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모님과 휴대전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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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모님과 휴대전화 (펌)

아부지 5 606
제가 활동하는 다른 동호회에서 퍼왔슴다.

재밌어서..^^;;

실명이름은 그분이 활동하시는곳이 아니라서 바꿨슴다.

전화번호도 금방 나올수있는거라서 지웠구여. ^^;

여행사에 상담전화 거셨던분들중에서..혹시 이분과 통화하셨던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여. 아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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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분당독거노인 '이x'입니다.

아래 전화에 얽힌 재미있는 글을 읽다가 생각이나서 몇자 적으려 합니다.

 

제 휴대전화번호가 '011-7xx-xx00'인데,

이 번호를 선택할 당시 제가 일하는 사무실 전화번호의 끝도 '02-xxx-xx00'이라서

너무 감격하며 이 번호를 골랐었습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직장동료들에게 제 번호를 자랑하면서 지내던 중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새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별로 없는데 전화가 계속 오는 것입니다.

'역쉬~ 번호가 좋아서 금새들 외우는군...'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추측이었습니다.

 

전화를 한사람들마다 한결같이 '거기 xx여행사죠?' '푸켓가려는데요' '하와이얼마에요?'라는

질문들만 하는 것이 었습니다.

알고보니 xx여행사 대표전화 번호가 '02-7xx-xx00'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011'사용자들이 앞에 '02'를 안누르고 그냥 '7xx-xx00'만 누르면

앞에 '011'이 생략된걸로 생각하는지 자동으로 저에게 연락되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정말 '011' 가입자들의 파워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후로 5년 넘게 이 번호를 쓰면서 너무나 많은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어쩌다 그 여행사에서 신문에 대문짝만한 광고를 내는 날이면

하루종일 입씨름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거 개인 휴대폰인데요'라고 대답을하면 젊은 분들은 금방 알아차리고 미안하다고 하시지만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간혹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이 있었지요.

평상시에는 2일에 한통화정도, 광고가 있는 날이면 하루에 5-8통정도 상담(?)전화를 처리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번호를 왜 포기안하고 계속 사용하였는가....

 

다들 궁금하실 겁니다.

두가지의 큰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어떤 '사모님'과의 치열한 2년여의 전쟁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 클럽 여러분들은 이해해 주시겠지만....

우리가 좀 끈질긴...집념이 강한... 아니, 집착이 강한 편이잖아요... (아닌가?  ㅡ,.ㅡ)

주위에서 제가 여행사 전화로 시달릴때마다 재미있어하는 것도 저의 집념을 테스트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더욱더 집착의 정신을 활활 불사르며 끈질기게 지난 5년을 버티게된 이유중 하나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모님'과의 전쟁(이랄것도 없지만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느날...전화가 왔습니다.

 

띠리리링~

'네, 이x입니다'

'응 사장 바꿔라'

'네?'

'사장 바꾸라니까'

'아, 전화 잘못하신거 같습니다'

'뭐야? 너 누구야?'

'아니, 전화를 잘못하셨다니까요. 이건요...'

'뭐? 너 이름대! 이xxx 없는...'

 

정말 어이가 없었지요. 결국 저도 약간 언성을 높이고 말았는데,

더 열을 받는건 어느정도 상황을 파악한 그 '사모님'이 그냥 전화를 딱 끊어버리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정말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삭이기 힘들었습니다.

옆에서 큭큭거리며 재미있어하는 동료들....

 

지금처럼 발신자 번호표시도 없던 시절이라 어떻게 해볼 도리없이 맘을 가라앉힐수 밖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씩 그 사모가 전화를 할때마다 전 뒤집어지고 옆에선 큭큭거리고...

언젠가부터 제 휴대전화가 울리면 주변이 조용~해지면서 다들 집중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무척 상담(?)전화가 많았던 어느날 또 그 사모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띠리리링~

'네, 이x입니다'

'사장 바꿔라'

 

헉!!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면서 가슴의 멍울을 날려버릴 순발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이성을 유지하기에 노력을 하는것은 전화를 딱 끊을 수 있는 '칼자루'를 그사모측에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사모님 죄송한데요'

'왜? 사장 없냐?'

'아뇨, 이전화는 개인 핸드폰이니...'

'에잇...xx'

딸깍...

 

엉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너무 억울했기에... 가슴의 멍울은 온몸으로 퍼져 욕창처럼 발전했고

큭큭거리던 동료들은 아예 쓰러져 눈물을 흘리더군요.

 

전 하늘에 빌었습니다.

이젠 복수도 필요없고 그사모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만 끝까지 할수있게 해달라고 기원했습니다.

'그냥.. 말할수 있게 해주세요~!!'

역삼동 사무실 옥상에 올라가 저 멀리 코엑스 빌딩에 반사되는 노을을 바라보며

가슴 깊이, 아주 깊게 담배(kool)를 빨아들였습니다.

 

이제 주위 동료들에게 이 사건은 아주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고

그사모 전화가 올때마다 사건의 전말이 신속히 전파되는 네트워크가 갖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전 주위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부담이 되었고,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하였습니다.

제일먼저 생각할 수 있는 일은 'SK텔레콤'측에 제 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로 메일로 제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그냥은 '그 사모'전화 번호를 알려줄수 없고

약식이라도 '고소장'을 제출하여 법원의 명령을 받아야만 '그사모' 번호를 알려줄 수 있다고 하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막상 분한 마음에 거기까지는 알아보았지만, 차마 그 이상은 진전시킬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그사모에게 전화가 왔을때 최대한 단순하고 간결하게 나의 입장을 표명할수 있고

다시는 제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지 않도록 할수 있는 '한방'문장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그런 '한방'문장이 떠오르지는 않고 점점 머리속만 복잡해져 갔습니다.

한방문장이건 뭐건 다 필요없고, 그냥 그 사모를 한번 만나서...

정말 만날수만 있다면 '그사모'휴대폰 1번에 여행사 번호를 입력시켜주고 싶은 마음 뿐이 었습니다.

 

한 반년을 그렇게 시달리다가 의외의 한방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5년여 전이면 IMF 이후에 아주 경제 사정이 심각할때 였습니다.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TV뉴스를 보며 밥을 먹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띠리리링~    (역시 동료들은 먹던 숟가락을 떨어뜨리곤 집중했습니다)

'네, 이x입니다'

'음, 사장바꿔라'

'사모님 죄송하지만...'

 

이 순간 저는 보던 뉴스에 나온 내용을 참고하여 말했습니다.

'여행사가 부도가 났습니다'

'뭐...뭐라고?'

'사장님이 모든 전화를 연결시키지 말라고 했습니다.'

'뭐야? 난 괜찮으니 연결햇!'

 

흐흐흫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너무 감격이었습니다.

이렇게 길게 그 사모에게 이야기 한것도 처음이고,

더구나 그 사모가 제 이야기에 열중한 것도 처음이기 때문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아~!!!

 

'사모님...'

'뭐야 이xx야?'

'사모님, 다음부터는 02누르세욧!'

 

그러고는 제가 먼저 딱!! 끊어버렸습니다.

그 순간 식당안에서는 환호가 울리면서 형형색색의 꽃종이들이 날렸습니다.

헨델의 메시아도 울렸고요.

저도 울고 제 동료들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실로 기나긴 반년이었습니다.

 

그후로는 간간히 그사모의 전화를 받긴 했는데,

한번 억눌린 감정을 표출해서인지 별로 화도 안나고 왠지 안오면 궁금해지기 까지하였습니다.

저도 다양하게 답변을 구사했지요.

 

띠리리링~

'네, 이x입니다'

'음, 사장바꿔라'

'아이고 안녕하세요 사모님~ 02누르셔야죠~'

 

뭐 이런 비슷한 내용들로 저의 재치를 발휘하였고

주변동료들과 저에게 그 사모의 전화는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흘러.... 드디어 발신자 번호표시 제도가 생긴 겁니다!!!!

남들은 그 서비스 요금이 2000원인것이 비싸다고 말들이 많았지만,

전 10만원이라해도 신청했을겁니다.

 

발신자 번호표시 서비스를 신청해놓고 별의별 테스트를 다 해본후,

전화기만 붙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오로지 '그사모'의 번호를 알기 위함이었죠.

 

띠리리링~

'네, 이x입니다'

'음, 사장바꿔라'

'하하하하하~'

 

한참을 승리감에 도취되어 웃기만 했습니다.

물론 그사모는 전화를 금새 끊었지만, 남겨진 번호가 있었기에 전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주변에서의 축하 박수소리...

 

제가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아,네~ 사모님이세요?'

'누구세요?'

'네, 전 이x이란 사람인데요'

딸깍

 

전화가 끊어지더라고요. 전 허허 웃으며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

'아, 사모님 전 이x이라는 사람인데요'

'......'

'사모님도 제목소리 기억하시죠?'

'뭣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에이~ 그렇게 섭섭하게 말씀하시면 안돼죠'

'.......'

'사모님, 앞으로 여행사에 전화 거실때는 02를 꼭 누르세요'

'.......'

'그리고 잘못 전화하셨을때는 사과를 하시고요'

'.......'

'아시겠어요?'

'알았어요'

'아셨다고요?'

'알았다니까요'

'그럼...'

'......미안해요'

'네, 감사합니다'

 

전 전화를 끊고 다시 업드려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엄청난 감격이 아닐수 없습니다.

이젠 계절에 한번정도 그사모 전화를 받습니다.

 

띠리리링~

'네, 이x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하하하하하하~    정말 보기좋지 않습니까?    여러분 ~ 그렇지 않습니까?

 
5 Comments
한쉥 2004.01.29 15:24  
  으하하하하~ 넘 재미써요.. 으하하~
한마디 2004.01.29 19:42  
  오~~감동~~~[[그렁그렁]]
joe 2004.01.29 21:42  
  긴거 시로....... <br>
넘넘 시로....
쁘릭키누 2004.01.30 21:19  
  짝짝짝~[[원츄]]
현스 2004.02.02 12:43  
  사모님하고 친해지셨으면 밥이라도 한끼 하시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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