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짧은 기억(1)
꿈같은 전역을 한지도 벌써 어언 3주가 다되간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내일 태국으로 날아간다. 2년전의 했던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으로부터 약 2년 2개월전 나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3개국을 한 달간 여행하고 아쉬움속에 눈물을 머금고 돌아와야 했다. 돌아와서 한 달이 채 안 되서 나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2년간 자유가 박탈되고, 국가의 종으로 살아야 했다.
2002년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날. 그날은 내 인생속에서 가장 우울하고 진짜 X같았던 날 들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뭐 때되면 누구나 다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서 가는 것이긴 하지만, 나는 남들보다 두,세살 정도 더 먹고 다소 늦은 나이에 불안한 마음속에, 우울한 기분으로 군에 가야 했다.
입대 하기전, 나는 편입학 시험 실패, 병역특례업체 취업 실패, 다단계에 의한 피해, 카드빛 등등 안 좋은 일은 다 당했다. 물론 다단계에 의한 카드대금은 군에 가기전에, 아니 태국가기전에 다 해결했다. 어렵게 정보통신 분야의 자격증을 4수끝에 따내긴 했지만, 그걸 카드빛 때문에 급전이 필요해서 다른 사람한테 돈 받고 빌려 주었다가 적발되서 , 자격이 취소. 병역특례업체에 갈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은 나이가 차서, 입영영장이 나와서 얄짤없이 끌려가게 되었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이 면제거나, 공익가고, 아니면 병역특례업체가서 다들 보통 직장생활하는 것처럼 돈 벌어서 다들 잘 살고 있었다.
나만 나이먹고 인생 꼬인거 같아서 정말 기분 좆같았다. 전역하면 나이도 제법 되고,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각한데,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안해놓고 해놓은거 없이 군에가서 2년을 버리게 되서, 정말 막막하게만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그날이 우울하게만 느껴졌고, 정말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이었다. 허나 나보다 두 살 더 많은 홍경민이 나 가기 약 한 달 전에 입대한 것을 보고, 그나마 위안이 되긴 했다. 그는 정상의 자리에 있을때,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군에 간 것이다. 또래 전우들보다 상당히 많은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막상 훈련소에 가보고, 자대배치를 받고보니, 논산훈련소에서는 30세 가까이 되서 온 사람도 제법 있고, 자대가서는 같은 중대에 나보다 2살, 3살 더많은 고참이 3명이나 되었고, 내 밑에 후임병 중에도 3명, 동갑은 2명 이나 되었다. 그중에 한 명은 아직도 이등병이다. 내가 이번 달에 전역하는 순간에도 여전이 이등병이었던 것이다. 그들을 보면서 나는 그래도 그들 보다는 형편이 낫구나. 그렇게 비관할 처지가 아니구나 하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나는 겨울군번이라 개인적으로 4계절 중에 겨울철이 제일 짜증 나고 싫다. 2002년 11월 11월부터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날 까지 약 6주간 논산훈련소에서 뺑이치고, 훈련소 퇴소하고는 그 이듬해 2월 중순까지 육군통신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았던 터라.. 추운날씨에 훈련받고, 안테나 치고(내 보직이 통신병이었음),밖에 나가서 보초스고..연병장에 집합해서 팬티바람으로 선착순 한따가리 하고... 새벽 4시에 조기기상해서 쌓인 눈 모조리 다 쓸어 내고...
나는 그때의 기억 때문에 지금도 눈이 싫다. 겨울이 너무 싫다.
입대직전 동남아 3개국을 여행할 때 감기에 걸렸던 것이 귀국해서도 훈련소에 가서도 다 낫질 않아서, 그것이 훈련소에서 악화되서 정말 힘들었다. 더운 날씨에 몸이 적응되어 있다가, 10월달에 가을이 된 한국에 돌아가니까, 상당히 춥게 느껴졌고, 11월 되니까 추운 날씨에 정말 적응 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다행히 교환병 주특기를 받아서 통신학교가서 후반기 교육을 받으면서 훈련소보다 조금 편하게 지내면서, 몸을 추스르면서, 건강을 회복한 상태에서 자대배치를 받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고, 후반기 교육없이 바로 자대배치 받았으면 아마 몸 아프다고 뺑끼스는 놈으로 찍혀서 군생활 진짜 X같이 꼬였을 것이다.
논산훈련소 가면 사회에서 딴 면허증이나 자격증, 사회경력 다 쓰라고 하는데, 그때 다 쓰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논산으로 가면 어떤 주특기든 다 부여받으니까, 어떤 후반기 교육장으로라도 가는 것이 장땡이다. 그만큼 자신의 자대 쫄병생활이 적어지니까 말이다. 그리고 전방에 보병으로 기냥 끌려가는거 보다 후반기 교육받고 가는게 훨씬 편한보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