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 왔다케도 할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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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서 왔다케도 할말 없음...

고구마 1 201
올봄에 마련한 중고 노트북 케이스가 엄청 드러워 져서 as 받으러 용산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시간은 좀 걸려도 거무죽죽하던 노트북 표면이 새것처럼 빤질빤질해 져서 나오는걸 보니 엄청 맘이 뿌듯하더군여..
그때가 오후 6시가 좀 안됐는데...
요왕이 저녁때 시청에서 뭔 모임이 있으니 나오라길래 용산역에서 전철을 타려고보니 왜 그렇게 노선이 많은것 처럼 보이던지..
죄금 헷갈립니다.
하지만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전철 노선도 꺼내보는건 조금 민망해서 그냥 앞만 보고 계속 걸었져...
하여튼 쭉쭉 걷다보니까 청량리행 이라고 적힌 표지가 보이지 뭡니까...
아~~ 내가 제대로 왔구나...청량리는 서울의 동쪽이니까 그럼 시청을 지나서 가겠구만...
근데 이놈의 열차...타고보니 다음역이 이촌 이라는군요..
흑..옥수동을 거쳐서 청량리로 가는...
그니까 시청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걸 잡아탄걸 재빨리 알아채고는 이촌역에서 내려 맞은편으로 가서 다시 전철을 기다렸져...

뭐..초행길이니까 그럴수도 있지..이제는 방향을 제대로 잡았으니까 몇정거장만 가면 시청이겠군...

그러고 무념무상 아무생각없이 공상이나 하고 있으니 다시 용산 도착..그런데 사람들이 우르르 다 내리고...왠지 나도 같이 내려야되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모드 조성되길래 엉거주춤 하며 맞은편을 보니까..
이촌에서 나랑 같이 전철탓던 아줌마도 전혀 내릴생각이 없이 기냥 앉아 있는겁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들어오고 문이 닫히고...
출발하는데 왠지 가는 방향이 좀 불길합니다.

이 놈의 전철...다시 이촌역으로 되돌아가는 거 아니겠어요.
이게 뭔 조화냐고요..뭔가 잘못됐구만 싶어서 살짝 맞은편 아줌마 보니 그분도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는 것이 아마도 우리는 서로 믿은거 같아요..흐흑..

다시 돌아온 이촌역...다시 반대편으로 갈려는데 정말 층계를 오르내리는 다리가 다 후들거리네요.. 날은 어둡고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이거 원 무슨 팔푼이도 아니고...흑흑
기차는 왜그리 안오는지..게다가 이촌역은 지상에 있어서 바람 슝슝 불어 볼따구니가 떨어져 나갈거 같고..

맨첨에 용산에서 제대로 탓으면 10분이면 갈 시청을 거의 50분 걸려 도착했군요...그때의 충격으로 아직도 못이 뻐둥뻐둥 합니다...


음냐리...저녁에 돼지 불고기 집에서 만난 모임에서 내가 얼마나 바보짓을 하면서 왔는지 이야기 하려고
" 아..제가 용산에서 잘못타서 이촌으로 갔는데..." 라고 하는 순간 서빙 하는 아주머니 스윽 다가오더니
" 여기 불고기 다 익었거든요 .빨리 드세요." 라고 하는 바람에 다들 돼지고기에만 신경써서 말은 제대로 끝내지도 못했다는......캬~

촌색시의 고단한 하루네요..
1 Comments
필리핀 1970.01.01 09:00  
음... 제가 예전에 빠리에 갔다가 지하철 노선(뿐만 아니라 갈아타는 것도) 엄청 복잡해서 고생했었는데, 이제 우리나라 노선도 만만치 않습니다. 앗, 그럼 우리나라가 드디어 프랑스 수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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