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여행하기.. -_-
아래 여자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글이 올라왔길래 같이 올려봅니다. 저도 여자구요, 태국은 두번째, 동남아로 치면 세번째, 그 외에 몇몇 다른 나라도 혼자 여행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태국은 2004년에 방문한 후 이번이 두번째인데, 그때도 혼자였고 지금도 혼자 다니고 있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참 좋습니다. 풍경사진과 셀카뿐이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돈만 있고 시간만 되면 상의하고 뭐하고 할 것 없이 다 할 수 있지요. 여행 하며 동료와 트러블 생길 일은 없어서 좋습니다. 전에 저도 친구들과 여행하다가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런데 태국, 동남아 이쪽은요, 여자 혼자서 좀 버거운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주요한 원인은 껄떡대는 남자들입니다. 이번에 여행온 지 약 열흘쯤 됐는데, 지금 꽤 스트레스 받고 있습니다, 껄떡대는 남자들 떼어내느라구요. 저 얼굴도 평범하고 공주병도 별로 없습니다. 제가 그사람들에게 눈웃음 같은 것도 친 적 없구요, 몸매도 하나도 안섹시해서 섹시한 옷도 못입습니다. 그런데 태국 남자들, 서양인에겐 절대 안그러면서 왜 이렇게 껄떡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씨밀란에서 1박 2일 투어를 진행하던 가이드. 하루 종일 만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저냥 친해졌습니다. 밤에 텐트에 있는데 뭐 마실 거 갖다줄까 하고 묻더군요. 그래서 (음료수는 공짜라니까) 물이나 한병 갖다주면 고맙겠다고 했는데, 내 물과 함께 자기 맥주까지 들고 텐트에 와서 잠깐 들어가겠다고 하더군요. 허걱. 그런데 '잠깐 얘기나 나누자'는 말에 '싫어!!!!'하기도 그래서 들어오라고 하면서 텐트의 모든 창을 열었습니다. -_-;;; 밖이고 안이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고, 솔직히 할 얘기도 많지 않은데 (가족 얘기, 투어 얘기 이런 거 했습니다.) 나갈 생각을 안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어찌어찌 화장실 등의 핑계를 만들어서 텐트 밖으로 나온 뒤에 너도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야겠으니 가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자는데 내가 옆에서 같이 있어줄까?"라더군요. ...... 물론 절대 필요없다고 거절했지요.
다음엔 핫야이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귀마개 하고 자려고 하는데 뒤에 앉은 남자가 자꾸 말을 겁니다. 그냥 대충 무시하고 자려고 하는데, 계속 툭툭 치면서 몇살이냐, 어디서 왔냐 하더니 달링 있냐(-_-) 너 참 예쁘다, 니가 좋다 이런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합니다.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자는척 했습니다.
그 다음엔 핫야이에 도착해서 오토바이 기사. 밤늦은 시간이고 이래저래 귀찮아서 기사가 삐끼역할 하고 있는 호텔에 묵기로 했습니다. 계속 쓸데없는 질문을 하길래 그냥 무시할 거 무시하고 대답할 거 대답해 줬지요. 호텔에 도착해서 방을 좀 보자고 하니까 직원이 그 기사한테 열쇠를 주면서 방 보여주라고 하네요. 올라가서 방을 보는데, 이 사람 또 나갈 생각을 않고 혼자 자는 게 괜찮겠냐, 내가 옆에 있어줄까 하는 겁니다. (이쯤되면 이게 태국의 문화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정말로 아무 의도 없이 혼자 자는 내가 걱정되어서 옆에 있겠다는 겁니까? 그냥 혼자 여행하는 태국 여자에게도 이럽니까?)
말레이시아까지 미니버스를 타고 왔는데, 미니버스 기사도 과잉친절을 베풀길래 솔직히 좀 부담스러웠는데 마지막엔 역시나 "내가 9시쯤에 니네 게스트하우스로 갈께 같이 놀자"였습니다. 오라고 했다가 또 혼자 자는 게 괜찮겠냐? 할까봐 절대 필요없다고 오늘 고마웠다고 하고 내렸지요.
사실 이런 경험을 제가 이번에만 한 건 아닙니다. 전에 04년에도 라오스 방비엥에서, 또 끄라비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지요. 그래서 제가 더 오바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이 계속될수록 태국사람들과 친해지고 싶고, 그냥 아무 의심없이 호의를 받고 싶지만 계속 의심하게 되고 걱정하게 되더군요. 솔직히 태국 정말 좋아하고, 웃음 가득한 사람들 정말 고맙고, 늘 다시 오고 싶은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다음엔 그냥 친구랑 같이 오든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드네요. 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쓸데없이 이런 걱정 안하고, 그냥 태국 사람들과 편하게 친해질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제가 남자였으면 이런 친절을 베풀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는 회의도 들구요.
저만 이런가요? 혹시 제가 공주병 걸려서 오바하는 건가요? ㅠㅠ 그런 거면 막 뭐라고 해주세요-_- 정신 차릴께요; 진짜 요 며칠은 답답해서 별 생각이 다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