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돌리지 않고 본대로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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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돌리지 않고 본대로 느낀대로

sarnia 14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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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두 번 씩은 한국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 

사실 이 영화는 볼 생각을 안 했는데, 

지난 10 월 18 일 개봉한 이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마침 집에서 불과 5 분 거리에 있는 극장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서, 

싸르니아는 어젯밤 2 개월만에 극장에 행차하게 되었다.

 

극장은 주로 평일 이른 저녁에 가곤 했는데, 

눈보라가 휘날리는 금요일 오밤중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 것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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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 지 3 주가 지난 영화인데도 상영관은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한국영화를 보러 가면 대개 한국사람들이 태반인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달랐다. 

영어권 사람들은 보통 영어로 더빙된 영화가 아니면 잘 안 보는데, 

이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권 관객들이었다. 

 

관객들 중에는 한국계 2, 3 세로 보이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온 경우도 간간히 보였다. 

나이또래의 동포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긴 눈보라치는 오밤중에 영화보러 싸돌아다니는 어르신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안녕, 어르신 친구 o/ 나도 맥카페에서는 어르신이야 ^^

 

영화는 스토리전개가 빠르고 명확한 편이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근데 송강호 부인이 짜빠구리를 끓일 무렵부터 필름이 슬슬 끊어지더니 그 이후 스토리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뒷자리에 앉은 어떤 여자관객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내가 놀라서 깨어나지 않았다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을 다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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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막에는 초반에 pretend (~척하다) 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나왔다.

포스터 문구에는 act like you own the place 라고 되어있다. 

여기서 the place 는 단지 그 집만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기생충 가족이 획득한 모든 가짜신분, 희망하는 가짜계급까지가 포함된다.

그래서 the property 라고 하지 않고 the place 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영화의 일부분을 조느라고 놓쳤기에 여기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 같은 것을 늘어놓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영화를 꼼꼼히 다 보았다고 스스로 믿고 감상평을 딱 한 부분만 내놓자면 다음과 같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첫 개봉했을 무렵, 그러니까 약 몇 달 전, 

넘을 수 없는 계급의 장벽을 주제로 하면서도 선악구분을 하지 않았다는 평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영화를 보고난 지금 내 생각이 달라졌다. 


선악을 구분해 놓치 않은 게 아니라, 선악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슬쩍 거꾸로 바꾸어 놓았다는 게 내 느낌이다. 

그는 주연 기생충과 지하실의 조연 기생충의 입을 통해 

영화의 진심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부자는 착하다"

"Respect!!" 


부자는 비윤리적 착취계급이라는 관념의 틀에만 갇혀있으면 이 말들이 부자에 대한 조롱으로만 들릴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가치가 뼈속 깊숙이 철저하게 박혀있는 대부분의 북미관객들에게는 이 말이 취중진담처럼 들릴 것이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영화에서 보여 주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행동 역시 그러하다. 

사기와 거짓말, 무례와 욕설, 상호 뒤통수 까기, 폭력과 살인은 모두 가난한 자들의 전유물이다. 

반면 부자는 약간의 위선과 경계심만 드러내 보일 뿐이다. 

트럼프에 학을 뗀 북미관객들에게는 위선도 예절의 일종인만큼 위선에 대한 거부감 별로 없다. 

오히려 '위선'은 '무식'의 반대말로서 '배려'의 동의어 비슷한 말이 되었다. 


내가 보기에 봉준호 감독은, 

예를들면, 사회경제적 상류계급 10 퍼센트와 사회경제적 하류계급 10 퍼센트를 표본집단으로 하여 종합적 인성검사(지능, 책임감, 인내심, 근면성 등등)를 하면 아마도 상류계급 표본집단 10 퍼센트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한 검사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이런 류의 불편하면서도 그 표현이 터부시되어왔던 진실의 가려진 이면들을 까발기는 취미를 가진 감독인 것 같다. 


불편한 진실들은 새삼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폭로될 때, 

개인의 인성과 능력자체가 우선시되는 문화권에서는 충격이 덜하지만, 

집단과 소속의 등급이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의 인성과 능력을 override 하고 선규정하는 사회에서라면 심각하게 충격적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잔혹하고 위험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개연성없이 과도할 정도로 폭력적이어서도 아니고,

계급의 장벽은 재산 지위같은 물질적 장벽이든 냄새(품격)같은 문화적 장벽이든 결국 넘사벽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겨서도 아닐 것이다.


어차피 블랙코미디인데 개연성이 없다고 불편해야 할 이유가 없고 

계급의 장벽은 넘사벽이라는 평균적 진실을 담은 영화는 차고도 넘칠텐데 이 영화가 새삼 불편할 이유도 없다. 


자학적이어서 불편하다는 평도 있는데 위에 열거한 이유보다는 사실에 근접해 있다. 

근데 진짜 이유는 이거 같다.

부자들은 대개 착하고 부지런하며 가난한 자들은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비열하다고 메시지를 은연중 날리고 있으니 불편할 수 밖에.


간혹,, 물질적 계급의 장벽은 어쩌다 재수가 좋거나 사다리를 잘 타서 넘을 수 있다 하더라도, 

냄새, 즉 품격의 장벽만큼은 죽을때까지 부술 수 없다는 염장질은 많은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놓을지도 모른다. 


내가 비록 상영도중에 코까지 골며 자다가 깨어나긴 했지만, 영화를 잘못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암튼 나는 그렇게 봤다. 

이 영화에 대해 황금종려상인지를 받게 한 그 심사위원들도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무모할 정도의 솔직함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열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감상평은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점과 문화권에 따라 영화를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어제 본 이 영화, 본대로 처음 느낀대로 말 돌리지 않고 (맘 변하기 전에) 그대로 써 봤다. 

 

끝 

 

 

14 Comments
비육지탄 2019.11.10 11:10  
영화적으로 꽤 잘 만들어진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천만이상을 찍은 '극한직업'에 비하면 가히 명품 수준이죠.
유승룡배우는 도대체 전생에 무슨일을 했는지 참 궁금합니다.
그따위 유치빤쮸 영화들로 이렇게 성공하다니요 ㅋ
(영화 극한직업은 CJ가 배급사라 CGV가 명절끼고 제대로 밀어주면 어떻게 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 입니다. 이런 허접한 영화가 알리타:베틀엔젤을 압도적으로
눌렀거든요.1600만 관객을 넘었다 하네요 허허..)
'기생충'은 모든 디테일에서 치밀하게 고민한, 잘 된 영화입니다.

더불어,둘리스의 곡을 조혜련이 '아나까나'라는 노래로 다시 불렀다가 그만
금지곡이 되고 말았는데 사유가 "수준미달" 이었습니다 ㅋㅋ
sarnia 2019.11.10 23:43  
이 영화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계급을 다루고 있되 당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였어요.
지금까지는 이런 류의 영화가 주로 “쟤들이 나쁜놈들이예요” “우리는 넘 불쌍해요” “나는 노력을 다 했는데 운동장이 기울어져서 어쩔 도리가 없어요” 라고 징징거리는 데만 골몰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계급의 다른 면들을 개개인의 모습들을 통해 좀 더 자세하고 이성적으로 보여줬다고나 할까요.

순진한 사람들은 계급이 1 퍼센트 vs 99 퍼센트의 대립이라 뒤집어 엎기만 하면 저절로 사회가 천국이 되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장벽은 그 99 퍼센트 사이사이에 더욱 더 촘촘하고 강력하게 층 지어져 있고 아무도, 단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알게 되면,, 좀 비극적이겠죠.. 


그건 그렇고,,

제가 어르신이 된 다음부터는 극장의자에만 앉으면 실내등이 꺼지고나서 졸음이 슬슬와요. 큰일이예요.
sarnia 2019.11.10 23:49  
물난리 부분이 아마 제가 졸다가 놓친 부분 중 하나일 거예요. 어찌어찌 찾아서 다시 보았어요. 계급의 정점에서 도망나와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이 참 잘 묘사되어 있더군요. 서양친구들도 이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해요.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에 다시 선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 그 가족들의 표정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메시지이겠지요. 폭우속 그들의 표정은 일종의 절망인데,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관객들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을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살인의 추억’이었는데, 이 영화는 그 감독 뿐 아니라 한국영화 전체를 통틀어 탑글래스에 드는 명작 중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본격적인  프로파일링은 그 원조인 FBI Behavioral science  에서조차 1970년대 후반에야 시작되었다고 하죠. 1980 년대 중반에 한국에서 그런 사건이 발생했으니 범인을 잡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구요. 

연휴인데 오후에는 옛날 영화 한 개를 찾아서 봐야겠어요 ^^
sarnia 2019.11.11 00:13  
어제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론을 몇 개 읽어보았는데^^
자기가 느낀대로 감상평을 썼다기 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무슨 정세분석가처럼 쓸데없이 현학적인 단어들을 구사해서 늘어놓은 게 거의 전부였습니다.

저는 영화 보자마자 첫느낌만 골라 가감없이 그대로 써 올렸습니다.
시간 지나면 마음 변해서 개소리 길게 늘어놓게 될까봐..
2019.11.11 05:19  
저는 비틀어 보여주기라고 생각합니다.

부자는 착하고 여유있고 지적이고 약간 위선적이고
빈자는 탐욕스럽고 무식하고 직설적이고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를 나쁘게 빈자를 착하게 그렸다면 이 영화는 누구의 말밥에도 오르내리지 않는 영화였을 겁니다.

만약 송강호가 부자였더라도 이선균이 빈자였더라도 성격이 그러했을까? 계급에 따라 성격이 다를 수 있을까?

19세기 영국 노동자들 - 탐욕스럽고 거칠고 술만 먹으면 싸우고 집에 가면 마누라 패고 축구장에서 맨날 패싸움하고  그런 노동자와 지적이고 위트 있고 매너 좋은 영국 귀족을 대비한 영화였다면 어땠을까요? 영국 귀족은 지적이고 영국 노동자는 개차반이라는 의식을 은연중에 심어주는 것 같이 느꼈을까요?
 
저는 봉준호가 천재라고 생각하지만 기생충은 잘 만든 코미디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봤어요. 허허 헛웃음 치면서. 영화를 보고나면 멍해지는 그런 명작은 아니었어요. 적어도 나에게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정말 훌륭한 영화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해가 되는 영화입니다. 로컬 영화제인 아카데미 수상을 기대해봅니다. 국뽕이지요. BTS를 좋아하지 않지만 빌보드 1위가 되었으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sarnia 2019.11.11 05:53  
제가 봉준호 감독의 취중진담을 눈치챈 건 영화초반 송강호의 다음과 같은 대사였어요.

“부잣집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어”

아무리 지금 부자가 되었더라도 고생해서 자수성가한 사람과는 딸을 결혼시키지 말라는 한국사회의 농반진반 통설과도 연결되는 저 대사가 ‘장벽’의 성격과 본질을 매우 잔혹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보았지요.

북미에서는 지금 한창 상영중입니다. 평론가들은 개소리(동업자들을 의식한)를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관객들 소감만 몇 개 열어서 들어봤는데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이런 거 더군요. 한국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영화가 깊으면서도 재미있었다. 뭐가 깊다는 건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지만, 캡션을 읽으면서 영화를 본 관객들치고는 감상평이 진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저 영화의 문화권 ‘안에 있는 한국관객들이 놀랍게도 ‘취중진담’을 담론으로 삼기보다 다른 디테일한 부분들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가 불편하다고 하면서도 왜 불편한지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언급을 회피하는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요?

참, 제게 이 영화가 특이하게 보였던 이유는 어떤 의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저 가감 별로 없이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점 때문일 것 입니다.

같은 블랙코미디인 '그때 그 사람들'에는 진영논리에 기반한 해석이 들어가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재해석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019.11.11 22:02  
부자집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어 라는 대사는 아래 즐거워라 님도 말씀하셨지만 한국 사회에서 아주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표현입니다.

이 부분을 가위질해서 이게 정말 봉준호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극히 자의적입니다. 이것은 영국 사람은 신사라고 말했다고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풍요는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구김살이 없지요. 이걸 풍자나 은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 부분만을 의도적인 사실주의로 받아들이시니 조금은 난감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누구나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게 예술을 즐기는 사람의 권리니까요. 싸르니아님의 의견은 싸르니아님의 의견으로 존중합니다.
sarnia 2019.11.11 23:20  
제가 이 영화가 특이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PC(정치적 올바름)으로부터 해방되려고 노력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어떤 개별 대사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보기에 시종일관 영화흐름이 그랬습니다.

‘부자는 착하다’ 라든가 ‘부잣집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다'는 말은 한국사회 뿐 아니라 저 역시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상하위 10 퍼센트 표본집단에 대한 인성검사(예측)결과까지 본문에 언급했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을 남들에게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런 말들이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이 영화 전체 흐름에 복무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 대사를 가지고 영화의 진의를 판단한 게 아니라,
거꾸로 영화흐름을 보고 그 대사가 왜 거기 등장했는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취중진담이라고 둘러 말했지만 말이죠.

과거에 이런 한국영화가 있었는지는 제가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거든요. 

본문과 댓글에서 이것저것 길게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이게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 전부입니다.
즐거워라~ 2019.11.11 10:10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1인으로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부잣집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어', '부자는 착하다'는 식의 언명은 딱히 놀랍거나 더 논하고 자시고 반추할 거리도 없는 '팩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봅니다.
sarnia 2019.11.11 11:31  
그럴 수도 있겠군요.

흑인은 백인보다 평균아이큐가 낮다는 명제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더라도, 그런 명제를 공론장에서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인종주의 담론이 즉시 제기되는 현상을 떠 올려 보았습니다. 논하고 자시고 할 것 없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요. 영화도 예외가 아니겠지요. 그런 명제가 단순한 주장이 아닌 표본오차가 적은 통계자료를 통해 발표된다고 해도 아마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 아시아인들이 백인을 포함한 다른 인종들보다 아이큐가 높다는 통계가 북미에서 발표되면 인종주의 담론이 별로 나오지 않긴 합니다. 아마 그 이유는 북미에서는 아시아인들이 파워가 약한 그룹이기 때문이겠지요. 만일 북미에서 아시아인들이 파워가 강한 세력인데 그런 통계나 주장이 제기되면 즉시 인종주의 담론이 형성될 겁니다.

그냥 제 생각입니다.
즐거워라~ 2019.11.11 18:56  
이해력이 짧아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부자가 더 도덕적이다'라는 것이 현재 한국에서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그런 명제는 딱히 담론화되지도 않는다는 거죠... 담론화라는 건 누가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불편함을 느껴야 하는 건데, 그런 얘기가 나오면 대개는 그저 당연한 얘기를 들은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는 정도로 넘어갈 뿐... 그게 고착화되어가는 계급을 내재화한 때문인지, 패배주의인지, 세대적 특성인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sarnia 2019.11.11 23:38  
즐거워라~님의 이해력이 짧은 게 아니라, 제 한국어가 짧아서 전달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습니다.
모국어 문화권에서 떠난 지 30 년이 되다보니 제 한국어 구사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명님의 글 아래 짧게 달았습니다만,
그 상식에 대한 담론화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 였습니다.
즉 누구나 상식으로 인정하고는 있지만 PC 때문에 공론장에서 공공연히 표출하기는 꺼려왔던 터부를 감독은 영화를 통해 시종일관 묘사했다는 딱 그 부분에 관한 이야기..
이런이름 2019.11.11 10:31  
저는 일 때문에 극빈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드물지않게 보게 됩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선배로부터 "I have no sympathy left for them." 이라는 말을 듣고 냉혹하고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제가 같은 말을 하기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더군요. 그리고 수년이 지나고 나서야 선별적으로 약간의 이해심과 동정심이 조금씩 다시 생겨났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극빈층은 말을 둘러대거나 거짓말을 잘한다는 거였습니다. 누구는 그걸 그들의 자존심이라고 하더군요. 거짓말을 해서라도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감추려는 몸부림이라고.

가만히 보면 금전뿐만 아니라 지식이나 명예와 같은 것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더군요.
sarnia 2019.11.11 11:34  
그 선배님 뿐 아니라, 저 역시 나름대로 프로파일링이 있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개인을 처음 대할 때는 일단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노력이 불과 5 분 만에 역시나 하는 결과로 귀결되더라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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