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을 바라며

홈 > 커뮤니티 > 그냥암꺼나
그냥암꺼나
- 예의를 지켜주세요 / 여행관련 질문은 묻고답하기에 / 연애·태국인출입국관련 글 금지

- 국내외 정치사회(이슈,문제)등과 관련된 글은 정치/사회 게시판에 

그냥암꺼나2

열린 마음을 바라며

봄길 9 651
제 큰 애는 고3입니다. 지금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이 애는 유독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저는 그게 기특해 자주 책을 구해다 주었고요. 저는 방을 밝게해줍니다. 그런 후 책을 그냥 슬며시 방에 놓아둡니다. 그러면 아이는 늘 책을 열심으로 보곤 했습니다. 4살 때부터 그러던게 8살이 되니 저보다 내용을 더 빨리 파지하더군요.
보통 책을 서너권씩 사주는데 며칠 지나면 본 책을 다시 보고 하더군요. 한번은 덤핑 도서를 취급하는 서점에서 책을 구하는 중에 정말 잘 만든 책이 있더군요. 30권 정도를 골라 담았습니다. 그게 아이가 7살 때인데 그 중에 13권이 일본 사람이 만든 만화로된 불경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본 만화 책들 중에 그보다 더 잘만든 책을 보지 못했습니다. 108권으로 제작된 그 책을 한국에서 번역 출간했는데 그게 팔리지 않아 덤핑시장에 나온 것입니다. 솔직히 한국의 불교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내심 덕분에 좋은 책을 싸게 구하게 돼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일즈님이나 몇몇 분들은 저를 아시지만 제 집사람은 아직 성경도 읽어보지 못한 아이에게 불경을 읽힌다고 야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인이 불교에 대해 모르고서야 어떻게 이 시대를 알며, 이시대 사람들을 알며, 이 시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며 달래었습니다.
지식이 없는 단편적인 정보들만으로 서로를 상대하면 반드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갖게 되고 그것은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야기시킬 뿐임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모르기 때문에 경계하고, 모르기때문에 서로를 혐오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늘 걱정합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지식은, 정말 진리는 결코 적개심을 일으킬 수가 없습니다. 제가 가진 믿음은 우리가 비록 제각기 다를지라도 우리는 끝까지 사람을 사랑할 자격만 있을 뿐이고 미워할 권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미움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가 자기를 믿지 못하는 데서 나옵니다. 진정으로 용기를 가진 자는 두려움도 상대를 미워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나는 반성합니다. 기독교인이라 하는 우리가 끝까지 사람을... 무엇보다 우리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문제를 슬퍼합니다. 아니 두려워합니다. 그것은 불교나 이슬람교나 힌두교나 무속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기독교의 문제임을 나는 인정합니다.
정말로 기독교가 진리라면 기독교는 기독교역사에 흐르고 있는 폭력과 탈취의 역사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참 기독교의 모습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니 현재도 이기고자 하고 주장하고자 하고 가지려고 하고 높아지려고 하고 선생이 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정작 기독교가 자기를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에 근본적인 거부감을 가진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종교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고 더구나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신을 우리가 이런 신이되라, 저런 신이 되라고 말할 수 없음도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말씀하고 자기를 통해서 사람들이 죄에서 놓임받고 또 새로운 삶의 길을 걸으며 결국에는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예수 그리스도를 욕할 수 있겠습니까? 그 분은 한번도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굴복시키거나 저주하신 적이 없습니다. 예수는 오직 자기를 줌으로써 자기의 뜻을 이루셨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직 저는 기독교의 많은 죄악들을 슬퍼합니다. 끝까지 무조건 사랑하지 못하는 죄악들을 두려워합니다. 말로는 사랑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늘 욕심만 찾는 육체뿐인 나 자신을 안타까워합니다. 논쟁에 뛰어든 모든 분들께 송구한 맘이 있습니다. 기독교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용서를 구합니다.

정말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9 Comments
도니 2005.05.12 13:53  
  너무나도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강백도 2005.05.12 15:35  
  저는 특별한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때 미션 스쿨을 다니게 되었죠.
(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중학교 배정은 국가에서 사는 지역을 바탕으로 했었죠)

지금도 그 시절에 기억나는 것은 예배시간에 빠지면 생활기록난에 안 좋은 내용이 적힐 것이라는 압력과...
예배시간에 기독교를 믿는자 모두 일어나라는 강압만을 기억합니다.

어리다면 어리다 할 수 있는 중학교 1학년때의 이런 기억들이 잠재적으로 남아있어서인지, 살아가면서 기독교를 대할 때면 무조건적인 반발심이 생깁니다.

진정한 종교인을 보면 어떤 종교를 믿는가를 초월해서, 말로 형언하기 힘든 숭배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바람직한- 전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독교인을 만나게되면, 기독교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기독교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뀌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살면서 만났던 많은 기독교인들은, 자연스러운 믿음을 주지못해 오히려 반발감을 느끼게 했죠.
(그들은 그저 본인이 천당에 가기위해 남을 설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사람들 같이 보였습니다)

기독교에 안티가 많은 이유도 이런 반발심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부 기독교인들이 종교를 전파함에 있어 너무 나데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덴다는 표현은 다소 부적절합니다만... 제 솔직한 마음입니다)

인간이 종교를 믿고 그것을 따른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종교를 믿는 사람의 자질 때문에, 언행 때문에 그 종교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면 이는 심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봄길님의 글은 기독교에 대한 제 마음을 다시 좋은 쪽으로 바뀌게 했지만... 리플을 통해, 다른 글을 통해, 다른 기독교인의 언행을 통해 제 마음이 또 다시 바뀌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곽종상 2005.05.12 16:02  
  석탄일 앞두고 성당에서 108배
[YTN뉴스 2005.05.12 00:02:00]
       
 
 

[앵커멘트]성당에서 천주교와 불교 신자들이 모여 석가탄신일을 축하하는 108배 행사를 가졌습니다.

종교를 초월한 사랑과 평화를 위한 자리여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손재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천주교와 불교 신도들과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마주 보며 108배를 함께 했습니다.

처음해보는 108배지만 참석한 모든 천주교 신도들은 땀을 흠뻑 쏟으면서 모두 마쳤습니다.

타 종교의 의식이라는 거리낌도 있었지만 교회가 가진 무한한 사랑과 불교의 차별없는 자비의 실천을 함께 해나가는 의미라는 권유에 모든 신도들이 흔쾌히 응했습니다.

[인터뷰:정홍규, 신부 고산성당 주임신부]"머리로만 하던 신앙을 몸으로 특히 우리고유의 절이라는 형식을 빌어 하게 되니까 훨씬 더 의미가 있습니다."성당을 찾은 스님과 불교 신자들도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이런 모임을 마련해 초청해준데 대해 감사했습니다.

[인터뷰:허운 스님, 은적사 주지]"생명의 질서와 이치를 다시 한번 깨닫고 만날 수 있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또 절이라는 것은 자신을 알고 남을 이해하는 것이기때문에 종교뿐아니라 모든 것을 초월한 평화 운동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인터뷰:김영동, 국악 작곡가]"세계 모든 사람들이 절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좋은가"종교를 초월한 이번 모임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 그냥 적어봤습니다 =
봄길 2005.05.12 16:08  
  성당에서 서로를 향해 절을 하셨군요. 나름대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겠습니다. 사랑해야죠. 힘을 다해.
동지아부지 2005.05.12 17:31  
  정말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부처님을 믿다가
따스한기독교를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우리이모님이 보살님이시고 대대로 불교집안이거든요
그래서 이젠 둘다 포기하게 되더군요

누굴 믿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종교의 배움후의
행동이 올바르냐가 중요한디 아직까진 그게 잘 안된나봐요
☆람보☆ 2005.05.13 01:52  
  봄길님의 글들 때문에 꼭 시간내서 한번씩 태사랑에
들어옵니다.
오늘은 초저녁에 잠들어서 일찍 일어나서 이렇게 좋은글을 보니 참 인생과 종교가 뭔가란 깊은시름에 잠깁니다.
봄길님의 글들이 꼭 한편의 재미있는 드라마 스토리와 비슷합니다.
계속해서 좋은글들 많이 올려 주세요...
몸조심 하시고요 너무 무리는 마시고요.......
산본에서 아우가...
회복중 2005.05.14 15:17  
  진정한 종교인이란 님의글과 비슷한 어떤게 아닐까 합니다. 저도 모르는 관계로 뭐라 말할수 없지만..
그건 진정한 인간과 같은 뜻이 겠지요...
크바치 2005.05.14 23:46  
  종교이야기 사실 진절머리나고 무섭지 않습니까?  종교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무엇을 그리 많이 알고 있는지 갑론을박하자나요.  정말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그 지겨운 정치와 종교의 끝없는 논쟁. 고기가 물만난 듯이 거품물고 떠드는 사람.  개인적으론 지겹다는 생각을 많이해요.  더 심한말을 하고 싶지만 종교 갖고 계신 여러분께 몰매맞을 까봐 못하겠네요.  그만하고 즐겁게 카오산 갈 계획이나 세우자고요.
도겟 2005.05.18 01:26  
  얼마전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노인과 노숙자를 위해 무료 칼국수집을 하는 목사님(신부님이던가요?^^;)을 본 적 있습니다.

이웃 할머니가 계란을 한 판 주시며 칼국수를 끓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감사합니다. 할머니, 성불하십시오."라고 정중히 인사하시더군요. 그 할머니는 불교신자이셨던 겁니다.

잠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크바치님, 저 역시 종교 정치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을 반기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 댓글들.... 정말이지 소모적이거나 의미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그리고 흥분하여 거품물고 떠드는 분도 없는 듯 하네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