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투표권을 여러 장 달라..
울산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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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2 23:29
태국에서 2000년 이후로 탁신이란 양반의 정당이
한 번도 다수당의 위치를 빼앗긴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선거를 해도 탁신측을 이길 수가 없으니까
작금의 쑤텝 시위처럼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도 나옵니다.
그중의 하나가,
학벌 좋고 부유한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여러 장 주자!
뭐, 많게는 한사람에게 20장까지 주자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아프리카 정글의 추장 선거에서도 안 먹힐 개소리인데...
그런데 이면을 보면 그런 주장이 나올 만도 한 게,
태국은 금권 부정선거가 만연해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하원 총선거가 있고 선거일이 가까워져 오면
어느 후보가 한 표당 얼마씩을 준다는 소문이 돌고,
방콕등 도시에 나가있는 유권자가 귀향해서 투표하면
왕복 버스비등을 지원해준다거나 하는 제안도 합니다.
실제로 한 표에 200밧 - 300밧씩 주고 사는 일은 비일비재하죠.
우리 장모님과 처가 식구들도 몇 번 받았다는 걸 들었습니다.
자신의 표를 적은 돈에 파는 태국 유권자의 심리는,
어느 쪽 후보나 다 비슷하고,
돈 많은 놈이 능력있는 놈이고,
그리고 나한테 뭐라도 주는 놈한테 찍는거지...
자신의 소중한 투표권을 돈 몇 백밧에 팔아먹는
무식한 농민들과 빈곤층도 투표권이 1인당 1장,
많이 배우고 돈도 많고 계급적으로 우위인
왕당파 기득권층도 투표권이 한 장뿐이니까,
윗쪽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제도가 짜증나는 것이죠.
한편으로 탁신의 등장이후에 좀 달라진 변화가,
후보자가 주는 돈은 주는대로 일단 받고
투표는 다들 탁신쪽에 해버린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민주당이나 왕당파의 입장에서는
이제는 돈으로도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현실.
그러니 선거하지 말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거나
자신들의 지지층에게 투표권을 여러 장 주자고 합니다.
쑤텝이 진두에 나서서 이어지는 작금의 시위도
태국사회의 지배층들이 정권까지 잡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뭐 같아도 민주주의라는 대의가 우선이니까...
올 2월 총선거에서도 엄청나게 돈이 뿌려질 것이고
서민들은 공돈 몇 백밧이라도 생기면 반찬값은 보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