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비재한 일이지만, 늘 기분 우울하게 하는....
감기에 걸려 그렁그렁 대는 요왕은 집에 있고 나 혼자 하루종일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내가 나갔을때의 집 상태랑 거의 달라진거 없음이다...
옷...사방팔방 널부러져 있음
싱크대...너저분함
음식물쓰레기...썩다 썩다가 물이 됐음
난방 올리고 가습기 틀어놓은 덕에 집에 들어서자마자 안경에 김이 앉아서
앞도 안보이고.....갑자기 짜증지수가 팍 올라간다.
게다가 그시간까지 밥도 안먹고 배 곯고 있었다니...아니 나 올때까정 기둘리고 있었단 말인감...
내 입에서 좋은 소리 안나오고 궁시렁궁시렁 되니, 그제서야 스르르 일어나 홀로 밥을 차려 먹는데 좀 안됐기도 하고 내가 넘했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밥 다 먹더니 또 소리도 없이 스르르 움직여서 컴터 앞에 앉는 요왕..
옷~ 이건 단순히 감기기운이나 내 잔소리 때문에 저러는게 아닌데.....
결혼 7년차가 되니 서로의 기분 감지해내는건 거의 작두 탄 무당 수준.....
우울하단다...왜 그러냐 물었더니...
뭔가 부시럭부시럭 하더니 내게 보여주는데, 간단한 태국여행정보 입문서 같은거였다.
태사랑에 요왕이 올려놨던 텍스트 정보들이 접두사 접두어 만 살짝살짝 다듬어진체 버젓이 올라와 있고, 그림 위주의 정보도 일부분만 약간 비틀어 변형시켜놨다.
글이란게...자식이나 내 분신 같아서리 아무리 이런칠 저런칠 덧발라놔도 ,
자기글은 대번에 알아보기 마련....
이런일이 한두번도 아니고, 비상업적인곳이나 또는 상업적인 곳에서 이용해 먹기도 여러번이었지만....그래도 요왕은 늘 우울한가 보다.
그거 들여다 보고 있으니 너무 기분이 나쁘고 우울해져서 집안정리를 하나도 못했단다.
그런데다가 대고 잔소리를 해댔으니....
이건 뭐 작대기 짚고 가는 사람한테 작대기 뺏어서 등 두들기는 꼴이니 내가 뭐 할말이 없다.
찬찬히 읽어보니....그대로 가져다 쓰면 혹여라도 문제 생길까봐,
약간약간씩 깍여지고 더해진 글들을 보고 있자니 참 우습기도하고 밉기도 하고 ...이궁...
수첩과 펜을 들고 직접 한발한발 걸어다니며, 고심끝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좋으련만....그게 참 쉽지 않은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