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밖의 날씨도 춥고 눈도 쌓여 있으니, 어묵 냉동실에 있는 거 오뎅백반으로 먹어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무우 반개 썰어서 커다란 냄비에 물 묻고 넣었습니다. 한 두세끼 오뎅으로 먹을 생각으로 큰 냄비로 했는데...
그러고 보니, 먹을려면 제대로 먹어야지 하면서 국물용 멸치도 넣고, 다시마도 큰 거 한조각 넣고 끓입니다.
자~~~ 이제 육수도 보글 보글...
간장도 조금 부어서 간을 맞추고...
냉동실에 있던 어묵을 같이 달려온 스프와 함께 넣습니다.
근데, 왜 갑자기 수끼 생각이 날까요? ^.^
야채를 같이 넣으면 국물이 더 시원하겠다 싶어서, 동네 수퍼에서 사온 배추 조그만 거 반통을 썰어 넣습니다.
잉? 팽이 버섯도 있네? 또 두 묶음 넣습니다.
아~~~ 버섯도 넣으면 맛있겠다. 포타벨라라고 손바닥만한 버섯 하나 썰어서 넣습니다.
어여? 이 깻잎 조금 오래 되었지? 그냥 썰어 넣자.
뭐가 이렇게 많이 들어갔지? 이제 수끼가 되어 버린 건가? 오뎅백반이?
그럼 간도 맞춰 보자. 제 팔뚝 반만한 길이의 풋고추 - 무늬만 풋고추 - 하나도 썰어 넣고, 마늘도 썰어 넣고...
이게 뭐가 된거야? T_T
오뎅 백반이 어쩌다 사이비 수끼가 되어 버린거냐?
하는 김에 고기도 좀 넣어 버려?
그랬다간 원래 두세끼 오뎅백반으로 먹으려 했던게, 안 그래도 대여섯끼 분량이 되어 버렸는데, 고기까지 넣었다간 10인분이 되어 버릴 것 같아서 거기서 멈췄습니다. ^>^
이렇게 나른한 오후에 마련한 특식이 6~7끼의 반찬 겸 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맛이요? 그럭 저럭 먹을만 하더군요. 확실히 야체가 들어가고 무우가 들어가니 시원한 맛이 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