, 체중이 다시 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PX 가는 걸 줄이다보니, 돈이 좀 모였었는데...

 나중에 짬먹고 하다보니, 살찌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살빠지고, 하는것도 일이등병 때 잠깐 뿐인 모양이다. 살찐 사람이 군대가서 살빠져서 나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시길...

 살을 못뺀건 정말 아쉽지만,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을 해냈다는게 나로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글을 읽는 사람중엔 나보고 엄청 싸이코라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내가 이런 일을 생각할 수 있었던건, 통신학교에서 후반기 교육 받을때 그곳 교관이 들려준 얘기 였다. 그 교관이 전방의 통신대대에서 소대장으로 있을때 자기 소대원중 하나가 군대에서 나오는 얼마 안되는 월급이랑, 휴가 나가면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 아껴쓰고 아껴쓰고 하면서 모으더니, 전역할 때 120만원 넘게 모아서 나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역후 바로 복학할 때 한 학기 등록금을 했다고 한다.

난 처음에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만 생각했다. 정신나간 놈이 아니면 도저히 못할 짓으로 생각했다. 몇 개월후 일병달고 파견을 가서 같이 교환대에서 근무하는 타부대 전우중에도 그걸 시도하는 놈이 있었다. 그놈은 그거 모아서 전역하면 곧바로 최신기종의 핸드폰을 사겠다는 일념으로 그걸 시도하고 있었다. 나는 제 정신이 아닌 놈이라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나오는 월급 몇 만원은 간식비, 담뱃값하라구 나오는 걸로만 생각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내가 그것을 시도해서 성공을 했으니, 나중에 지나가다 만나기라도 하면 술이라도 한잔 사야할 듯 싶다.

어쨋건 전혀 다른 의도로 시작한 일이 좋은 결과를 낳아서 그 모은 돈으로 더욱 풍족하게 태국여행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 이번에 가면 스쿠버 다이빙을 최대한 많이 해볼 것이다.

군에가기전 모은 거랑, 군생활 하면서 받은 월급이랑 부모님이 주신 쌈짓돈 모은걸로 전역기념으로 가는 여행을 한다고 하니, 너무 흐뭇하다. 기쁨 두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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