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이란 과일을 아시는지?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이 주산지이고 고슴도치처럼 가시 돋친 껍질에 노란 속살을 가진 열대과일이다. 맛은 매우 달지만 썩은 방귀 냄새가 난다고 한다.

'천국의 맛'과 '지옥의 향기'. 그래서 이 과일엔 극과 극의 두 가지 평가가 따라 붙는다. 오죽 냄새가 코를 찌르면 그랬을까. 싱가포르에선 두리안을 갖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게 금지되어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남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두리안의 맛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냄새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냄새만 없다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말 그대로 과일의 왕(king of fruits)이 될텐데' 이런 생각으로 두리안 연구에 빠진 과학자가 있었다. 태국의 송폴 솜스리 박사다. 그는 20년 동안 90여 개의 변종을 실험한 결과 두리안의 핸디캡인 악취를 완전히 없앴다.

냄새 없는 두리안 '찬타부리 1호(Chantaburi No. 1)'를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 획기적인 성과를 놓고 방콕 시민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어떤 이는 "독특한 냄새가 없다면 그게 어떻게 두리안이냐" 하고 다른 이는 "냄새가 없어진다면 엄청나게 잘 팔릴 것"이라며 대환영이었다.

어쨌든 송폴 박사는 자신의 '발명'에 대해 대박을 확신한다. 정부의 허가가 올해 안에 난다면 몇년 내 시장에 첫 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냄새는 물론 가시마저 없앤 또 다른 두리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원초적 고민에 빠졌다. 두리안이란 이름 자체가 말레이어로 '가시'란 뜻인데 과연 '두리안(가시) 없는 두리안'이 말이 되는지 확신이 안 선다는 것이다. 씨없는 포도·귤·바나나·수박을 만든 연구자들이 한번쯤 빠졌을 법한 고민이다.

과연 냄새 없는 두리안, 가시 없는 두리안이 과일 바구니에 풍성하게 담길 날이 정말로 올 지 궁금해진다
(ps:두리안이란 희한한 과일에 대해서 이야기는 더러 들었지만 한 번도 입에 대보거나(불행이다), 냄새를 맡은 적이 없다(다행이다). 위 포스팅은 미국 공익 라디오 뉴스에서 소개한 것을 토대로 했음.)