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처럼, 겨울비처럼.
98년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무작정 자전거 한대 달랑 들고 뛰쳐나가
한달만에 거지꼴이 되어 돌아오는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었는데.
서울역에서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며 저는 온몸에 전율이 돋는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세상이 있구나, 내가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는 것이
있구나, 라구요.
그 뒤로 인도, 티벳, 중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남미, 이집트,
터키 쏘다니며 이젠 점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독이 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아시겠지만.
지난 3월 다시 인도에서 돌아오면서 마음 독하게 먹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 10시간 이상씩 도서관에 앉아있으려니 처음엔 뿌듯하기만 했죠ㅡ 뭐
그런데 그런 생활을 8개월정도 하니 지금은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입니다.
생활이 힘들고 공부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가고싶어서죠, 뭐...
상쾌한 바람은 불고 가을하늘은 높고, 아....원래 참 독한 놈인데 요즘은
정말 힘듭니다. 특히 태국.
가끔 친구들로부터 메일이나 전화가 오면 그날 하루는 완전히 공부고 뭐고
헐레벌레 술병부터 찾고 꿈나라에 가고싶은 마음뿐입니다.
행복이 뭘까요? 전 지금도 헷갈립니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인가
지금처럼 무엇인가 제 인생을 위해 준비하면서 열심히 사는 것이 행복인가
물론 열심히 살면서 가끔 일탈을 꿈꾸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이러다간 제가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적어봅니다.
내년 2월말에나 시험이 끝나는데 벌써 나의 사랑하는 마을 태국에 갈 생각에
책 속의 글자들이 식당 메뉴판처럼 보입니다. 어제는 강남역에 갔다가 급한
마음에 여행사에 가서 2월달요금을 물어보니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더군요.
지금도 학교 도서관입니다.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술과 담배와 그리고
태사랑이 달래주고 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지만, 떠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죠.
담배나 한대 날리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