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한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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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한 옛날에

겨울나그네 15 978
4년 전 입니다.

지금은 은퇴해서 [가이드] 파타야에 살고 있는 권00씨와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내가 물었습니다.

-권사장님 현역[가이드]시절에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을텐데 하나만 얘기해 주세요-

그러자 권사장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재미났다기 보다는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때가 내가 가이드 시작하고 얼마 안될때니까 아마 93~4년도 입니다.-

........................................................................................................................................

서울에서 30명의 손님이 방콕에 도착했다. 인센티브 팀 이었다.

[단체관광은 크게 두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페케지팀. 신문광고를 통해 무작위적으로 합쳐져서 오는 팀이다. 두번째는 인센티브팀. 대개는 모임이나 단체에서 한꺼번에 오는팀.손님들끼리  서로가 잘 알고 오는 팀이다.

권부장은 [당시여행사직함] 손님맞을 차비를 하고 공항으로 갔는데, 티시[여행 인솔자]가 권부장을 보자 마자 잠깐 할 말이 있다며 손님들에게 화장실 다녀오고 여기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선, 권부장의 손을 잡아끌고 청사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티시는 급하게 담배불을 붙이고 깊이 한모금 빨더니만 입과 코로 담배연기를 뿜어내더니,밑도 끝도 없이 권부장의 손을 덥썩 잡고 입을 열었다.

-권부장님. 좀 도와주셔야 되겠습니다.-

-아니 무슨일이신데????-

[평상시 티시는 한국에 있는 여행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현지 가이드보다 한끗 위에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가이드는 티시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해야 하는게 현실 입니다 ]

-카~ 이거 정말 미칠일 인데요. 이 손님들 베트남도 가게돼 있는거 권부장님 아시지요?-

- 예. 알고 있습니다.-

- 근데....... 근데........ 말입니다.  티켓이 ......티켓이...말입니다..... 티켓이 아 ...안돼가지고...그냥 왔습니다.  그 그래서 말인데요.  지금 와서 어떻게 표를 구할 수도 없고,  손님들 한테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우리 여행사 한방에 날라갈끼고 ....그래서.....그래서  .....권부장님....나...좀....살려주세요....-

-아니 어쩌다가 그렇게 됐습니까?-

-휴~ 말도 마십시요. 우리 사장인지 개떡인지가 이 사람들 한테 베트남까지 보고오라며 일인당 삼십만원씩 더 받아 묵고서는 표를 못구했다고 나보고 방콕가서 어떻게 좀 해보라지 뭡니까.

권부장님 제발 나좀 살려주십시요.-

일단 버스에 손님들을 태운 다음 호텔에 도착해서 각자 방 배정을 마치고 티시방에 모두가 모여 머리를 맞댔다.  모두란 티시.권부장.태국가이드.운전기사 까지 네 사람이다.

장장 서너시간 동안 잠도 못자고 세운 작전계획은 이랬다.

1.칸차나부리를 베트남으로 한다.

2.베트남에[칸차나부리] 도착한날 저녁에 베트남 반군들이 습격해올지도 모르니 베트남 관광을 취소하고 이른 새벽에 방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속인다.

3.혹시 이의를 제기하는 똑똑한 놈이 있으면 따로 불러내서 술과 돈과 여자접대로 녹인다.

4.작전이 성공할 때까지 한시도 방심하지 않고 긴장하며 상호 밀접히 협력한다.

운전기사와 태국가이드에게는 평상시 일할때 보다 서너배나 많은 보수를 약속하고 헤어진 다음

집으로 돌아온 권부장은 등에 식은 땀이 날 정도로 몸서리를 친다.

다음날 아침.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들은 즐겁기만 하고 ......방콕과 파타야에서의 일정에 들어간다.

드디어 운명의 날  아침.

권부장과 손님들은 파타야 호텔에서의 체크아웃을 끝내고 버스에 올라탄다.

권부장이 마이크를 잡고 멘트를 시작한다.

- 자~오늘은  베트남으로 가는 날입니다.

여기서 부터 베트남까지는 약 다섯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가는 도중에 일정에는 없었지만 몇군데 더 관광을 하고 베트남으로 가겠습니다.-

최대한 베트남에 늦게 도착을 해야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베트남은 공산국가라서 모든 것에서 제약이 많고 불편한게 많은데 잘 좀 인내하시고 ...참 오늘 아침에 뉴스에 보니 지금 베트남에서 반군들이 많이 설치는데..그래도 머 우리들 한테는 별 일이 없을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파타야에서 칸차나부리까지는 5시간 정도가 걸린다.

드디어 칸차나부리 근처에 있는 교통 초소가 가까이 오자  작전대로 쇼가 시작된다.

-자 ~이제 약 오분후면  베트남 국경에 도착합니다. 여러분들의 여행 편의를 위해서 저희 여행사에서 다 손을 써놨으니 손님들은 그냥 여권을 손에 들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기만 하세요.-

차는 찬차나부리 근처 교통초소 앞에 잠시 멈춰서고 안에 있던 교통경찰들은 버스가 웬일인가 하고 밖으로 나온다.  태국가이드가 잽싸게 내리더니 뭐라고 설득을 하더니만 500바트를 한장 쥐어주자 경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오른다.
차에 들어온 교통경찰은 잔뜩 인상을 쓰며 손님들을 훝어보더니 이번엔 손님들이 보는데서 권부장이 쥐어주는 1000바트 한장을 받고는 차에서 내린다.

-자 자 이제 됐습니다.  여기 여기서 부터 베트남 입니다. 밖을 한번 보세요. 태국과는 확실히 다르죠? 이 나라는 아직까지도 돈이면 안되는게 없습니다. 저희가 방금 몇푼줘서 입국수속 끝내는거 보셨죠?-

한참을 더 달려서 현지에 있는 태국식당에 차를 댔다.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누구도 태국식 인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전화로 미리 작업을 해놓은 탓이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피곤에 지친 사람들. 호텔에 도착하고 방 배정을 받자 마자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티시방에 다시 모인 사인조.

작전을 다시 한번 면밀히 살핀다.

새벽 두시.

권부장은 손님들의 방에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깬 손님들.

권부장의 차분하고 긴장된 목소리가 들린다.

- 저 권부장 입니다. 큰일 났습니다. 지금 즉시 옆손님을 깨워 000호실로 조용히 모여 주십시요.-

손님들이 자다말고 놀래서 깨어나 000호실에 모인다.

권부장은 문밖에 서있다가 오는 손님들에게 집게 손가락을 입앞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하고 고개짓으로 방안으로 모은다.

순식간에 방안에 30명 전원이 들어왔지만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는 손님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권부장과 티시가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서있다가 권부장이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잘 들으십시요. 지금 방금 전에 제가 연락을 받았는데 지금 이근처로 베트남 반군들이 오고있는 중입니다.  확실한 것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활동자금이 필요해 우리들을 납치할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베트남 관광을 포기하고 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관광이고 뭐고 지금 당장 태국으로 돌아갑시다.-

워낙 비장감이 흐르는 권부장의 단호한 목소리에 손님들은 빨리 태국으로 돌아가자며 의견을 모은다.

새벽 3시가 채 되기 전. 아직 한밤중에 순식간에 다시 짐을 챙겨 버스에 오른 손님들.

그 손님들에게 믿음직한 권부장의 짧은 멘트가 나온다.

- 지금 부터 전속력으로 태국으로 탈출하겠습니다. 안전벨트를 꼭 매주시고 커튼을 닫아주십시요. 혹시 반군놈들이 우리가 토끼는걸 보고 약올라서 총을 쏠지도 모르니 가급적 고개를 숙여 주십시요-

버스는 무사히 태국으로의 탈출에 성공하고 권부장의 등에서는 식음땀이 촉촉해진다.

예정에도 없던 새벽 수상시장에 도착한 손님들 탈출의 기쁨과 왁자지껄한 시장속에서 웃고 떠들며 지난 밤의 악몽을? 금새 잊어버린다.

아무 문제 없이 일정이 끝나고 공항에 도착한 버스.

손님들과 티시를 웃으며 보내고 태국가이드와 함께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헤어지려는데 태국가이드가 웃으며 인사하더니 한마디 던진다.

- 미스터 권 베트남에 언제 또 가?_

 





15 Comments
꼬봉 2005.03.22 06:17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대략 난감..합니다 엉엉.
날짱 2005.03.22 10:08  
  ㅋㅋㅋ 그 권사장님 저도 알것 같군요 ~~~
xg 2005.03.22 10:16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하하하
태구기져아 2005.03.22 11:44  
  손님들 귀국해서 가족..친구들에게 그 긴장감나는 베트남여행 얘기 해주며 의시 댓겠는데요...
p 2005.03.22 13:13  
  칸차나부리가 부리가 베트남이군요.......................^,^

 웃다 뒤집어 졋습니다. ...........
겨울나그네 2005.03.22 19:21  
  요즘 서울에 있다. 4월12일 티칭프로 시험이라서 쪼깨 바쁘다.
ㅋㅋㅋ 2005.03.22 20:56  
  너뮤 웃겨서 ㅋㅋㅋㅋ 이거 웃으면 안 되는데 너무 웃겨요.
April 순종 2005.03.22 21:40  
  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므흣]]
허걱... 2005.03.22 22:39  
  그럼 그 때 갔던 베트남이 칸차나부리..으째 이상타했건만...돌리도 베트남..[[그렁그렁]]
L&M 2005.03.23 02:17  
  한참을 웃었습니다....^^
겨울 나그네 님의 펜으로써.....
역시나 겨울 나그네 님의 글에 오랜만의 미소를 지어 봄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여... 준비하시는일 잘 이루어 지시구여... 태국에서...[[원츄]]
커피우유 2005.03.23 13:39  
  아이고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쵸내가~~~~푸하하하...진짜 웃겨요
아..아저씨 서울에 계세요?또 언제 들어오셨데요?^^
그럼 뵐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졌구만요.
얼굴 까무씸다 ㅡㅡ;;
제가 조만간 서울 상경해야겠네요
태사랑 모임 함 안합니까?^^
지안 2005.03.24 18:54  
  ^^
지오 2005.03.24 19:27  
  신석기 시대 일인줄 알았습니다.
나비 2005.03.28 17:09  
  잼나요^^*
bminor1 2005.03.29 08:59  
  사무실에서 이글 보고 웃음을 참느라 너무 힘들어요...
캬캬캬...
진짜루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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