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본 꼴불견
회원의 글을 읽다 문득 지난 태국여행에서
느꼈던 꼴불견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보기 안타까운
여행자들이 생각나 글을 적어 봅니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꼴불견 여행자는 일부이며
매너 좋고 건전한 여행자분들을 더 많이 만났습니다
여행지에서 같은 한국분을 만나면 참 반갑습니다
일부러 피하고 그러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좀 낯을 가리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면 참 반갑고 음료수 하나라도 챙겨주고 싶고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그러는 편입니다
그런데 더러 고개를 돌리고 한국인이 아닌척 할때가
있는데 상대가 정말 꼴불견이거나
차마 내가 한국인이란걸 알려주고 싶지 않은 상황일때가 더러 있습니다
한번은 쌈쎈에 숙소를 정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근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할때였습니다
그 집 음식이 꽤 맛이 있었고 탁트인 테이블에서
한적한 아침 쌈센 골목을 바라보며 먹는 맛이 쏠쏠해서
기분 좋은 곳인데
그때 옆테이블로 한쌍의 남녀가 와 앉았지요
늘씬하고 키도 크고 미인형의 20대초반동양여인은
딱 봐도 한국여성이었고 남자는 50대는 되 보이는
서양인인데 키도 작고 그닥 멋있어 보이지도 않는
통통한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술이 덜깬듯한 얼굴에 짧은 원피스밑으로 나온 두 다리를 연신 비비
꼬아가며 서툰 콩글리쉬에 때때로 튀어 나오는 아 씨바소리는
상대 남성이 자기 뜻에 맞지 않는 대답을 할때였습니다
대충 들어 보니 간밤 카오산쪽 클럽에서 만나 원나잇을 한거 같은데
이 아가씨는 온갖 교태를 다부리면서 남자에게 이것 저것 물어댔고
그 남자는 왠지 시큰둥한 표정으로 건성 건성 대답을 하는것 같았고
그래서 아가씨가 아 씨발을 연발 하고 그런 상황이었지요
아침밥을 먹으면서 보기에 유쾌하진 않았지만 좀 흥미진진하긴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가씨가 잠시 내쪽을 흘끔 쳐다 보길래
전 시선을 외면하고 열심히 밥을 먹었지요
제 테이블에 놓여 있던 일어로 된 태국 여행서적을 본 그녀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확신한듯 식사가 끝나고 커피를 다 마실때까지
참 안타까운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그때 든 생각이 저 이쁜 얼굴에 저 몸매에 저 나이에 뭐가 아쉬워서 저럴까 였습니다
아주 가난해 보이는 여성도 아니었고
대단은 아니지만 상당한 미모였는데
이왕 엔조이를 할꺼면 같은 값이면 같은 또래 젊고 잘빠지고 잘생긴 녀석이랑
그럴것이지 ..라는 아지매식 손익 계산이 제 머릿 속을 지배하면서
아 내가 한국사람인걸 알면 저 처자가 무지 민망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무의식 중에 혼잣말이라도 한국 말이 튀어 나올까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도 종종 안타까운 상황을 보기도 했습니다만
뭐라 상관 할 일도 아니고 할수 있는건 한국 사람 아닌척 하기 였습니다
여행은 참 좋은것이고 남여를 떠나 젊은분들에게
저도 항상 여행을 권유하는 편입니다
많은것을 느끼고 배울수 있고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해주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때때로 이렇게 젊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보기 안타까운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젊음은 정말 소중한것이고 여행지의 로맨스가 나쁜것도 아닙니다만
조금은 자중하고 조금은 자연스런 로맨스를 꿈꿔 보는게 어떨까 합니다
같은 여성을 비하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사실 여행지 꼴불견은 남성들이 더 많은게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위험에 처해질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으니
제발 부탁이니 여행지에서 조심하시고
알차게 보내고 오시길 바랍니다
노파심에 가득찬 중년아짐이 걱정이 되어 하는 소리니
비하로 받아 드리지는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