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타벅스 매장(서울)이 당한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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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홀튼이 서울 남대문에서 스타벅스를 제압하고 매출전쟁에서 승리했다.
티미팬들은 세계 커피전쟁사에 길이 남을 이 사건을 가리켜 남대문대첩이라고 부른다.
후세의 커피사학자들은 이 사건을 1904 년 제국일본 해군이 쓰시마해협에서 제정러시아 발트함대를 수장시키고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에 비견할만한 대사건으로 평가할지도 모른다.
역사적인 전투현장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남대문 그랜드센트럴 빌딩이다.
이 빌딩에는 1 월 30 일 새로 굴러 온 돌 티미와 박힌 돌 스벅이 팽팽하게 대치중이다.
커피계의 유니클로에 불과했던 팀홀튼이 커피계의 발렌시아가 스타벅스를 압도한 이 사건으로 팀홀튼은 일약 커피계의 샤넬로 등극하면서 신분세탁을 완료했다.
토론토 팀홀튼 헤드쿼터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Ladies and gentlemen, we did it !! We got the fucking son of bitch(Starbucks)!”
티미는 3 호 매장을 스벅이 들어가 있던 이 빌딩에 전략적으로 저격배치했었다.
스타벅스는 한국 커피시장의 군계일학 독보적 최강자다.
한국 토착자본 CJ의 투썸플레이스(이후 미국 칼라일이 인수), 롯데의 엔젤리너스는 물론이고 SPC(삼립빵)가 불러들여온 외국용병 파스쿠찌까지 한꺼번에 격파하고 한국커피시장을 재패했다.
그런 제국의 천하무적 프리미엄 커피가 동료시민들이나 마시는 단풍국 중저가커피로 알려져있던 신참내기 팀홀튼에 패배한 것이다.
그것도 말죽거리가 아닌 서울 한복판 남대문에서..
여기서 잠깐 커피전쟁이 처음 시작된 ‘말죽거리’라는 지명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자.
말죽거리란 원래 양재역말 마굿간이 있던 구역을 이르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전체를 통합하여 지칭하는 지역 애칭이 되었다.
주민들의 소득수준에 비해 정치사회적 의식수준이 대체로 낮고, 완고한 서열의식 등 촌스러운 사고방식으로 인해 소비행태마저 기형화되어 있는 괴이하고 특이한 지역이다.
팀홀튼이 본토(캐나다) 두 배 가격으로 신분세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촌스러운 동네의 호구스러운 소비행태가 결정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팀홀튼이 말죽거리에서 파죽지세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스타벅스는 남대문에서도 팀홀튼에 밀리자 시애틀 본사에 초비상이 걸렸다.
비상 !!
본사임원 당직제외하고 군번순으로 집합 !!!
임원회의에서 CEO가 격노하고 회의 탁자를 쾅쾅쾅쾅 두드리며 욕설을 퍼부었다는 풍문도 들린다.
“도대체 신세계 xx 들은 뭘 한거야 !! 대 스타벅스가 단풍국놈들한테 깨지다니 이게 말이나 되느냐 말이야?! 당장 브랜드 사용권 도로 내놓으라고 해!!”
사실 신세계는 하느라고 했다.
팀홀튼이 상륙하기 한달 전부터 3000 원 할인행사를 시작했고, 팀홀튼이 지점들을 개장하는 목요일마다 특별할인쿠폰을 살포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세계란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이 나온 영화 신세계가 아니라 한국스벅을 인수경영하고 있는 범삼성계열의 글로벌 유통자본 ‘Sinsegae’를 말하므로 혼동하면 안된다.
스타벅스를 긴장하게 만든 한국에서의 커피전쟁은 스페셜티 브랜드들이 대거 참전하는 커피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은인자중하고 있던 북미 스페셜티 커피들이 티미가 스벅을 난타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 전쟁에 하루라도 빨리 참전하기 위해 한국 상륙작전을 서두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커피계의 프라다로 알려진 인텔리젠시아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헤드쿼터를 두고 있다.
인텔리젠시아는 한국에 와 본 적도 없으면서 한국시장정보에 빠삭하다.
첫 매장을 경복궁 인근 서촌 통의동으로 정했다.
맥을 제대로 짚었다.
처음부터 말죽거리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대한민국 심장부로 직접 치고 들어올 계획이다.
아마도 그들은 한국의 조기 정권교체와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극비특급정보를 입수했는지도 모른다.
토론토에 본사가 있는 캐나다 동부명문 Balzac’s Coffee 역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커피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팀홀튼이 한국에서 커피계의 샤넬로 등극했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Balzac’s Coffee는 어처구니 없어 하며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이다.
‘티미가 샤넬이면 우리는 Hermes Super Premium 이다’
그건 그렇고,
왜 북미 커피 브랜드들이 남의 나라에 몰려가서 서로 전쟁을 벌이고 지랄들인가..
이러다간 머지않아 한국커피시장이 북미 글로벌 커피자본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진채 완전히 장악될지도 모르겠다.
‘손흥민 커피(노란커피)’라도 무사하기를 바란다.
커피계의 Hermes, Balzac’s Coffee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 매장
25 년 전 쯤 토론토에 산 적이 있는데, 괜히 센 척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토였기 때문에 그 시절이 참 좋았다. 그때 저녁마다 온타리오 호숫가를 산책하고, 영스트릿 기타학원에서 기타를 배우고, 스카이돔에서 블루제이스 야구를 봤다.
나만의 특별한 즐거움이 한 가지 더 있었다면,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 Balzac’s coffee shop에 들러 빈티지한 매장 낡은 의자에 앉아 명품커피를 마시는 것이었다.
위 회고담 중 진담은 두 가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