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60엔 어떻게 사나(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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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걸리는 치앙마이에서 사는 김호운(金鎬運·71) 한영숙(韓英淑·68) 씨 부부는 “치앙마이는 우리가 경험한 곳 중 가장 만족스러운 곳”이라고 단언한다.
김 씨는 1998년 전북 이리고 교감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뒤 동남아 각국을 두루 여행했다. 태국 내에서도 방콕 거주 1년을 포함해 푸껫 파타야 지역을 돌아다닌 끝에 이곳을 최종 정착지로 택했다.
외아들(41)은 이곳에서 가장 큰 한식당인 ‘서울가든’과 함께 김치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김 씨 부부는 바쁠 때 일을 도와 주는 정도.
김 씨 부부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에 일어나 함께 골프연습장에 가서 한 시간 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전 10시 이후에는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나와 손님들과 대화를 즐긴다. 1주일에 한 번씩 인근 산깜팽 온천에 들르거나 산과 계곡으로 소풍을 다닌다. 또 치앙마이 동물원이나 공원 등지로 놀러 다니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씨는 3년 된 일제 지프를 3500만 원에 사서 몰고 다닌다. 30∼40분만 가면 산과 계곡, 온천이 많아 말 그대로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고 채소 많은 곳’이다.
부인 한 씨는 매일 저녁 마사지를 받는다. 2시간에 200밧(약 5000원)으로 서민들이 즐기는 보통 마사지다. 한 씨는 혈압이 높고 당뇨도 있어 마사지를 하루도 받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딸과 친척이 있는 한국에 갔다 가도 한 달도 못 견디고 서둘러 돌아온다는 한 씨는 “매일 마사지 받는 재미로 산다”고 말했다.
태국의 장점은 이처럼 한국과 다름없는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데다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처럼 한국에서 살려면 생활비가 적어도 2배는 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삶을 만만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6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염승복(廉承福·55) 박수준(51) 씨 부부는 “한국에서는 태국에서 살면 모두가 가사도우미와 운전사를 두고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이제 태국도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 웬만한 돈으로는 옛날처럼 그런 호사를 누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던 염 씨는 여행에 나섰다가 이곳이 좋아 눌러앉았다. 부부는 고급 주택지인 빌라능 지역에서 마당 50평에 방 3개, 거실 2개, 욕실 2개인 2층 주택을 임차해 살고 있다.
염 씨는 생활비에 대해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곳에 와서 살면서 현지인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태국에서 사는 일반적 외국인 수준의 삶을 유지하려면 한국에서의 생활비 정도는 든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삶의 질은 한국에 비해 훨씬 나아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한국에서 은퇴자들이 거주를 목적으로 교민에게 문의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실제로 몇 개월씩 롱스테이를 하는 경우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태국 생활에서 언어는 만만치 않은 문제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영어가 준공용어이기 때문에 간단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나 이곳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방콕·치앙마이=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 태국 정착하려면
태국에서 노후를 보내려면 북쪽 국경 부근에 있는 치앙마이를 첫 후보지로 꼽을 수 있다. 이곳은 역사 유적과 전통 문화를 간직하고 있고 산이 많아 경관과 주변 환경이 좋다.
교민들이 소개하는 치앙마이가 노후생활에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기가 좋다. 둘째, 너무 덥지 않다(2, 3월에만 30도 이상, 나머지 달은 12∼30도). 셋째, 도시 분위기와 문화가 나이든 사람이 선호할 만하다. 넷째, 태국 내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싸다. 다섯째, 마사지를 값싸게 이용할 수 있다. 여섯째, 범죄가 거의 없다. 그러나 치앙마이는 방콕에서도 비행기로 1시간 걸려 접근성은 방콕에 비해 떨어진다.
그 밖의 후보지로는 방콕을 비롯해 치앙라이, 파타야, 후아힌, 차암, 푸껫, 수코타이, 농카이, 송클라, 깐짜나부리 등이 있다.
태국대사관의 류정영 공보관은 태국에 정착하려면 집을 매입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단독주택은 안 되고 아파트나 콘도만 구입이 가능하다.
방콕 근교에서 외국인이 많은 수쿰윗이나 랑싯의 경우 방 3개에 전용면적 45평 규모의 아파트는 7000만 원 선. 치앙마이는 이보다 20∼30% 싸다. 최근 부동산값이 매년 7∼8% 올라 투자가치도 있다는 조언이다.
○ 롱스테이 프로젝트와 엘리트 카드
‘롱스테이 프로젝트’는 외국인이 태국에서 한 달 이상 머무는 데 필요한 정보와 거주지역 및 주택 물색 편의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관심이 있는 사람은 우선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TLM 사에 접촉을 해야 한다. 이곳에서 외국인을 돕기 위해 방콕과 치앙마이 2곳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숙소 식당 쇼핑센터와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2주간의 오리엔테이션을 이용하면 사전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50세 이상이 80만 밧(약 2000만 원·1밧은 25.11원, 통상 25원으로 계산)을 태국은행에 예치하거나 매달 1600달러 이상의 고정수입이 있다는 증명을 하면 1년 체류의 거주 비자를 발급한다.
‘엘리트 카드’는 일종의 국가 회원권이다. 2만5000달러(약 2500만 원)만 내면 멤버십 카드를 살 수 있다. 카드 소지자는 복수 관광비자가 주어지며 5년마다 갱신되어 장기체류가 가능하다. 배우자와 20세 미만의 자녀도 동일 기간 태국에 거주할 수 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 DONGA.COM
방콕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걸리는 치앙마이에서 사는 김호운(金鎬運·71) 한영숙(韓英淑·68) 씨 부부는 “치앙마이는 우리가 경험한 곳 중 가장 만족스러운 곳”이라고 단언한다.
김 씨는 1998년 전북 이리고 교감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뒤 동남아 각국을 두루 여행했다. 태국 내에서도 방콕 거주 1년을 포함해 푸껫 파타야 지역을 돌아다닌 끝에 이곳을 최종 정착지로 택했다.
외아들(41)은 이곳에서 가장 큰 한식당인 ‘서울가든’과 함께 김치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김 씨 부부는 바쁠 때 일을 도와 주는 정도.
김 씨 부부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에 일어나 함께 골프연습장에 가서 한 시간 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전 10시 이후에는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나와 손님들과 대화를 즐긴다. 1주일에 한 번씩 인근 산깜팽 온천에 들르거나 산과 계곡으로 소풍을 다닌다. 또 치앙마이 동물원이나 공원 등지로 놀러 다니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씨는 3년 된 일제 지프를 3500만 원에 사서 몰고 다닌다. 30∼40분만 가면 산과 계곡, 온천이 많아 말 그대로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고 채소 많은 곳’이다.
부인 한 씨는 매일 저녁 마사지를 받는다. 2시간에 200밧(약 5000원)으로 서민들이 즐기는 보통 마사지다. 한 씨는 혈압이 높고 당뇨도 있어 마사지를 하루도 받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딸과 친척이 있는 한국에 갔다 가도 한 달도 못 견디고 서둘러 돌아온다는 한 씨는 “매일 마사지 받는 재미로 산다”고 말했다.
태국의 장점은 이처럼 한국과 다름없는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데다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처럼 한국에서 살려면 생활비가 적어도 2배는 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삶을 만만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6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염승복(廉承福·55) 박수준(51) 씨 부부는 “한국에서는 태국에서 살면 모두가 가사도우미와 운전사를 두고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이제 태국도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 웬만한 돈으로는 옛날처럼 그런 호사를 누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던 염 씨는 여행에 나섰다가 이곳이 좋아 눌러앉았다. 부부는 고급 주택지인 빌라능 지역에서 마당 50평에 방 3개, 거실 2개, 욕실 2개인 2층 주택을 임차해 살고 있다.
염 씨는 생활비에 대해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곳에 와서 살면서 현지인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태국에서 사는 일반적 외국인 수준의 삶을 유지하려면 한국에서의 생활비 정도는 든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삶의 질은 한국에 비해 훨씬 나아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한국에서 은퇴자들이 거주를 목적으로 교민에게 문의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실제로 몇 개월씩 롱스테이를 하는 경우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태국 생활에서 언어는 만만치 않은 문제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영어가 준공용어이기 때문에 간단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나 이곳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방콕·치앙마이=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 태국 정착하려면
태국에서 노후를 보내려면 북쪽 국경 부근에 있는 치앙마이를 첫 후보지로 꼽을 수 있다. 이곳은 역사 유적과 전통 문화를 간직하고 있고 산이 많아 경관과 주변 환경이 좋다.
교민들이 소개하는 치앙마이가 노후생활에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기가 좋다. 둘째, 너무 덥지 않다(2, 3월에만 30도 이상, 나머지 달은 12∼30도). 셋째, 도시 분위기와 문화가 나이든 사람이 선호할 만하다. 넷째, 태국 내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싸다. 다섯째, 마사지를 값싸게 이용할 수 있다. 여섯째, 범죄가 거의 없다. 그러나 치앙마이는 방콕에서도 비행기로 1시간 걸려 접근성은 방콕에 비해 떨어진다.
그 밖의 후보지로는 방콕을 비롯해 치앙라이, 파타야, 후아힌, 차암, 푸껫, 수코타이, 농카이, 송클라, 깐짜나부리 등이 있다.
태국대사관의 류정영 공보관은 태국에 정착하려면 집을 매입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단독주택은 안 되고 아파트나 콘도만 구입이 가능하다.
방콕 근교에서 외국인이 많은 수쿰윗이나 랑싯의 경우 방 3개에 전용면적 45평 규모의 아파트는 7000만 원 선. 치앙마이는 이보다 20∼30% 싸다. 최근 부동산값이 매년 7∼8% 올라 투자가치도 있다는 조언이다.
○ 롱스테이 프로젝트와 엘리트 카드
‘롱스테이 프로젝트’는 외국인이 태국에서 한 달 이상 머무는 데 필요한 정보와 거주지역 및 주택 물색 편의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관심이 있는 사람은 우선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TLM 사에 접촉을 해야 한다. 이곳에서 외국인을 돕기 위해 방콕과 치앙마이 2곳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숙소 식당 쇼핑센터와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2주간의 오리엔테이션을 이용하면 사전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50세 이상이 80만 밧(약 2000만 원·1밧은 25.11원, 통상 25원으로 계산)을 태국은행에 예치하거나 매달 1600달러 이상의 고정수입이 있다는 증명을 하면 1년 체류의 거주 비자를 발급한다.
‘엘리트 카드’는 일종의 국가 회원권이다. 2만5000달러(약 2500만 원)만 내면 멤버십 카드를 살 수 있다. 카드 소지자는 복수 관광비자가 주어지며 5년마다 갱신되어 장기체류가 가능하다. 배우자와 20세 미만의 자녀도 동일 기간 태국에 거주할 수 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