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좋은 끄라비
작년 초순 그러니까 2014년 2월 즈음에 끄라비에 왔을 때의 느낌은...
저녁 상설시장 근처 강변에 새로 생긴 중급숙소들이 내세우는 시설대비 비싼 요금, 그리고 어이없이 올라버린 강변야시장의 몇몇 노점식당들의 행태를 보고 실망스런 느낌이 진하게 들어서 적잖이 실망도 되고 짜증이 났었습니다. 그래도 쑤랏타니에 있다가 끄라비에 오니까 뭔가 좀 밝고 감성적인 느낌이 듭니다.
뭐 끄라비의 숙소가 그런것만 있는것도 아니고, 외국인 전용으로 변한듯한 강변 콩카 거리 몇몇 노점식당은 간단한 식사류를 먹기에는 예나 지금이나 편안한 가격대니까요. 음... 간단하게 식사만 하기에는 적당하지만, 예전처럼 싼맛에 이것저것 주문해서 먹을라치면 아주 별로가 되버린 상황이랄까....-_-;;
사람들이 끄라비로 간다고 할때는 딱 어느 한 곳이 아닌데요, 아오낭해변, 놉파랏타라해변, 라이레해변, 탑클래스 리조트라 할 수 있는 소피텔등이 자리한 크렁무앙해변, 그리고 끄라비타운... 이중 어느곳을 간다고 하더라도 그냥 끄라비 간다~ 라고 흔히 얘기합지요.
그래서 끄라비에서 묵었다고 할지라도 정확히 어느 지점인가에 따라 느끼는게 다른데요, 우리가 말하는 끄라비는 타운입니다.
쑤랏타니의 살사게스트하우스 건너편 골목에 있는 롯뚜정류장에서 미니밴을 타니 약 2시간반 후에 끄라비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요금은 200밧입니다.
끄라비에 도착하는 다른 여행자들의 직전 여행지는 어디일까요? 방콕? 푸껫? 피피?
끄라비는 철도는 없지만 국제공항이 있고 도시간 연결편도 나름 원활한 편에 속해요. 다들 아시다시피 긴꼬리배와 스피드보트 등이 운항되는 뱃길도 열려있지요.
끄라비 타운에서 가까운 곳에 해변들이 위치해 있고, 이런 해변이 영 성에 안차는 경우에는 배를 타고 피피섬이나 남쪽의 꼬란따 아니면 더 멀리 뜨랑이나 싸뚠 앞바다의 섬으로 갈 수도 있으니 나름 육해공 연결편은 다 있다고 봐야겠네요.
방콕에서 터미널 냉동야간버스를 타면 13~14시간 정도 걸리고, 비행기타면 방콕에서는 한 시간남짓이고, 쿠알라룸푸르까지는 한시간 20분정도 만에 도착하는 거리감입니다.
푸껫으로 가자면 버스타고 약 3시간정도, 쑤랏타니까지도 그정도 좀 못미치게 걸리고요.
한국인 여행자들은 잘 안가지만 끄라비에서 꼬란따까지 들어가는데 미니밴(롯뚜)로 한 2시간 반정도 걸렸던거 같습니다. 바다를 두번 통과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
사실 끄라비의 대표상품인 아오낭해변은 그 명성에 비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실망감이 상당 느껴지는 칙칙함이 아주 진하게 있긴하지요. 여기까지 와서 아오낭에만 올인하는건 좀 아쉽고 바다를 즐기려면 아무래도 4섬, 5섬투어를 하는게 좋을 것 같고요.
보그 백화점 근처 원시인 신호등 사거리
역시나 개인적인 느낌으로... 태국남부의 큰 도시(쑤랏타니, 핫야이, 나컨씨 등)들에는 그 특유의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가 있는데 끄라비는 그런게 많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낡고 키가 큰 건물이 그다지 많이 없어서 그런거 같은데, 남북으로 흐르는 끄라비 강변에는 타라공원까지 강변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산책하기 좋더군요. 선선한 아침시간에는 조깅하는 사람들도 꽤 보입니다.
도시활성화나 주민들의 경제적 세가 크지 못한탓인지 센트럴은 없어요. 하지만 우따라낏 도로에서 15밧짜리 노선 썽태우를 타면 빅씨를 거쳐 테스코로터스까지 갈수가 있는데 크게 만족스럽진 않지만 대강 이런곳에서 쇼핑욕을 채울수도 있습니다.
전 가격대비 제품 질은 우리나라가 훨 낫다고 생각이 되서 태국에서 쇼핑은 거의 안하지만, 그냥 타운에만 있기에는 심심하기도 하고해서 15밧에 썽태우타고 쇼핑몰에 나와서 그냥 잔잔한 생필품 사고 엠케이쑤끼도 끓여먹고 그럽니다.
시내의 보그백화점에도 kfc, 피자컴퍼니 같은 프랜차이즈가 있습니다. 음식이야 태국 전역이 다 그러하듯 소화력이 안되서 못먹을지언정 종류가 미진하지는 않습니다.
태국남부여서 무슬림도 꽤 사는지라... 말레이시아의 그것에 비하면 영 성에 안 차는 미미한 수준이긴해도 무슬림 음식점이 몇몇 있기도합니다. 뭐 로띠같은것이지요.
말레이시아 로띠에 비하면 비루한 편이지만 그래도 태국 로띠 좋아하시는 분들 많지요. 저 그 노란마가린의 색깔만 봐도 그냥 뱃살지방덩어리로 보여서...ㅠㅠ
숙소의 경우는 좀 애매한게 근래들어 끄라비타운 쪽에 새로 오픈한 깔끔한 중급숙소의 가격대가 너무 높다고 느껴집니다. 아오낭 구역과 맞먹을려고해요. 타운인데 말이에요. 아오낭 구역에서 해변에 위치한 숙소들말고 내륙쪽 길 그러니까 바다에서 맥도날드 쪽으로 쭉 전진해가면서 만나게되는 깔끔한 중급게스트하우스들도 가격대가 그렇게 높지는 않거든요. 혹시 장기로 지내게 된다면 좀 다를수는 있을텐데... 아직 그런쪽의 정보는 별로 없네요.
짜오파 거리에서 오랜기간동안 공사를 해오던 정부청사는 이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벽에다가 끄라비의 역사를 표현한 멋진 부조를 치장해놨더라구요.
우리나라나 태국이나 정부건물에 과하게 돈투자하는건 좀 아깝게 느껴지는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전에 비해 짜오파거리가 상당히 정돈된 분위기가 납니다. 각이 딱 잡혔다고 봐야할지도...
끄라비의 강을 왼편에 두고 강변 산책로를 따라 계속 남쪽방향으로 가다보면 타라공원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여행자들이야 뭐 이런류의 공원에는 그닥 관심이 없겠지만서도 장기여행자나 일시적인 거주자라면 공원이 있는게 아주 좋아요. 운동도 할수 있고 슬슬 산책하는 것도 좋고요...
사실 장기적으로 거주를 좀 하려면 뭔가 배울거리나 할거리가 있어야 되는데 끄라비는 그런면에서는 상당히 약한거 같네요. 치앙마이는 랭귀지스쿨도 여럿있고 골프장도 있고 하잖아요. 근데 여기선 뭐 맨날 4섬 5섬투어 다닐수도 없고 .... ㅠㅠ
맨날 그런 투어다니다가는 살갖이 자외선에 다 타버릴거 같습니다.
예전에 태사랑회원분 중에서도 이곳에서 잠깐 거주를 하신분이 계시긴한데 그 이후로는 영 소식이 감감한걸 보면 뭔가 심심하긴 심심한 동네에요.
하지만 이곳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 강과 바다 석회암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전체적으로 꽤 괜찮습니다.
뿌담(검은게) 동상. 뒷쪽 멀리 카오카납남이 보인다.
타라공원
시내에서 타라공원까지 연결된 강변 산책로
몇년전부터 끄라비에는 금토일 이렇게 3일동안 보그백화점 뒷편에 주말시장이 서는데, 사실 거창한 의미는 전혀아니고 그냥 각종 음식장사들이 나와있고 중앙에 테이블이 빽빽하게 마련되어져 있는 그런 형태의 시장입니다.
무대도 설치되어 있는데요 어느 여행기를 보면 트렌스젠더들이 잔뜩 차려입고는 나름 쑈를 하기도 하던데, 우리가 갔을때는 자기 한풀이하러 나온거 같은 동네아저씨의 음치에 가까운 노래를 들어주느라 정말 곤욕이였어요.
흥겨울려고 나온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기분을 저하시키는 노래를 꺼이꺼이 부르다가, 관객석에서 날라오는 술병이라도 얻어맞지 않을지 걱정이 될정도더군요.
그리고 평일중의 이틀정도는 마하랏 쏘이10에 있는 시티호텔의 북쪽 맞은편 골목으로 깊숙히 들어가면(뿌담식당 뒷쪽) 여기도 뭔가 장사치들이 모여서 야시장을 이루고 있더라고요. 여행자입장에서는 뭐라도 생기니까 좋은일이지요.
일주일에 닷새정도는 저녁에 뭔가 꿍짝거리고 돌아다닐수있으니까 말입니다.
끄라비의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4섬, 5섬투어는 이미 이전에 해보기도 했고 시티투어나 정글투어로 가봄직한 호랑이사원, 에메랄드풀, 온천 그리고 정글속에서 카약타기도 팔팔한 시절에 다 해본거라 이번엔 그냥 이곳에서는 장기여행자모드로 쉬기만했던거 같습니다.
롱테일보트 4섬 투어는 아직도 400밧이더라구요. 피피가는 배표도 아직 300밧이고요.
점진적인 물가인상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격은 영 오를기미가 안보이네요. 여행자에겐 좋은일이지요.
혹시 이번 성수기에 끄라비의 멋있는 리조트에 머물러보신 분들 계신가요.
그런곳에서 느껴지는 끄라비는 어떨지... 타운에서의 느낌과는 또 다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