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안에서 유서 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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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안에서 유서 쓴 이야기

의좋은형제 15 1953
안녕하세요

신입회원 의좋은형제 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면서

제 이야기 하나 해보려합니다.

벌써 2달전 일이군요

한창 휴가철이었던 7월에

여느때와 다름 없이 태국에 가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어서 그런지 얼른 가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출발 일주일전 부터 원인 모를 발열,오한 등의 증상으로

몸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여름감기인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여행을 앞둬서 그런지 병원에 갔죠

의사는 간단한 체크를 하고 감기라고 진단을 내렸고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서 나왔죠

하지만 그날은 괜찮았지만 다음 날 다시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음식도 입에 못대겠더군요

그래서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이번에도 또 같은 처방을...

이상하게 병원만 가면 열이 내리고 별 증상이 안보이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고 출발 날짜가 왔습니다

출발 당일은 몸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어서 공항에 무사히 갈 수 있었습니다

며칠동안 음식을 입에 못댄탓에 매우 배가 고팠습니다

인천공항에 가면 정면에 보이는 버거킹 다들 아시죠?

그날따라 버거킹이 눈에 딱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와퍼 세트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맛은 없었습니다. 아프면 모든 음식이 다 쓴맛으로 변신하기에

그렇게 꾸역꾸역 먹고 보딩패스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음식을 못먹어서 배가 텅 비어있던 참에

햄버거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서 체한것이지요

정말 너무 아팠습니다

공항 화장실을 붙잡고 1시간 동안 씨름했죠

출발을 못할 것 같았지만

태국에서 기다리는 제 애인과 비행기시간의 압박으로

결국 응급처방을 스스로 하고 탑승했습니다

까스명수,노루모 등등...

비행기에 타니 다행이 티켓팅하는 승무원의 배려로

옆 좌석 2개가 모두 비어있었습니다

짐을 올려놓고 누우니

갑자기 이번에는 발열과 오한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저는 정말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배는 배대로...머리는 머리대로...

정말 이러다 죽겠지 싶더군요

아마 여기 다 못쓸거 같습니다.정말 너무 아팠거든요

기내식도 못먹고 누워서 있는데

(더욱이 제 키가 상당히 커서 좌석도 눕기가 힘들더군요)

갑자기 호흡곤란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다급한 저는 승무원을 불렀습니다

타이항공인지라 태국승무원이 왔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도와줘라'

짧은 메시지를 전하니 승무원이 크게 놀라

캡틴으로 추정되는 승무원을 불러왔습니다

순식간에 비행기는 웅성웅성해지고

이윽고 한국인 승무원 2명도 함께 달려왔습니다

제 상태를 체크해보더니 조그만 산소통을 가져왔습니다.

하나 실망 한 점은...

승무원들 응급상황에 대처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더군요

산소 마스크를 썼지만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상당히 달랐고

산소마져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승무원들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이걸 써보는게 재미있었던지

웃으면서 상황체크를 하더군요

조금 얄미웠지만 몸이 마음같지 않는지라 그냥 의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승무원들은 달랐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리는 거지만

저 그분 2명 없었으면 죽을뻔했습니다

비행시간 내내 제 옆에서 붙어서

손을 바늘로 따시고 마사지를 하시는데

정말이지 눈물이 나오더군요 고마워서

그렇게 지극한 간호를 받으며

이윽고 저는 겨우겨우 3시간만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가 지나고

눈을 떠보니 태국에 도찼했다는 기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출입국 카드를 쓰고

그 여승무원에게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성함이라도 알고 싶었는데 정말 너무 죄송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잊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애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제 몸은 탈진상태였기에 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태국 의료시스템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그 시간이 새벽이었슴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응급시스템이 가동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휠체어를 갔다 대고

그 휠체어가 바로 침대로 변신했습니다

진찰을 받고 입원 절차를 거치고 나니

의사가 왔습니다.

피 검사를 해보니

댕기열로 추정되는 바이러스가 보인다고 하더군요

댕기열이라...

제가 알기에 그 병이 뾰족한 치료약이 없다고 들어서 인지

갑자기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쩍들었습니다

애인은 너무 놀란 나머지 계속 울더군요

의사는 다행이 아직 검사결과가 다 안나왔다는 말을 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계속 말하더군요

태국에서는 열병이 조금 흔해서 그런지 자신있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병원에 입원을 하고

처음 3일간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다만 링거만 맞을뿐

의료시스템은 뛰어났습니다

1시간에 1번씩 혈압 검사, 체온 검사를 하고

3시간에 한번씩 투약을 하더군요

낯선땅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제 자신이 힘들어보였지만

빨리 퇴원하고 싶었습니다....

다음날 의사가 들어오고

모기에 물린적이 있냐는 질문을 들었습니다

군대있을때는 많이 물려봤지만 벌써 예전 일이고

문득 몇 달 전 카오산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왕창 모기를 물렸던 적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당시는 싼게 최고라는 생각에

100밧 게스트하우스에서 몸을 의지했지만

밤마다 모기에 물리곤 했습니다

오죽 물렸으면 날마다 자리를 바꿨겠습니까

물론 게스트하우스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너무 잘 쉬었으며 단지 모기만 많이 물렸지요 체질탓에

아무튼 그런말을 전하니

그때 감염이 된 바이러스가 지금 잠복기를 끝내고 나타나는것 같다군요

허나 의사왈 , 자기도 무슨병인지 뾰족하게 알수가 없다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애인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며

일주일만에 퇴원을 했습니다

퇴원을 하고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여행은 아니지만 푹 쉬었던 기억이납니다...


그냥 제 이야기를 해본것이지만

이 사건으로 받은 충격은 좀 컸습니다

여러분들도 몸 상태가 영 아니다 싶을때는

비행를 뒤로 미루세요

비행기 안에서는 정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더군요

딱 죽겠다

이말이 적당한 표현 같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제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5 Comments
도꾸리 2004.10.03 14:46  
  저도 얼마전에 태국에서 병원에 입원을...
라오스 갔다온지 2주만에 갑자기 고열(40도가 넘는..)로 입원을 했구요.
장티푸스, 독감, 열병, 척추에서 척수를 뽑아야지만 증명이 가능한 병..
이렇게 처음에 의사가 4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더군요..
열이 몇 일 만에 내리면 독감종류...
아니면 나머지 것들을 의심해야한다고..
다행이 열이 내려 4일째 되는 날 퇴원했구요.
중간에 해열제로 준 약이 부작용을 일으켜 좀 고생을..
암튼...
타지에서 한 번 아프니까 저도 정말 유서써야겠다는 맘이 들 정도라구요..
큰 병이 아니래니 다행이구요~
몸조리 잘하세요~
도꾸리 2004.10.03 14:47  
  열대지방성 병이 많은 나라여서 그런지...
검사종류도 여러가지더군요...
말라리아, fat fever(먼지 모르겠음), 심지어 유행성출혈열까지...
암튼 검사비가 상당히 많이 나왔다는...
여행할때 여행자보험들자구요~
의좋은형제 2004.10.03 16:00  
  넵 도꾸리님도 다행이네요. 말씀하신대로 병원비는 상당히 깨졌습니다.허허...이거 외국인한테 바가지 씌운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행이 그런건 아닌것 같고요.아무튼 조심하세요 모든 분들
바다바람 2004.10.03 20:59  
  이야기를 들어보아서는 우리나라에서 감염이 되신 것 같은데 댕귀열은 아닌 것 같네요. 가시기 직전에 태국이나 다른 열대나라를 방문하신 적이 없으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댕귀열이 없거든요. 독감은 아직 유행이 아니므로 아닐 것이고. fat fever라는 것은 혹시 Q fever를 잘못아신 것은 아닌지.  그리고 뱅기 안에는 비상약품들이 있습니다. 당연 진통제도 있구요. 간단한 주사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답니다.
바다바람 2004.10.03 21:01  
  작년에는 요로결석이 있는 분이 신혼여행으로 태국을 가다가 착륙하기 1시간전에 통증이 시작이 되어 드러눕더군요. 제가 가져간 약, 그리고 비상용 약을 이용하여 주사주고 해서 착륙해서는 걸어서 내려간 경험도 해보았는데요. 항상 몸의 상태를 파악을 해서 뱅기를 타야하겠습니다.
바다바람 2004.10.03 21:02  
  혹시나 방콕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를 가지고 계신다면 담에 병원에 가실 때 가져가시면 참조가 될 것 같은데요.
바다바람 2004.10.03 21:03  
  방콕에서 최고의 병원은 범렁라드 병원, 방콕병원 두군데로 알고 있습니다. 사립병원으로 당연히 비용은 엄청나게 비싸고. 의료의 질은 한국과 비교시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서어비스-병실, 전부 1인실, 간호서어비스 등등-은 좋습니다.
봄길 2004.10.03 21:14  
  호흡기가 안좋아 타이항공과 아시아나에 문의하니 아시아나는 수수료를 얼만가 부담하면 기내에서 산소공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타이항공은 우리는 그런거 없어요. 하면서 다짜고짜 태울 수 있니 없니... 출발 30분 전에... 참 타이항공 비상서비스 체제라곤 하나 없더라고요. 조심해야겠더군요.
이츠키 2004.10.04 01:25  
  저도 비행기 안에서 죽는줄 알았는데...
그거 겪어본 사람만 그심정 압니다!!!
이젠 여행할때 건강상태 제일 먼저 체크하고 항상 무리
핮 않도록 주의~에 주의 음식도 확인하고...
전 필리핀서 한국 못오는줄 알았는데 그땐 이러다가 죽는거 아닌가란 생각을 첨 하데요...
갑자기 오열 구토 발열에 설사 그래도 필리핀 공항은 아주 낙후해서 제가 가만히 있어도 눈물과함께 입에서 오**트가 줄줄 흘러도 상관 없었죠...
그땐 탈진 상태라 물도 안나오고 노란거품만 그냥~줄줄
게다가 설사증세는 한발짝만 걸어도 줄줄 게다가 화장실에 물도 안나오고 물퍼서 물내리는 공항 화장실이니 비위 더 약해져서 계속 비행기는 어찌 탔는지 한국 와서도 엄마한테 말도 못하고 피로가 겹쳐서 그런거라 둘러대고... 진짜 저도 유서 써야 하는줄 알았어요
상쾌한아침 2004.10.05 08:50  
  다 나으셔서 다행입니다.
변신하는 휄체어의 경우는 한국 의료병원과 소방서 응급차량 등에서 현재 쓰이고 있답니다.
상쾌한아침 2004.10.05 14:32  
  <img src="http://www.koreabed.net/products/img/KB1720.gif">

변형 구급차용 훨체어입니다. 가격은 몇가지나 변신 가능하냐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80~280만원선에 거래됩니다. 자체무게만 35kg랍니다.;;;
frog 2004.10.05 15:28  
  고생많으셨네요. 태사랑 회원들을 위해 혹시 병원비나 처지 내역, 그리고 병명 뭐 이런것들을 좀 알려주시면 좋겟습니다. 보험처리는 되었는지? 그냥 궁금하네요.
싸왓디캅 2004.12.02 01:37  
  저두 방콕크리스챤병원에 하루 입원했었는데...ㅋㅋ
큰병은 아니었지만... 새벽에 심한 복통땜에...^^;
간호원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거 빼고는...
간호써비스는 죽이더군여...
우리나라 병원에 비하면...ㅋㅋ
2004.12.19 14:41  
  생각난다^^
록하트 2013.07.10 21:11  
음...이제보니.. 참진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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