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방울의 정액이었던 것이...... ★★◎
★★ 한 방울의 정액이었던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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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아십니까, 지렁이의 조상이 인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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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예도옛적.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 녹색 점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멀리에서 보면, 푸른 물결무늬 보자기를 펼쳐놓고 그 위에 녹두알을 하나 놓아둔 듯했습니다.
그 점은 아무도 살지 않는 어느 무인도였습니다.
그 무인도의 해변에 아담한 집 두 채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큰 바위를 다듬어서 만든 튼튼하기 이를 데 없는 돌집이었습니다. 다 빈 집이었습니다. 거기 살던 사람들이 뭍으로 나가버려 주인을 잃게 되었던 게지요.
그 집 뒤편에 대나무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적마다 여치의 날개껍질같은 수없는 대나무잎이 포르르 포르르 소리를 냈습니다.
어느 날, 하늘나라의 주신(主神) 꼬레아시나신이 굴렁쇠를 굴리듯 어마어마하게 큰 알을 네 개 딩굴딩굴 굴리며 그 섬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알을 그 집 근처에 놓아두고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갔습니다.
그 중에서, 두 알 속에는 남자가 한 사람씩 들어 있었고, 나머지 두 개 속에는 여자가 한 사람씩 들어 있었습니다.
각기, 두 남자는 그 속에서 줄넘기를 하고, 두 여자는 그 속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밤이었습니다.
수면에 붕어비늘을 쫙 뿌려놓은 듯한, 달빛을 받고 은빛으로 빛나는 바다. 물의 바다가 아니라 수은의 바다같은 그 반짝거리는 바다 속에서 사랑의 여신 사보아르미가 사푼사푼 걸어나왔습니다.
그녀는 해변가의 하얀 모래밭에 엎어져 누워, 장어꼬리같은 혀 끝을 모래밭에 찔러넣었습니다.
그러자 심장 속에 사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개미들이, ------혓가닥을 타고 모래밭으로 기어내렸습니다.
개미들은 네 패로 나뉘어, 그 네 개의 알에 접근, 그 하얀 껍질에 둥글게 한 줄로 달라붙어, 그것을 갉아대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톱질을 하여 자른 듯 네 알이 두 쪽으로 쩍 벌어졌습니다.
그로써 살과 뼈로 만든 신의 공예품, 세포로 만든 신의 예술품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두 남자는 근육미의 보고였고, 두 여자는 곡선미의 보고였습니다.
사보아르미 여신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씩 묶어, 두 쌍의 부부를 만들었습니다.
두 부부는 그 빈 집을 하나씩 차지하여, 서로 이웃하고 살았습니다.
그로부터 달포가 지났습니다.
깊은 밤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지하 갱 속에 갇혀버린 듯,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암흑 짙은 밤이었습니다. 온 하늘에 쇠똥구리가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듯, 검은 먹장구름이 겹겹이 깔려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들레르가 구름이 없다면 하늘은 피로하고 심심하여 하늘이기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했다지만, 그렇게 온통 먹구름이 처발려 있을 때면 하늘은 하늘이 된 것을 부끄러워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들, 두 남자가 어둠을 헤치며,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그 해변가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파도소리가 꽤 높았습니다. 마치 바다가 제 가슴에 아름다운 별과 달을 담지 못하게 한 먹구름을 원망하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두 남자는 그 해변가의 야트막한 산기슭에 자리잡은 공동묘지를 발견했습니다. 수천 개의 무덤봉들이 볼록볼록 돋아나 있는 공동묘지.
<중간 붙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파묻어주었고, 그 사람은 또다른 사람에 의해 파묻혔으며, 멀잖아 그 사람 또한 죽어 파묻혔음을.
그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났음을.
인생이란 그 얼마나 허망하고 보잘것없는가.
어제까지만 해도 한 방울의 정액이었던 것이, 내일이면 차거운 시체나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우렐리우스-
놀랍게도, 갑자기 그 수천 개의 무덤봉들이 일제히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안선 쪽으로 천천히 이동해 갔습니다. 수천 개의 엎어놓은 바가지가 일제히 이동해 가는 듯한 그 모습. 신기하기도 하고 괴이쩍기도 했습니다. 무덤 속의 유령들이 무덤봉을 덮어쓴 채 이동해가는 것이었을까요?
이내 바닷가에 이르러, 검푸른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 수천 개의 무덤봉은 무덤봉이 아니었습니다. 수백 살쯤 된, 수천 마리의 거대한 바다거북들이었습니다. 무리지어 그 산기슭으로 기어나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바다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들, 두 남자는 편편한 바윗돌에 나란히 걸터앉았습니다.
[여보게, 자네. 이 섬에는 자네와 나, 우리 두 부부 밖에 없네.
두 부부로 갈려 사느니, 하나의 부부로 합쳐서 사는 게 어떻겠는가? 그러면 나도 마누라가 둘, 자네도 마누라가 둘, 내 마누라는 남편이 둘, 자네 마누라도 남편이 둘.
신이 인간에게 성을 부여해준 것은, 쾌락을 즐기라고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어떻게 해서든 강도높게 성적 쾌락을 즐기는 그것이야말로 신이 부여한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거 참, 좋은 생각일세. 남자 둘에 여자가 둘, 그렇지만 하나의 부부. 그렇게 한번 해 보세. 자네 말대로 신은 틀림없이 박수를 보낼 것이네.]
남편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아내들은 거부는커녕 얼씨구나 좋다구나 하고 날아갈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진작부터 그렇게 했어야지, 왜 이렇게 뒤늦게서야 그런 좋은 방안을 내놓느냐고 되레 나무라는 얼굴빛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 그들은 한방살이를 하며, 시시때때로 혼음을 즐겼습니다.
어느 새벽녘이었습니다.
그들은 벌거숭이가 되어, 한 방에서 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하늘의 주신 꼬레아시나신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간을 창조해서 지상에 옮겨다놓았더니, 인간다운 짓을 하지 않고 짐승다운 짓을 하고 있군그려......]
꼬레아시나신은 곧 그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뒤편에 울창하게 우거진 대나무숲의 뿌리를 그 방 밑으로 뻗어들어가게 하였습니다. 순식간에, 그 뿌리에서 일제히 수천 개의 죽순이 돋아나게 하고, 또 그 죽순들이 쑥쑥 자라나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 죽순들이 대나무로 변해가며, 그 방의 방바닥을 통째로 위로 들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더 위로 위로...... 방바닥과 천장의 거리가 점점 더 좁아졌습니다.
두 남자와 두 여자는 그것도 모르고, 성적 쾌락의 황홀경에 빠져 허우허우 허위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새 방바닥이 더욱 더 천장에 가까워져, 알몸으로 포개어진 두 쌍의 남녀, 포개어진 채 그대로 짓눌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천 그루의 대나무가 한꺼번에 밀어올리는 힘, 바윗덩어리도 짓눌러서 짓부수어버릴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그들은 살려 달라는 비명을 지르다, 짓눌릴대로 짓눌려 그대로 죽고 말았습니다.
빈대떡처럼 납작해진 그들. 치즈 두 장을 포개어놓고 압력을 가하면 하나로 붙어버리듯, 두 쌍의 남녀는 각각 하나로 붙어, 납작한 육고기포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뼈도 으스러지고 바스러져 흔적조차도 없었습니다.
꼬레아시나신은 오징어포처럼 납작해진 그 두 장의 육고기포를 포개어 멍석을 말 듯 둘둘 말았습니다. 마룻바닥에 놓고, 항시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시퍼렇게 날선 장검으로 썩둑썩둑 썰었습니다. 납작하게 밀어놓은 밀가루반죽을 몇 번 접어 도마에 올려놓고 칼로 썰어 칼국수를 만들 듯. 가느다랗게 썰린 그들.
꼬레아시나신은 다시 칼을 아무렇게나 탁탁 내리쳐, 칼국수같이 되어버린 그 가닥가닥을 짧게 만들었습니다, 채를 썰어놓은 무채처럼.
꼬레아시나신은 그 집 마당에 구덩이를 하나 팠습니다. 그 속에다 무채같이 썬 그것을 넣고 묻어버렸습니다.
바닷가 근처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흙이 검은 갯벌흙이었습니다. 곧 무채같이 썰린 그것에 검은 흙물이 들었습니다.
그 뒤, 꼬레아시나신은 무채같이 썰린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러자 일제히 꾸물꾸물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이 지구에 처음으로 지렁이가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왜 지렁이는 암수가 한 몸일까요?
벌거벗은 채, 상하로 포개어진 채 짓눌려 죽은 두 쌍의 남녀. 각각 짓눌릴대로 짓눌려 하나로 합쳐진 그것을 썰고 썰어 지렁이를 창조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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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면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은 영혼을 사로잡습니다.
생각을 바꾸는 지혜의 우화집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 나울시 지음 ] 중에서 - 한편 훔쳐다놓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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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술왕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11-18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