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예상보다 치명적(머니투데이 기사 펌)
확산 속도가 완만해지는 한편으로 원인 바이러스도 규명돼 치료법 발견이 임박한 것으로 기대됐던 중증 급성 호흡기 질환(사스)이 생각보다 치명적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존에는 사스 사망자가 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50대 이상이었으나 최근에는 30~40대의 건강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스로 사망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1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사스 바이러스가 빠르게 변종하면서 치명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홍콩에서는 사스로 9명이 추가 사망, 홍콩에서 사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3월 중순 이후 일일 사망자수가 가장 많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날 9명의 사망자 중에서 5명이 50대 미만이었다는 점이다.
50대 미만 사망자 중 3명은 임신한 여성을 포함해 30대 여성이었고 2명은 45세의 남자였다.
또 이 5명 중에서 한명만이 건강 상태가 나빴고 나머지는 모두 사스에 감염됐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했다.
임신한 34세의 여성은 4월1일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태아는 생명을 구했으나 여성 자신은 사스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
이 여성이 낳은 아기는 사스 감염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15일 홍콩에서의 사스 사망자수는 사스가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50대 이상의 고령자에게 주로 치명적이라는 지금까지의 판단을 뒤집는 것이다.
특히 홍콩의 경우 항바이러스 제제인 리바비린과 스테로이드를 합성한 의약품으로 사스 치료에 진전을 보고 있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날 건강한 청장년층의 사망자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난데 대해 크게 당황하고 있다.
홍콩 의료당국은 사스의 사망자수가 청장년층에서 갑자기 늘고 있는 이유와 확산 초기에 비해 감염 속도가 왜 다시 빨라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당국은 사스가 빠르게 변종 돌연변이를 낳음으로써 치명성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섣부른 추측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미국 질병치료억제 센터(CDC)의 줄리 거버딩 이사는 사스 원인균으로 추정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해독에 성공했다면서 사스 바이러스가 빠르게 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도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쌍 배열을 규명했는데 "광범위한 변종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버딩은 변종의 과학적 증거는 불충분하지만 "변종이 발생할 개연성은 있다"고 덧붙여 사스가 변종을 통해 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15일까지 홍콩에서는 1232명이 사스에 감염됐고 56명이 사스로 사망했으며 사망자 중 50대 미만은 13명이었다.
50대 미만 사망자 대부분은 사스가 이미 상당히 진전된 뒤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일부는 초기 단계에서 홍콩 의료당국의 리바비린과 스테로이드 치료법을 받았음에도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사망했다.
홍콩 의료당국은 현재 시행 중인 치료법의 부작용 때문에 사스 감염을 제외하고는 건강했던 50대 미만 사람들이 사망한 것이 아니냐는 추궁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다만 현재 치료법은 적용했을 때 90% 이상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치료법의 한계를 깨닫고 있으며 모든 사스 감염자를 다 치료하고 싶으나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홍콩과 싱가포르 등이 감염자와 감염 추정자에 대한 대대적인 격리 조치 등을 취하고 있음에도 감염자수와 사망자수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은 사스가 아직 억제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15일 오후까지 사스 감염자 및 감염 의심자수가 전세계 24개국(홍콩을 중국과 별개로 계산)의 3235명, 사망자수는 154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감염자 및 감염 의심자 중 치료된 사람들의 숫자는 절반 가량인 1515명이다.
15일 하루동안 새로 사스에 감염된 사람은 66명이었다.
사스 사망자수를 감염자수로 나눌 경우의 치사율은 4.7%로 오히려 초기의 4%, 지난달말의 3% 중반대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