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동남아 외교관들 분통 (펌)
"한국 정부 나빠요" 주한 동남아 외교관들 분통
“불법 체류 근로자들이 강제 출국을 꺼리는 나머지 산재 신고를 하지 않다가 병을 키우고 있어 너무 안타까워요.” “돈도 좋지만 건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일 아닐까요.”
15일 서울 세검정 한 음식점에서 필리핀,태국,파키스탄 등 8개국 노무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고간 말이다.
산재보험 업무를 맡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주최한 주한 외국공관 노무관 초청 간담회에 참가한 각국 외교관들은 ‘코리안 드림’을 쫓아 한국 땅에 온 자국 근로자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골똘히 모색하고 있었다.
공단 방용석 이사장은 “산재사고를 공단에 직접 얘기하지 않아 시기를 놓치는 근로자들이 생겨나 안타깝다”며 “애로사항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말해달라”며 말머리를 열었다.
노말 헥산 중독 하반신 마비 근로자의 본국인 태국 노무관은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 국민들로부터 신고가 들어와요. 좁고 난방도 되지 않는 곳에서 재우고 안전장구도 하지 않은 채로 작업을 시킨다는 거에요. 고용주에게 연락을 하고 시정을 요구하다가 안되면 한국 노동부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죠. 현장에 가보면 싹 치워져 있어요.”
그는 대사관 4∼5명의 인력으로는 민원 접수를 받기에도 바쁘다며 한국정부가 근로자 인권보호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스리랑카 노무관은 한술 더 뜬다. “우리 여성 근로자 한명이 기계에 머리카락이 빨려들어가서 변을 당했어요. 유리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은 사고로 가슴에 파편이 박혔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본국에 돌려보내기 위해 고용주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어요. 결국 모금을 통해 그들을 돌려보냈죠. 이제 산재 신청이라는 제도를 알게돼서 너무 기뻐요.”
필리핀 노무관도 마찬가지. 한국에 와 있는 근로자들의 권익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으며 인격이 침해당하고 있다는데 동의하며 정부의 조치를 요청했다.
파키스탄 노무관은 “한국에는 왜 외국인을 대상으로 소시얼 시큐리티(사회안전 보장제도)를 시행하지 않느냐”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익보호에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각국 노무관들은 무엇보다 자국민 산재 신청자 수를 가장 궁금해했다. 한 노무관은 “정확한 불법 체류자 수가 파악되지 않아 업무에 애로가 많다”며 “한국 법무부,노동부 등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어디에서도도 정확한 통계를 구할 수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얘기를 나누던 각국 노무관들은 서로 엇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외국인 근로자 인권침해에 대해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러다가 (한국 정부에 찍혀)우리 비자 짤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라며 껄껄 웃는 각국 노무관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선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