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가지 얼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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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얼굴 표정

이런이름 1 530
1.
예전에 떠돌던 이야기 중에 '앤서니 퀸을 좋아하는 사람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별로라고 생각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앤서니 퀸을 별로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두 배우의 얼굴선이 상반(?)되는 유형이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재미로 만들어 낸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수긍했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멋있다고 생각한 반면에 앤소니 퀸은 좀 비호감이였거든요.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황야의 무법자'에서 보여 준 모습은 요즘 말로 '쿨함'의 교본과도 같았었지요.

어렸을 때 주말의 명화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앤서니 퀸이 나온 '25시'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줄거리는 기억이 안나는데 좀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의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면도 보았습니다.

그때가 몇 살 때였는지는 기억은 안나지만 꽤 어렸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 어린 가슴을 헤집어 놓았던 '울음으로 가득 차있는 미소'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정과 상황이 표정에 담기는 걸 본 첫번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2.
두번째 기억은 어린 여아의 얼굴에 나타났던 표정입니다. 한 여아가 연못가에서 깡총깡총 뛰며 까불거리다가 발이 미끄러져 연못 안쪽으로 엎어졌습니다. 마침 옆에 있었던 터라 얼른 일으켜 세워줬는데 이미 머리카락과 옷은 젖어 버렸더군요.

울기는 해야겠는데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울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더군요.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오묘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3.
표정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은 공감하실텐데 강아지들에게도 표정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을 집안에서 같이 생활하다보면 강아지 얼굴에서 심리상태를 대충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 집 강아지는 똥을 눌 때 표정이 꽤 복잡했었습니다. 억눌해 보이면서 미안해 하는 표정이였지요. 그 표정이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보호보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똥 눌 때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짓는다는 게 저 혼자만의 착각만은 아닌 것이 속이 썩 튼튼하지 못했던 이 녀석은 종종 설사를 했었는데 집 안에서 급하면 욕조 안으로 뛰어 들어가 일을 봤습니다. 마치 화장실 사용법을 알고 있는 거처럼요. 치워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일이였지요.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스스로 그러는 걸 보면 똥 누는 거에 관해 나름 생각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4.
며칠 전에 어느 신문 기사에 첨부되어 있던 울고 있는 어느 수녀의 표정은 아마도 쉽게 잊혀질 거 같지는 않습니다. 우는 얼굴이 아름답기는 힘든 일이여서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사를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내 그 사진 속의 울던 얼굴이 떠올라 몇 번씩이나 가슴이 먹먹해졌었습니다.

(저는 미얀마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습니다만) 그 사진을 보며 제 자신이 너무 보잘 것없고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생각되어 약간 괴로운 마음까지 들었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062076?cds=news_edit
(경향일보 - '피의 일요일'을 막아선 수녀)



혹시라도 링크한 신문기사를 읽고나서 마음이 무거워지셨다면 미안합니다. 아기 코끼리의 재롱을 보면서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보세요.

https://youtu.be/gWxBEJGCaaw
(영상 길이 12분 45초)
(영상이 좀 길긴한데 아기 코끼리가 하는 짓이 귀여워서 보는 내내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었습니다. 비슷한 다른 영상들이 더 있는 걸 보면 평소에도 저러면서 노는 거 같습니다.)
1 Comments
이런이름 2021.03.21 04:47  
이제야 궁금증이 좀 폴리네요.
(정치적인 입장 표명이라고 할 수 있는) 길거리 시위에 수녀가 왜 끼어있을까 하는 의아함을 갖고 있었는데... 수녀는 시위에 참여했던 게 아니였군요.
시위를 하던 사람들이 카톨릭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몸을 피했고 진압대가 그 사람들을 체포하기 위해 병원 안으로 진입하려는 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수녀가 막아서는 장면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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