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 모를 쓸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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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 모를 쓸쓸함....

한마디 8 421
내게 있어 청춘은 늘 내가 다니던 대학의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벚꽃

그리고 그 꽃들 사이로 언뜻 언뜻 고개를 내어밀던 라일락 향기다

무슨 연유인지는 내 자신도 알수 없으나

늘 청춘이란 단어만 들으면 눈앞엔 벚꽃 가득한 학교 교정과

코끝엔 라일락 향기가 배어든다

오늘도 병원 창가에 걸터 앉아 지나가는 차들을 물끄러미 내려 보다가

문득 예전  내  젊음의 그 봄날이 그리워졌다

그리곤 하루 종일 이유 없는 쓸쓸함에 마음 둘곳을 몰랐다

더욱이나 그 이유 없는 쓸쓸함은 쉽게 가라 앉질 않는거였다

무엇인가 중요한걸 잃은듯, 독한 감기를 앓고 이제 막 털어내고 일어 난듯한

그 정체를 알수 없는 무력감이 하루종일 내 몸에 끈끈히 배어 있었다

이라크 파병 동의안이 오늘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이 상실감을 이해 하기 어려웠다

내 천박한 이성의 한계를 스스로 너무나 잘알기에

이런 무력감이 피부로 느껴지기엔

이라크 파병 동의안은 내게 있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버거움,

혹은 상상하기 어려운 귀족적(?) 절망이었기 때문이다

내겐 보다 더 말초적이고 저급한 내게 어울리는 원인이 있어야만 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그 원인은 장국영의 죽음이었다

내 사춘기가 남들보다 뒤늦게 왔던

혹은 남들보다 몇년을 더 사춘기안에서 방황했는지 스스론 알순 없지만

난 대학 시절을 지금도 사춘기라 생각한다 

가끔씩 대학 시절을 떠올릴때면  교정앞  파란 잔디며

학교 뒷산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가슴 시린 기억으로 다가 서는걸보면

내 사춘기는 까치밥으로 남겨 놓았던, 지난해 가을 단감이

겨울지나 뒤늦은 봄 앞마당에 떨어지듯, 

남들 다겪고 지나간뒤, 세월 모르고 홀로 사춘기를 겪었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철없는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시절

극장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하게 했던 영화가

장국영 주연의 영웅본색이며 천녀유혼등이다

당시에 많은 인파를 모았던 영화로는 양철북,닥터 지바고등도 있었는데

양철북이나 닥터 지바고가 지적 허영을 흉내내기 위한

억지 춘향의 관람이었다면,

유치하다고 비웃을지라도 장국영의 영화는

내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 영화들이었다 

분명 그 시절 만큼은 장국영은 감동이고 열정이었다 

내 청춘의 어느 한페이지, 단 한줄 혹은 두줄일지라도

감동과 열정의 기억으로 살아있던 장국영의 죽음이

하루 종일 내 가슴에 얼음을 박아 넣고 있다

내 청춘은 장국영이 있어서 좀 더 청춘다웠고 젊음다웠다

내 청춘의 한때를 아름답게 기억할수있게 해준 장국영이

부디 좋은곳으로 가기를 뒤늦게 손 모은다
 
8 Comments
아부지 2003.04.03 03:33  
  뒤돌아보면..그렇게 열정적인 팬도 아니었던것 같은데..왜 이리 가슴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이상할만큼..가슴이 저립니다. 머리가 아픕니다. 하루종일 우울합니다. 아름다웠던 그가 이제는 부디 편안히 쉬기를 바랄뿐입니다.

지금 이리저리 찾아보고있는 유서만도 세가지가 나오는군여. 이것도 이해할수없거니와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듯합니다. 김성재군의 의문사처럼 미스테리로 남는일이 없기를 바랄뿐입니다.

정말..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답답하네여........
M.B.K 2003.04.03 08:18  
  왠지.... 제 인생의 젊음이 그의 죽음과 함께 가버리는 느낌입니다....
마무앙 2003.04.03 09:32  
  초등학교때 영웅본색을 보며 많이 울었는데..
거참..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 충격이고 가슴 아프네요...
마무앙 2003.04.03 09:33  
  앗...가만... 한마디님이 영웅본색을 대딩때 보셨단 말입니까?? 전 초딩때 봤는데...ㅋㅋㅋㅋ
땡모 2003.04.03 10:27  
  대학 시절 장국영 때문에 중국어를 선택했던 한 친구가 있었는데...지금은 연락도 끊겼지만....아마도 그 친구는 지금 많이 슬퍼하고 있을것 같네요..
지구 2003.04.03 10:40  
  의문사라? 평소에 의심이 많은가 보군요 동성애 삼각관계로인한 한심한 자살입니다 부디 하늘에서도 남자많아 밝혀라
..... 2003.04.03 10:57  
  헉... 윗분 평소에도 그런 한심한 생각만 하시나보군요. 부디 지구를 떠나거라잉....
한마디 2003.04.03 11:37  
  베르테르의 죽음을 불륜이라 욕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불효라 욕하는이는 많지 않읍니다
설혹 장국영의 죽음이 동성애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그가 간직했던 사랑은 이성애자의 사랑과 무게가 같다고 여겨집니다
부와 명예와 목숨마저 내어 놓고 사랑할수 있었던
그 앞에 내자신을 되돌아 보니 다시금 전 부끄러워질 뿐입니다
동성애는 내세울만한 어떤 자랑거리도 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 받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읍니다
태국에 있는 제 친구들중엔 동성애자도 여럿 있읍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들을 알고 지내며  동성애자에게만 있는 흠집같은것들을 전 찿아 보기 어려웠읍니다
오히려 그들의 화려한 감성 따뜻한 인간미에
감동 받을때가 더 많았읍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이유없는 차별은
또 하나의 아파르트헤이츠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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