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성장 그리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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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성장 그리고 여행...

김남필 5 371
여행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쾌락 가운데 하나입니다.

철새들이 수만 키로의 비행을 하는 것을 여행이라 부르지 않고

이동이라 하는 것은 그 행위의 목적이 생존 때문이죠.

생계를 위해 이동하는 것을 우리는 출장, 혹은 파견이라 하지 여행이라 하지

않습니다.

즐거운 여행, 쾌락으로서의 여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건강, 돈, 파트너, 유익한 정보...

이런 것들도 필수적이지만 제 경우는 시간입니다.

시간은 불가항력적으로 한정된 소비재입니다.

복구도, 환원도, 충전도 되지 않죠.

그러고보면 여행이란 시간을 쓰고 다니는 것입니다.

물론 그 시간이란 소비재도 상대적이어서 어떤 이는 하루를 백일처럼 써야

하지만, 다른 이는 백일을 하루처럼 써도 무방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출판된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를 읽어보셨는지...

그는 오직 도보로 터키에서 중국에 이르는 수십만키로의 실크로드를 답파합니

다. 그는 은퇴한 기자로서 "소파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안일한 안식을 거부하

고, 60이 넘은 나이에 이 험로를 걸어갑니다.

실크로드라는 중세문명이 발흥한 길을 가장 비문명적인 방법으로 여행하는

그에게 내가 감명을 받은 것은 탁월한 지식과 겸허한 인간애 때문이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여 뒤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시간에 대해 역설적 낭비를 할 수

있는 그의 청년정신이 제 가슴을 때렸기 때문임을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유예도 안되고, 재충전도 할 수 없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

우리는 그 시간을 다 소비하면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인간이 환갑을 넘는다는 것은 육체적 쇠락이전에 허용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자각하는 것과 상통합니다.

올리비에는 그 소중한 시간을 실크로드 여행에 투자하기로 마음먹고,

끝내 이를 성공합니다. 그는 시간이란 소중한 자원을 엄청나게 투입해도 좋을

만큼 여행이 자신의 행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란 점을 확신하고 있었습

니다.

그리고, 진정한 여행은 육감적인 쾌락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성장, 영혼의 풍

성함을 가져온다는 점을 믿고 있었던 겁니다.

시간은 여행을 제약하지만 동시에 여행이 주는 행복을 더욱 가치있게

만듭니다. 여행은 행복의 숨은 가치를 일깨워 내 영혼의 성장을 돕습니다.

그리고, 성숙한 인간일수록 여행의 본질을 삶과 잇닿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직장인입니다.

일년에 5일 이상의 '내 시간'을 가질 수 없습니다.

결혼식, 장례식, 집안 대소사, 각종 동창회, 동호인 모임, 친구와 선후배와의

만남, 업무와 관련된 만남...그리고 가족.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려면 지켜야 하는 세레모니에 들어가는 시간들...

5일? 아니, 단 하루도 온전히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을 내기 힘든 것이

우리네 사회의 속성이죠.

저는 어항을 싫어합니다.

그 어항 속의 붕어들이 쉬는 숨을 보고 있자면 저까지 답답해집니다.

때론 나 자신이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여행이란 어항의 탁한 공기를 거부하고, 정말 잠깐 물밖으로 머리를 내

밀어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일과 같습니다.

야간비행을 해서라도 방콕을 가는 이유는 그렇습니다.

혹시 또 예약금을 날릴지 몰라도(지지난주 항공료 예약하고, 입금했다가 출발

전날 보스의 호출로 짐을 풀었죠) 또 좌석을 예약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즐겁게 두근거립니다.

태사랑은 여행이라는 소중한 기쁨의 가치를 아는 분들이 모인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디 오롯한 여행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데 소중한 시간을 쓰시길...

네트웍의 보이지 않는 저 끝의 단말에서 여행의 기쁨에 목말라하는 사람들

있음을 감지하시고 말과 글을 나누시길...

아... 내 발길이 닿지 못할 세상의 저 많은 땅들... 햇살과 강들...

그리고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저 많은 사람들...









5 Comments
띵똥 2004.02.25 13:05  
  김 남필님 멋지시네요.^^
솔직히 저는 외국에 나가서 상대적 박탈감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우리 보다 잘사는 나라는 잘 사는 나라되로..(GDP 기준)
못 사는 나라는 못사는 나라되로 그 나라 사람들이 자신에게 할애하는 시간에 대한 저 포함한 한국인들의 상대적 박탈감..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만 먹고 살수 있을까..ㅠ.ㅠ
그 짧은 시간을 쪼개어 나가 신다니 부럽기도 합니다.
여행 잘 다녀 오시고 재미있는 글 많이 남겨 주세요..[[씨익]]
나니 2004.02.25 14:29  
  저두...외국에 가면 비슷한 생각을...우리가 너무 다람쥐 같이 사는게 아닌가 하는...
박동진 2004.02.25 15:12  
  생활의 굴레는 누가 벗겨줄 수 없는 것이기에 스스로 주어진 범위에서 알찬 계획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열심히 사시는 님은 분명 알차고 행복한 인생이시리라 생각됩니다. 좋은 여행 되십시요. 
사랑 2004.02.25 15:47  
  저랑 어쩌면 그렇게 똑 같으신지요. 시간여행....그렇군요. 그게 직장인들의 비애(?)겠지요. 저도 금요일날 떠납니다. 낯선공간 짧은 시간들속에서 어쩌면 한번쯤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었겠군요.여행예찬.
노란 손수건 2004.02.25 20:40  
  어떤이는 자아를 얻고 이룰려고 노력하고....
수행자들은 .....또는 어떤이들은  자아를 버릴려고
노력을 합니다.....하지만  여행은 둘다 할수가 있지요..
님의 여행이 풍요롭기를  기원 합니다.....
글 잘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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