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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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랑

마지막여행 3 819

          1

방콕으로 뻗어 있는 고속도로를 미친듯이 달리는 택시
그 속에 앉아 있는 남자, 신열에 들뜬.

요철난 도로를 덜컹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낡은 택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은 차라리 충혈된 눈의 그 남자였다.

그남자.....
제풀에 화들짝 놀라 튕기듯이 몸을 일으키며 뒤돌아본다.
그리고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이제 다시는 입밖으로 소리내어 부르지 못할 이름
뱅......두고온 사랑.

어쩌면 놀란것은 남자가 아니라
뱅을 잊지못할 남자의 속마음일지도 모르지.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휙휙 스쳐 지나가는 밤 풍경 바라보며
모진 다짐을해본다.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라고,
다시는 어설픈 여행가이길 꿈꾸지 않겠노라고.
안녕 파타야
미망의 시간들 속, 영겁의 인연
그 끈을 끊으며
사랑아 안녕.


          2

때늦은 눈 내리는 3월의 까올리
지금처럼 그때 차창밖에 눈이라도 내렸으면
남자의 눈에도 설핏 눈물방울 맺혔을걸.


          3

이게 사랑일까?


          4

새벽 2시
헤어진지 꼭 20시간
반기는 이 아무도 없는 쓸쓸한 방

거실의 불을 켜기도 전에 먼저 꺼져버린 현관의 등불
까만 어둠속 우두커니 서 있는 남자의 굽은 등이 애잔하다.
서걱거리며 흔들리는 마음들.

언뜻 그의 쾡한 눈에서 섬뜩한 푸른안광이 쏘아져 나오는듯도 하다.

          5

수 년 전
아직 청춘이었을 때
입술을 깨물며 되뇌이던 아픈 맹세
씁쓸한 기억의 편린들.

이젠 사랑하지 말자.
누구도 그 어느 누구도.

세월의 두께 켜켜이 쌓여도
사랑의 상처는 쉬 아물지 않고
잊을만하면 찾아와 새벽잠을 깨우는 치통처럼
예기치않게 불쑥 찾아온다.

        6

타이와 까오리는 멀다.
깜깜한 어둠
수 천 키로
스무 시간
꼭 그만큼.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에는
참 막막하고 아득해.

        7

방라의 하이웨이
무섭도록 달리는 파랗고 빨간 고물딱지 위태로운 총알택시
그 택시의 돌연한 해체보다
탐색도 없이 시작된 불꽃
그리고 예견된 파국이 더 무서운 남자

뽕알 밑이 간지럽다.

너도 무섭니?
내가 다시 돌아갈까봐?

깝마므어라이?

촉촉하던 너의 눈빛

마이 루....!

싹뚝한 내 대답에 깜짝 놀라던 너

발밑의 애꿎은 돌맹이만 툭툭 건드리며
떨리며 갈라져 나오던 낮고 힘없는 너의 목소리
제기랄, 우울한 감정은 쉽게도 전염되는군.

탐마이마이루?

한번도 너 날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지만
그 짧은 문장속에서
나는 기어코 나에 대한 너의 사랑을 읽었다.

하지만, 그게 나의 착각이었기를
사실이 아니었기를......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던
바보스러울만큼 순수했던
가끔씩 띵똥이라 약올리곤했던 뱅.

나쁜 놈.....

잊을수만 있다면 그 한마디로 날 잊어다오.


          8

집에 도착하니 손이 얼얼하데.
속도의 무서움에 택시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나봐.

너를 향한 내 마음의 가속도, 속도위반.

그순간 내가 잡고 싶었던 것은 진정 무엇이었을까?

방에 들어서니
깨어있는 온 몸의 세포마다 찌릿한 아픔이 전해져오더군.

아파할 네 마음을 헤아린 내 마음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었길 바라지는 마.
결코 난 너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뒤돌아보면 버티기만하던 시간들이었어.
삶에 대한 본능으로 질주하는 택시에서 다리를 버팅기며 힘을 준 것도
겨우겨우 버텨온 직장생활도
시대와의 불화로 암울했던 학창시절도

어머니의 자궁에서 세상밖으로 나올 때, 그때도
지금처럼 죽을힘을 다하여 버텼지.

누구든 그러했겠지
산도를 따라 빛속으로 미끌어져 나올때부터.

                9

이젠 그무엇과도 대항하고 싶지 않아.
그 어느 누구와도.

그 무엇과도.

미안해, 미안해.
말했잖아
이젠 그 무엇과도 그 어느 누구와도 겨룰힘이 나에겐 없다고.

                10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에 지친 육신을 누이니 그제서야 피로가 몰려오더군
하지만 그 밤 나는 끝내 잠들지 못했어.

도착하면 전화할께
공허한 약속, 지키지도 못 할.

기다리지 마, 제발.
날 믿지도 마.

수 백 번도 더 눌렀을
손끝에 익숙한 06 너의 번호는

따르릉.....따르릉.....

밤새도록 내 귓가에 이명으로 울고 있었다.


              11

그렇게......

여행자는 떠나고

사랑만 좀티엔 백사장에 홀로 남았네.


뱅....커톳....

커톳찡찡....


            12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었다.

3 Comments
c s .do 2004.03.04 04:30  
  .......
띵똥 2004.03.04 10:23  
  태국에서 오래 여행하시는 한국 남자들은 이런 사랑 한번씩은 하는가 봅니다..[[그렁그렁]]
해서는 안될.. 자신을 속이고 상대를 속이고 순간에 집착한 사랑..
현실을 깨닫고 모든 끈을 놓고 돌아 오지만 곧 밀려드는 떼어낸 심장 한쪽의 아픔에 괴로워해야만 하는..
혹 자들은 태국 여자들 다 그렇고 그렇다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여자를 만나보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
받는거 없이 아낌없이 주고 가는것 막지도 못하는 그런 여자들이 있는곳이 태국인가 봅니다.
그렇게 똑똑하다 자처를 하며 살아온 여자들이 사랑이라는 마술에 거려 바보가 되어 가버린 남자를 그저 기다리겠다는 메일을 하루도 걸르지 않고 보내고 있는것을 보면 아직 태국은 사랑에 순수하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띵똥 2004.03.04 10:29  
  아참..띵똥이라는 이말 아주 정겨운 단어이지요..
정말 친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려운..
마지막 여행님의 글이 남의 글 같지 않아 오늘 하루도 태국 생각에 힘들어 질것 같습니다..
글 잘 읽어습니다..
그리고 힘 내십시요..

요왕님 아시죠 ?? 또 고쳤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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